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이야기] 건강검진 "수 우 미…" 기준 아십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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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만일 건강 모범생을 자처한다면 수치에 강해야 한다. 각종 검사기법의 발달로 건강 상태를 수치로 가늠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받은 건강검진 결과표를 한번 펼쳐보며 항목별로 따져보자.

먼저 혈압. 고혈압의 기준은 수축기 혈압 140 이상, 이완기 혈압 90 이상이다. 그러나 140/90 미만은 정상이라며 마냥 안심할 일이 아니다. 검사수치도 칼로 무 자르듯 정상과 비정상을 이분법적으로 나눠선 곤란하기 때문이다. 혈압에 관한 한 120/80 미만을 유지해야 '수'판정을 받을 수 있다. 종전엔 130/85 미만이 건강한 혈압 수치의 기준이었다. 그러나 혈압이 낮을수록 뇌졸중과 심장병 등 성인병 발생률이 떨어진다는 연구결과가 보고되면서 건강 혈압에 대한 기준이 보다 엄격해졌다. 혈압 수치가 120 ~ 139/80 ~ 89인 사람은 비록 정상이지만 건강한 상태는 아닌 '직전 고혈압'단계로 굳이 성적표로 환산하면 '미'정도로 보면 된다.

이번엔 혈당을 살펴보자. 혈당도 기준이 엄격해졌다. 과거 공복시 혈당 140㎎/㎗ 이하를 당뇨라 했으나 1999년 세계보건기구 등에 의해 126㎎/㎗ 이하로 강화됐다. 그러나 공복시 126 이하라도 안심해선 곤란하다. 건강 혈당은 공복시 110 미만이라야 한다. 110~126인 경우 비록 당뇨 환자는 아니지만 언제든 당뇨가 생길 수 있는 고위험 상태다. 혈당에 관한 한 공복시 110 미만이라야 '수'판정을 받을 수 있다는 뜻이다.

콜레스테롤 수치도 중요하다. 콜레스테롤은 두 가지로 나눠 따져봐야 한다. 먼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등 나쁜 콜레스테롤로 알려진 LDL이다. LDL은 가능하면 100㎎/㎗ 미만이 좋다. 그러나 최근 미국 연구진의 보고는 LDL 수치가 낮을수록 좋다는 사실을 보여준다.심장병 환자 4000여명에게 2년 동안 스타틴 계열 콜레스테롤 저하제를 복용시켜 LDL 수치를 62㎎/㎗까지 낮춘 그룹은 95㎎/㎗까지 낮춘 그룹보다 심장병 재발과 사망률이 16%나 줄었다는 것이다.

반면 혈관의 기름때를 간으로 끌고가서 분해시켜 좋은 콜레스테롤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HDL은 높을수록 좋다. 기준은 보통 40㎎/㎗이다. 40 이상이면 정상이라는 뜻. 그러나 HDL은 다다익선이다. 단 1이라도 수치가 높을수록 좋다. 정상이라도 41보다는 42가 좋다. HDL에 관한 한 60 이상은 돼야 '수'판정을 받을 수 있다. 실제 평소 건강하게 살다 죽을 때 깨끗하게 숨지는 장수 노인들의 혈액을 조사해보면 HDL 수치가 80 이상으로 높은 경우가 많다.

이번엔 간효소 수치에 대해 알아보자. 일반인들이 알고 있는 대표적인 수치가 GOT와 GPT다. 그러나 오늘날 명칭이 GOT는 AST로, GPT는 ALT로 바뀌었다. 지금까지 정상치는 AST와 ALT 모두 40 이하였다. 40을 넘어가면 간에 탈이 났다고 보는 것이다. 그러나 최근 연세대의대 김현창.서일 교수팀이 전국 18만여명을 대상으로 8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AST의 경우 30 ~ 39일 경우 20 미만일 경우보다 간질환 사망률이 남녀 각각 8배와 18.2배로 나타났다. ALT의 경우도 남녀 각각 9.5배와 6.6배 증가했다. 간효소 수치에 관한 한 20 미만이라야 '수'판정을 받는다는 뜻. 실제 이번 연구결과로 의료계에선 현재 정상 판정 기준인 40 이하를 30 이하로 엄격하게 조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두 가지다. 첫째 건강모범생이라면 적어도 혈압과 혈당.콜레스테롤.간효소 수치 정도는 기억해야 한다. 동네의원에서 혈압계와 혈액검사를 통해 알 수 있다. 적어도 1년에 한번은 자신의 네 가지 수치가 어떻게 변동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혈압과 혈당, LDL 콜레스테롤, 간효소 수치는 낮을수록 좋다. 그러나 HDL콜레스테롤은 높을수록 좋다. 둘째 정상이라고 마냥 안심해선 안 된다. 정상이라도 등급이 있기 때문이다. 기왕이면 '수'판정을 받을 수 있어야겠다. 방법은 간단하다. 적게 먹고 많이 움직이면 된다. 여기에 금연과 절주를 곁들이면 충분하다. 이 같은 원칙을 지킨 뒤 1년 후 과연 자신의 수치가 좋아진 것을 확인하는 것도 건강관리의 즐거움이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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