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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얀마군 발포로 4명 사망…“로힝야 학살한 33사단 소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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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1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한 시민이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머리에 총탄을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열흘 만에 숨진 20세 여성의 추모 제단에 헌화하고 있다. 미얀마에선 군경이 시위대에 발포해 4명 이상이 숨졌다. [AP=연합뉴스]

21일 미얀마 최대 도시 양곤에서 한 시민이 쿠데타 반대 시위 도중 머리에 총탄을 맞고 뇌사 상태에 빠졌다 열흘 만에 숨진 20세 여성의 추모 제단에 헌화하고 있다. 미얀마에선 군경이 시위대에 발포해 4명 이상이 숨졌다. [AP=연합뉴스]

미얀마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가 거세어지는 가운데 군경이 시위대에 발포해 4명 이상이 숨졌다. 전국적 시위와 국제사회의 비난에도 군부는 강경 대응에 나서 유혈 사태는 악화할 전망이다.

2017년 소수민족 수천명 학살 악명 #만달레이서 시위대에 실탄 발사 #수지가 이끄는 NLD “반인륜 범죄” #미국 “우린 시민 편” 군 강력 비판

21일 현지 매체 및 외신에 따르면 미얀마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전날 군경이 실탄과 고무탄 등을 무차별적으로 쏴 10대 소년을 포함해 최소 2명이 숨지고 40명 이상이 다쳤다. 군경은 만달레이의 야타나르폰 조선소에 모인 1000여 명의 시위대를 해산시키고 직장에 복귀시키려는 과정에서 곤봉을 휘두르고 물대포와 고무총, 최루탄, 새총 등을 쏘다 나중에는 총격을 가했다고 뉴욕타임스(NYT)가 목격자들을 인용해 전했다. SNS에는 머리에 총을 맞아 숨진 것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피를 흘린 채 쓰러져 있는 모습이 올라와 있다고 NYT는 전했다.

군부에 구금된 아웅산 수지 국가고문이 이끄는 민주주의민족동맹(NLD)은 성명에서 “만달레이에서 발생한 폭력 진압은 반인륜 범죄”라고 비난했다.

현지 매체 프런티어 미얀마는 시위대에 발포한 군인들은 과거 미얀마 소수민족인 로힝야족 학살에 연루된 부대 소속이라고 전했다. 이 매체에 따르면 만달레이 경찰은 33경보병사단의 지원을 받고 있는데, 이 사단은 2017년 소수민족 무슬림인 로힝야족 거주지 인딘 마을에서 수천 명을 집단 학살한 사건에 관여했으며, 현재 만달레이주에 주둔하고 있다. 이 학살은 미얀마 군부가 유일하게 인정한 학살 사건이다. 당시 사단 소속 군인들이 인딘 마을의 로힝야족을 살해한 뒤 암매장하고 마을을 불태웠다. 이 때문에 미국·유럽연합(EU)은 33경보병사단의 고위 간부들을 제재 대상에 올렸다.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저격 소총과 곤봉으로 무장한 군경. [AFP=연합뉴스]

제2 도시 만달레이에서 저격 소총과 곤봉으로 무장한 군경. [AFP=연합뉴스]

지난 20일 밤 최대 도시 양곤에서도 민간 자경단 한 명이 총에 맞아 숨졌다고 자유아시아방송(RFA) 미얀마어판이 전했다. 지난 9일 미얀마 수도 네피도에서 쿠데타 반대 시위에 참여했던 20세 여성도 경찰이 쏜 실탄에 머리를 맞아 뇌사 상태에 빠진 지 열흘 만에 숨졌다.

군정은 시위 참여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수배령을 내렸던 6명 중 한 명인 유명 배우 루 민을 자택에서 체포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루 민의 부인은 페이스북에서 “경찰이 양곤 집으로 와 강제로 문을 열더니 남편을 데리고 갔다”고 말했다. 미얀마 정치범지원협회(AAPP)는 지난 1일 쿠데타 발발 이후 569명이 군정에 의해 체포됐다고 밝혔다. 페이스북은 이날 성명을 내고 미얀마 군사정부 홍보 매체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미국과 유럽 등은 정부군 발포로 사망자가 잇따라 나오자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네드 프라이스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20일 트위터에 “버마(미얀마) 군경이 시위대에 발포하고 시위 참가자와 다른 사람들을 구금·공격하고 있다는 보도에 깊이 우려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버마 시민의 편이다”고 말했다.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정책 고위대표는 “평화적인 민간 시위대에 대한 군의 폭거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미얀마군은 민간인에 대한 폭력을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미얀마와 함께 동남아국가연합(아세안) 회원국인 싱가포르 외교부는 성명에서 “경악스러운 일”이라며 “비무장 민간인에게 살상무기를 사용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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