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분마다 15마리 죽는 셈···'새들의 재앙' 경기도 투명방음벽

중앙일보

입력 2021.02.22 14:00

업데이트 2021.02.22 14:13

조류충돌 예방정책. 경기도

조류충돌 예방정책. 경기도

경기도 하남시 미사중학교 인근에는 8m 높이의 투명방음벽에 세워져 있다. 자동차 소음 등은 줄었지만, 새들에겐 재앙이 됐다. 이 투병방음벽에 부딪혀 죽거나 다치는 사례가 잇따랐다.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10월까지 1년여간 방음벽 주변에서 210마리의 새의 사체가 발견됐다.

경기도자원봉사센터는 지난해 11월 하남시자원봉사센터와 이 방음벽 200m 구간에 조류충돌 방지 필름을 붙였다. 이후 지난 4개월 동안 충돌사(死) 한 새는 11마리로 줄었다.

조류 충돌 예방 지원 사업 조례도 제정

경기도가 투명방음벽에 부딪혀 다치거나 죽는 조류 충돌 피해를 막기 위해 방음벽 시설 개선 사업과 관련 조례 제정을 추진한다.
손성임 경기도 도시정책관은 22일 기자회견을 열고 "동등한 생태계 구성원인 야생 동물에 대한 의무적 배려"라며 이런 내용을 담은 '조류 충돌 예방 정책 추진계획'을 밝혔다.

다음 달 시군 공모를 통해 투명 방음벽이 설치된 시군 관리 도로 2∼4곳을 선정해 투명 방음벽 시설 개선에 6억원을 지원한다. 방음벽에 수직 5㎝, 수평 10㎝ 간격으로 무늬를 넣는 방식이다. 새들의 눈에 구조물이나 벽이 인식될 수 있게 투명한 공간을 줄이는 방식이다.

경기도는 화성시 매송면 국지도 98호선(2000만원)과 올해 신설될 안성 불현∼신장, 김포 초지대교∼인천, 파주 적성∼두일 등 도로 3곳(1억6000만원)의 투명 방음벽 구간에도 같은 방식의 시설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22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손임성 도시정책관이 공존을 위한 작은 배려’ 조류충돌 방지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

22일 오전 경기도청 브리핑룸에서 손임성 도시정책관이 공존을 위한 작은 배려’ 조류충돌 방지대책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경기도

다음 달까지 경기도의회와 협의해 조류충돌 예방사업 지원을 위한 조례 제정도 추진한다. 새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법적 근거가 생기는 셈이다. 조류 충돌 저감 방안을 반영해 방음벽 디자인 가이드라인을 개선하고 친환경 방음벽 설치 기준을 마련하기로 했다. 환경영향평가 사업 대상에 조류 충돌 저감 조치를 의무화하거나 권고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도민이 직접 조류충돌 예방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이달 말까지 100여명 규모의 민간 모니터링 단도 구성한다.

2년간 경기도에서만 4168마리가 방음벽 충돌

도시 미관과 개방감 등을 고려해 투명방음벽을 설치하는 곳이 늘면서 곳곳에서 조류 충돌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에는 743개의 투명방음벽이 설치돼 있다. 온라인 기반 자연 활동 공유 플랫폼 '네이처링'에 따르면 최근 2년간 경기도에서 4168마리의 조류가 방음벽에 충돌하는 사고가 있었다. 전국의 방음벽에서 발생하는 조류충돌사고 건수(1만5892건)의 26%에 해당한다.

2018년 환경부 의뢰로 국립생태원이 수행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연간 약 788만 마리의 야생조류가 방음벽과 유리빌딩 등 인공구조물에 부딪혀 폐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1분마다 약 15마리가 비행 도중 죽음에 직면하는 셈이다.

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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