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성마비 환자에 희망 주는 "신의 손"

중앙일보

입력

"다리에 생긴 강직 현상으로 걷지 못하거나 뒤뚱거리는 뇌성마비 환자가 정상인처럼 걷는다면 믿겠습니까."

선택적 신경절단술을 개발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술 기록을 갖고 있는 미국 워싱턴대 의대 소아신경외과 박태성(57)교수가 지난달 30일 방한했다.

그는 다리가 불편한 뇌성마비 환자에게 '신의 손'으로 불린다. 현미경을 보며 40여 가닥으로 구성된 신경다발 중 강직을 일으키는 감각 신경을 골라내 차단하는 일은 엄청난 주의력과 정교함이 요구된다.

"뇌성마비 환자는 척수의 감각 신경이 망가져 다리가 뻣뻣해지는 강직이 옵니다. 그 결과 다리가 꼬여 앉지 못하거나 걷더라도 발끝으로 걷는 등 부자연스럽죠."

1987년 이 기술을 개발한 이후 그는 지금까지 1200명의 환자를 단 한건의 수술 부작용없이 치료했다. 수술에 대한 그의 명성을 듣고 지금은 세계 25개국에서 환자들이 오고 있을 정도다. 이번에 연세대 의대에서 강연한 그의 동영상 자료에는 다양한 환자의 수술 전후 모습이 담겨 있다. 걸음걸이가 자연스러워진 것은 물론 뛰어다니며 건각을 '과시'하는 환자도 있었다.

그러나 모든 뇌성마비 환자가 수술 대상은 아니다. 강직 현상 때문에 다리를 쓰지 못하거나 경련이 있는 사람에게 필요한 수술이라는 것이다.

"수술 시기는 두살부터 여섯살까지가 적당하지요. 오래 방치한 환자는 이미 기형으로 진전돼 효과가 떨어집니다. 한국에서도 많은 의사가 이 기술을 배웠으면 해요."

박 교수는 뇌의 특정 부위를 절제해 간질 발작을 줄이는 수술을 개발했고, 출산할 때 신생아의 어깨가 산소 결핍과 저혈압으로 손상받는 과정을 밝혀내 학계의 주목을 받았다.

이러한 소아신경학 분야의 업적을 인정받아 그는 94년 미국 최고의 의사 인명록에 등재됐고, 99년에는 미 국립보건원(NIH) 제이콥 자비츠 신경과학연구인상을 받으면서 22년간의 연구비 지원 약속도 받았다. 신경외과분야에서 이렇게 NIH의 연구비를 장기간 받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연세대 의대를 졸업한 박 교수는 76년 도미(渡美), 미 버지니아 대학병원에서 전문의를 취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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