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자의 V토크] 반성은 말이 아닌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중앙일보

입력 2021.02.19 00:03

업데이트 2021.02.19 00:17

지면보기

경제 07면

승부 조작으로 영구제명된 박현준이 2017년 부정 방지 교육에 나선 모습. [중앙포토]

승부 조작으로 영구제명된 박현준이 2017년 부정 방지 교육에 나선 모습. [중앙포토]

이재영, 이다영, 심경섭, 송명근. 네 명의 프로배구 선수가 코트를 떠났다. 학생 시절 저지른 폭력 문제가 뒤늦게 불거지면서다.

학폭 논란으로 코트 떠난 선수들
명문규정 없어서 처벌 못할 수도
후배 앞 반면교사 역할은 어떨까

구단은 선수들이 문제의 사실을 시인하자 자체 징계했다. 이는 명문화된 규정에 따른 건 아니다. 반면 한국배구연맹(KOVO)은 ‘민·형사 처벌을 받은 게 아니고, 처벌 규정이 없어 사후 징계가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옳은 판단이다. 징계는 명문화된 규정에 따라야 한다. 팬들이 감정적으로 분노하는 건 이해할 수 있다. 리그를 운영하는 연맹은 이성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공정성과 형평성이 유지된다. 다만 이제는 제도와 규정을 손질해야 한다.

‘징계 아닌 징계’가 언제 끝날지 알 수 없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배재준과 롯데 자이언츠 지성준은 1년 만에 돌아왔다. 영원히 돌아오지 않은 이도 있다. 적어도 현 규정대로라면 이들이 코트에 돌아올 수 있을지는 구단과 선수 본인이 결정할 수 있다. 물론 지금은 복귀를 놓고 왈가왈부할 때는 아니다.

중요한 건 진심어린 반성과 사과다. 네 선수가 잘못을 저지른 건 분명하다. 피해자에게 용서를 구해야 한다. 자필 사과문을 소셜미디어에 올리고, 경기에 출전하지 않는다고 끝나는 일이 아니다. ‘좀 지나면 잊히겠지’라는 생각도 하면 안 된다. 배구에 관심 없던 시민이 분노하는 건 가해자인 선수들이 반성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느끼지 못해서다.

앞에 나설 용기를 내기를 바란다. 거창한 기자회견이 아니어도 좋다. 좀 더 앞에 나와서 사과하라. 비난이 두려워 숨는다면 영원히 숨어야 한다. 피해자가 받아들일 때까지 진심으로 노력해야 한다. 다시 배구를 하지 못하는 일이 있더라도 앞에 나와 잘못을 사과하기 바란다.

연맹과 구단에게 제안한다. 명문화 된 규정이 없어 징계할 수 없더라도 반성할 기회를 마련해 줘라. 다시 코트로 돌아오든, 돌아오지 않든, 평생 배구만 해온 그들이 빚을 갚을 기회를 만들자.

해당 선수가 폭력을 저질렀을 당시 나이대 선수를 만나는 자리를 마련하면 어떨까. 배구 클리닉이라고 부르든 간담회라고 부르든,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고 반성하는 기회의 자리를 마련하는 거다. 자신들이 잘못했던 바로 그 나이대 후배들이 폭력이 얼마나 나쁜 건지 자연스럽게 배울 수 있을 것이다.

프로야구에서는 실제로 그렇게 했던 사례가 있다. 승부 조작에 가담해 영구제명된 박현준이다. 그는 2017년 프로야구 신인 오리엔티어링 때 부정 방지 교육을 담당했다. 그는 “이 자리에 서도 될지 생각했다. 하지만 그래야 할 의무가 있다. 안 좋은 선례를 남겼다. 나를 보며 여러분은 후회할 행동을 하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반면교사도 정말 중요한 가르침을 줄 수 있으니까.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

Innovation Lab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