'화웨이 공백 흡수' 중국서 애플 되살린 이 사람 누구?

중앙일보

입력 2021.02.22 15:05

애플과 중국은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중국은 세계 최대 스마트폰 시장이고, 애플의 아이폰은 로컬 브랜드의 텃밭 중국 시장에서 살아남았다. 중국 토종 스마트폰이 부상하고 미중 무역 갈등이란 위기를 겪었음에도 중국인의 아이폰 사랑은 여전하다. 지난해 하반기 화웨이가 내리막길을 걷는 동안, 애플은 아이폰12로 약진하며 출하량과 점유율을 늘렸다.

애플 유일 아시아인 여성 임원, 중화권 총책임자 '거웨'
엔지니어 출신으로 애플의 주요 제품 개발에 모두 참여

물론 애플도 마냥 잘 나가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17년 시장 점유율과 매출, 브랜드 평판이 동반 하락하며 부침을 겪기도 했다. 이 시기 애플의 중화권 책임자로 파견된 주인공이 있다. 애플 유일의 아시아인 여성 임원 거웨(葛越 Isabel Ge Mahe)다. 혹자는 그녀 없이는 지금의 애플도 없다는 이야기를 한다. 애플의 중국 시장 구원 투수, 거웨는 누구인가.

거웨 [사진 바이두바이커]

거웨 [사진 바이두바이커]

부친 전폭 지원 속, 글로벌 인재로 성장

거웨는 엔지니어 출신으로, 애플의 거의 모든 제품의 관련 기술 개발에 참여했다. 중국 둥베이(东北) 출신 그녀의 범상치 않은 이력은 아버지의 전폭적인 지원에서 출발한다.

1973년, 중국 랴오닝(辽宁)성 선양(沈阳)의 한 가정에서 한 여자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의 이름은 거웨, 교육자 출신 아버지는 한 때 기업의 고문을 맡기도 했다. 그는 거웨가 16세가 됐을 무렵 국내의 좋은 일자리와 기회를 포기하고 캐나다로 이주한다. 피자 배달, 경비 등 궂은 일을 마다하지 않으며 딸의 해외 유학을 대학까지 뒷바라지 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딸 거웨는 아버지의 기대와 지원을 저버리지 않았다. 캐나다 명문 사이먼 프레이저 대학(Simon Fraser University)에 합격해 전기공학 학·석사 과정을 마쳤고, 이후 UC버클리 MBA과정도 밟았다.

황금 인재를 알아본 스티브 잡스 

거웨는 대학 졸업 후 필립스 등 회사를 거쳐 팜(Palm) 무선기술팀 책임자로 자리를 옮겼다. 팜은 1992년 미국 실리콘 밸리에 설립된 회사로, 주력 제품은 PC였다. 그러나 기술 정체기에 빠지면서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거웨는 팜에서 일하는 몇 년 동안, 제로(0)에서 시작해 무선기술팀을 일궜고 회사의 기술 혁신에 기여했다.

훌륭한 인재는 가만히 있어도 빛이 나는 법. 팀쿡 당시 애플 COO가 거웨라는 황금 인재를 알아봤고, 애플로 영입을 시도한다. 휴대폰 개발에 있어서 무선 기술에 특화된 인재의 중요성을 알았기 때문이다.

[사진 터우탸오, 시나닷컴]

[사진 터우탸오, 시나닷컴]

거웨는 애플의 첫번째 러브콜을 거절한다. “출산을 위해 다른 일에 마음 쓸 여력이 없다”는 이유였다. 더군다나 팜에서 거웨는 이미 좋은 대우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굳이 떠나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다.

이 소식을 들은 스티브 잡스는 당일 스케줄을 취소하고 거웨에게 전화해 저녁 식사에 초대했다. 직접 얼굴을 보고 설득하기로 결심한 것. 그는 거웨에게 이같이 말했다.

“팜에 있으면 당신이 얼마나 열심히 일하든 팜은 팜일 거지만, 애플에서 일한다면 무한한 가능성이 펼쳐질 겁니다.”

[사진 터우탸오]

[사진 터우탸오]

애플 유일 아시아인 여성 임원, 중국 시장 구원투수

마침내 2008년 거웨는 애플에 입성한다. 무선 기술 부총재로 팀을 만들고 아이폰 무선 기능 개발에 주력한다. 처음에는 25명으로 시작한 팀이었지만, 애플이란 회사가 성장함에 따라 팀의 규모도 커졌다. 약 10년이 지난 2018년 해당 팀의 구성원은 1200명으로 늘었다.

[사진 바이두바이커]

[사진 바이두바이커]

거웨가 이끄는 무선 기술 팀은 와이파이, 블루투스, NFC, GPS 등 아이폰에 들어가는 일련의 기술을 개발했다. 거웨는 아이폰 뿐만 아니라 애플의 주력 상품인 아이패드, 맥북, 애플 페이, 애플 워치 등 서비스 연구 개발에도 참여했다.

스티브 잡스와 팀쿡은 “경험이 풍부하고 리더십이 좋은 최고의 직원”이라 그녀를 칭찬했다고 한다.

[사진 ddcpc.cn, 바이두바이커]

[사진 ddcpc.cn, 바이두바이커]

그러던 지난 2017년, 애플은 중국 시장에서 부침을 겪었다. 매출과 시장 점유율 모두 하락세를 보였고, 스마트폰에 대한 평가도 엇갈렸다. 아이폰 6의 속도 저하 등 기능 논란으로 애플의 평판도 사상 최악으로 추락한 상황이었다.

애플은 무너진 중국 시장을 되돌리기 위한 카드로 거웨를 택했다. '대중화권(大中华区) 담당 이사'라는 직위를 처음 신설하고 거웨를 부사장 겸 중화권 대표 책임자로 임명했다. 또 미국 본사가 아니라 애플 CEO 팀쿡과 COO 제프 윌리엄스에게 직통 보고를 올리도록 했다. 이 모두가 기존의 틀을 깨는 결정이었다. 이렇게 거웨는 애플 경영진 가운데 유일한 아시아 여성 임원이 됐다. 당시 다수의 미국 매체들은 "중국 정부와 더 끈끈한 관계를 맺기 위한 애플의 결정"이라고 입을 모았다.

거웨의 가족 [사진 거웨 웨이보]

거웨의 가족 [사진 거웨 웨이보]

실제로 거웨는 중국과 애플을 잇는 다리 역할을 했다. 유창한 중국어로 관련 부처와 소통하며 당시 아이폰6 기능 이슈에 대한 해결 방안을 찾았다. 또 중국 출신의 거웨는 누구보다 중국인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중국 소비자를 겨냥한 맞춤형 기능을 계속해서 만들어냈다.

2018년 이후 미중 무역 전쟁이 점차 가열됐지만, 애플의 중국 시장 성적은 크게 흔들리지 않았고 점차 회복하는 추세다. 중국인의 지속적인 아이폰 사랑에 거웨의 지분이 있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거웨는 2020년 12월, 포춘지 선정 2020 중국 영향력 있는 재계 여성 명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사진 거웨 웨이보]

[사진 거웨 웨이보]

앞서 언급했듯, 애플의 아이폰은 2020년 4분기 중국 시장에서 약진했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2020년 4분기 아이폰의 중국 시장 출하량은 1년 전보다 약 34% 늘면서 20%에 육박하는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 선보인 아이폰 12 시리즈가 좋은 반응을 얻은 덕분이다. 삼성은 점유율 0%대로 순위권 밖 '기타'로 분류됐다.

같은 기간 글로벌 시장에서도 애플은 점유율 23.4%로 삼성을 제치고 1위를 차지했다. 삼성은 19.1%로 2위를 기록했고, 샤오미와 오포가 각각 11.2%와 8.8로 3-4위를 기록했다. 제재의 벽에 부딪힌 화웨이는 출하량이 40%가량 줄며 5위로 밀려났다. 이 기간 화웨이의 빈자리를 대신한 건 애플과 또 다른 중국 브랜드였다. 중국 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오포, 샤오미 등 중국 브랜드 출하량이 크게 늘며 삼성의 입지를 흔들고 있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