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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상징 ‘황소상’ 조각한 모디카 별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아르투로 디 모디카

아르투로 디 모디카

월가의 상징인 ‘돌진하는 황소상(Charging Bull)’을 만든 조각가 아르투로 디 모디카(사진)가 별세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21일(현지시간) “모디카가 80세의 나이로 고향인 이탈리아 시칠리아에서 세상을 떠났다”고 보도했다. 그가 살던 비토리아 마을도 전날 성명을 내고 “모디카가 암 투병 중 자택에서 별세했다”고 밝혔다.

1987년 불법 설치했는데 명물돼

WP에 따르면 모디카는 1987년 사재 35만 달러(3억8000여만원)를 털어 무게 3.2t, 길이 4.9m의 이 황소상을 제작했다. 그해 10월의 주가 대폭락 사태인 ‘블랙먼데이’ 이후 미국 경제의 회복을 기원하면서 만든 조형물이다.

월가의 ‘돌진하는 황소상’.

월가의 ‘돌진하는 황소상’.

그해 12월 16일 밤, 모디카는 친구 40여 명과 크레인을 빌려 월가의 중심인 뉴욕 증권거래소 근처에 황소상을 기습적으로 설치했다. 당국의 허락은 받지 않았다. 그는 이달 초 이탈리아 언론 라 레푸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몇 차례 정찰한 결과 경찰이 7~8분에 한 번씩 순찰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작전 시간은 단 5분뿐이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뉴욕시는 불법 설치물이라며 철거하려 했지만, 뉴욕 시민이 철거에 반대하면서 황소상은 살아남게 됐다.

지역 명물로 유명해진 이 동상에는 매년 수많은 관광객이 몰린다. 주식 시장에서의 ‘상승장’을 뜻하는 황소의 상징 덕택에 동상의 뿔이나 급소 등을 만지면 재운(財運)이 들어온다는 속설이 돌면서다. 그와 함께 작업했던 영국 대표 조각가 헨리 무어는 “젊은 미켈란젤로”라고 모디카를 극찬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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