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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 등교시키기 위해…미국은 교사부터 백신 맞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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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지난달 28일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8일 서울시내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하교하고 있다. 뉴스1

9일 앞으로 다가온 3월 새학기를 앞두고 ‘올해는 얼마나 등교할 수 있을까’라는 학부모 염려가 크다. 교육부가 유치원과 초등 1,2학년 전면 등교 방침을 내놨지만 나머지 학년은 올해도 온라인 수업 위주로 진행될 예정이다. 이런 가운데 국내·외에서는 학교 안전 확보를 전제로 닫힌 학교 문을 열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학교가 제대로 문을 열지 못하면서 얻은 것보다 잃은 것이 더 크다는 지적이다.

한국 온라인 수업 “EBS 틀고 끝” #학부모 44% ‘사회성 결핍’ 우려 #교사·학생·부모 58% “등교 확대를”

30분짜리 영상 2개로 하루 수업 끝…올해도 공치나

초등 6학년 아들을 둔 이모(38·경기 과천)씨는 최근 학교가 보낸 3월 등교 계획을 보고 걱정이 앞섰다. 정부가 등교를 확대한다고 해 기대했는데, 올해도 일주일에 이틀만 등교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1,2학년도 중요하지만 중학교 진학을 앞둔 고학년이 2년째 제대로 수업을 받지 못하면 어떻게 하느냐”며 “학원에 기대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초등 3학년이 되는 딸을 둔 김모(38·서울 송파)씨도 “작년에 아이가 온라인 수업 하는 걸 보면 분통이 터졌다”고 했다. 30분짜리 EBS 영상 2개를 보는 것으로 하루 수업이 끝났고, 덧셈 뺄셈 문제 10개를 푸는게 과제였다. 9월부터 담임 교사가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시작했지만, 그것도 30분 정도에 그쳤다. 김씨는 “1년을 공쳤는데 차라리 올해는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등교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근 논의 되는 등교 확대에 대해 동의하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최근 논의 되는 등교 확대에 대해 동의하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 감염을 막기 위해 학교 문을 닫은지 1년이 넘으면서 부작용이 크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오고 있다. 교육부의 2020학년도 2학기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교사 68.4%, 학부모 62.8%가 교육 격차가 커졌다고 답했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교사,학부모,학생 1만명을 설문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등교 확대에 57.9%가 찬성해 반대(22.2%)의 두배가 넘었다

사회성, 체력 결핍도 우려…"온라인으로는 한계"

친구들과 어울릴 기회가 줄면서 사회성 결핍을 우려하는 학부모도 적지 않다. 서울시교육청 교육연구정보원이 지난해 초등 학부모 3851명에게 코로나19 이후 가장 걱정하는 부분을 물었더니 1위가 사회성(43.6%)이었다. 기초학력(30.5%), 체력(15.8%)이 뒤를 이었다.

초등 3학년 학부모 이모(39ㆍ서울 은평)씨는 “지난해 반 친구는 거의 한명도 못 사귀어서 그런지 어쩌다 등교하는 것도 굉장히 꺼린다”며 “게임이나 유튜브만 하다보니 사회성이 떨어질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배상훈 성균관대 교육학과 교수는 “학생의 발달단계에 맞춰 학교나 또래에서 배워야 할 역량·소양은 온라인으로 기를 수가 없다”며 “건강만큼 성장·발달도 중요하기 때문에 방역을 철저히 하면서 학교 문을 조금씩 열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코로나19 이후 자녀 성장과 관련해 걱정되는 것.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코로나19 이후 자녀 성장과 관련해 걱정되는 것.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교육의 질 하락은 경제적 손실로도 이어진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등교 중단으로 이번 세기 동안 전 세계 경제성장률이 1.5%p 낮아질 수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전면 등교를 하면 학교 내 감염이 생길 가능성은 있지만, 학교를 닫으면 잃는 게 훨씬 많다”며 “코로나19 장기화라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방역과 생활의 균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교사부터 백신…국내서도 조기접종 주장 커져 

해외에서도 등교 확대를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20일 취임하면서 “우리는 안전한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다”며 학교 대면수업 재개를 우선 과제로 삼겠다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도 “학교는 가장 마지막으로 닫는 곳이어야 하며, 안전이 확보되면 가장 먼저 열어야할 곳”이라며 등교 재개를 권고했다. CDC는 “지역 사회 전파 위험이 높은 상황에서도 학교는 대면 수업을 위해 개방할 수 있다”며 “학교가 코로나19 확산을 줄이기 위해 할 수 있는 조치가 많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지난 20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업무를 보고있다. AFP=연합뉴스

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당일인 지난 20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 집무실에서 마스크를 쓰고 업무를 보고있다. AFP=연합뉴스

CDC는 이와 함께 교직원 우선 접종도 권고했다. 미국 언론 ‘에듀케이션 위크’에 따르면 이달 11일 기준으로 미국 내 50개 주 가운데 28개주가 교사 우선 접종을 시행했다. 일부는 전면 우선 접종을 시행하기도 하고, 일부는 50세 이상 교사를 우선 접종하기도 한다.

국내에서도 교사 우선 접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교총은 “안전한 교실을 만드는 가장 적극적 조치는 조기 백신 접종”이라며 “매일 수백명의 학생을 접하는 교원이 우선 접종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유기홍 국회 교육위원장도 “원격수업이 근본적 대안이 될 수 없다”며 “교육종사자를 백신 조기접종 대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공감하는 방역 전문가도 적지 않다. 정기석 전 질병관리본부장은 “아이들보다 상대적으로 감염 가능성이 높고, 많은 사람을 만나는 교사를 먼저 접종해야 한다”며 “교직원 접종을 마치고 방역수칙을 잘 지키면 전면 등교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전문가들, 학교 감염 위험성 낮아

국내외 방역 전문가들은 등교 확대의 근거로 학교 내 감염 위험성이 낮다는 점에 주목한다. CDC는 지난 12일 등교 가이드라인을 발표하며 “데이터에 따르면 학교에서 수업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지역사회 감염과 관련이 없다”고 밝혔다. 유럽질병통제예방센터도 지난해 11월 아동의 코로나19 감염 가능성이 작다는 보고서를 발표했다.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뉴스1

서울 중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수업을 받고 있다. 뉴스1

국내에서도 정은경 질병관리청장과 한림대 연구진이 코로나19에 감염된 3~18세 아동·청소년 중 교내 감염이 2.4%에 그친다는 내용의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학교에 보건 전문 인력 확충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마스크·체온계 보급 등에만 치중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보건교사 부족 문제는 눈 감고 있다”며 “보건교사를 충원하고 학교에 의료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전민희·남궁민 기자 jeon.mi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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