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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일머니? 미국 자본?…족보 꼬인 쿠팡 국적 논란, 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쿠팡이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추진하면서 또다시 ‘국적’ 논란에 휩싸였다. 쿠팡은 2019년 7월 시작된 일본제품 불매 운동 당시에도 국적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이번 NYSE 상장을 놓고도 “미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한 것일 뿐”이라며 평가절하하는 여론도 만만치 않다. 권칠승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조차 16일 “미국 기업이 미국에 상장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권 장관의 말대로 쿠팡의 ‘족보’는 매우 복잡하다. 쿠팡을 만든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이민 1.5세로 미국 국적을 갖고 있다. 이번 상장하는 회사는 국내의 쿠팡 법인이 아닌 쿠팡의 지분 100%를 보유한 쿠팡의 모기업 ‘쿠팡LLC(쿠팡INC로 사명 변경)’인 것도 맞다.

이 쿠팡LLC의 이사회는 12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김 의장을 비롯해 우버 시스템을 만든 투안 팸 최고기술책임자(CTO), 아마존 출신 고라브 아난드 최고재무책임자(CFO), 밀리콤 출신 해롤드 로저스 최고행정책임자(CAO) 등으로 대부분이 미국인이다.

손정의 비전펀드, 절반 이상은 ‘오일머니’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쿠팡을 키운 자본금 역시 해외에서 왔다. 쿠팡의 대주주는 손정의 회장 일본 소프트뱅크이 주도하는 비전펀드다. 비전펀드는 쿠팡에 총 30억 달러(약 3조 3000억원)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비전펀드는 쿠팡LLC의 지분 37%가량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쿠팡이 일본의 자본금으로 큰 기업이라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비전펀드에 가장 많은 돈을 투자한 곳은 중동의 국부펀드다. 2017년 출범한 비전펀드 1호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45%)를 중심으로 소프트뱅크(28%), 아부다비 국부펀드(15%), 애플·폭스콘·퀄컴·샤프(총 5%) 등이 출자해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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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 상장 신고서엔 “쿠팡은 한국 기업”

하지만 쿠팡은 대부분의 사업을 한국에서 운영하는 한국 기업이라는 입장이다. 쿠팡이 12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S-1 신고서류에도 “우리가 전액 출자한 쿠팡은 한국 기업이며, 쿠팡과 쿠팡 계열사는 다른 나라와는 다른 비즈니스·문화 환경에서 운영된다”고 명시돼 있다.

지난해 일본제품 불매 운동 당시에도 쿠팡 측은 뉴스룸을 통해 “쿠팡은 한국에서 설립돼 성장했고, 사업의 99% 이상을 한국 내에서 운영하고 있다. 2만5000개 일자리를 만들어냈고, 연간 1조원에 이르는 인건비를 우리 국민에게 지급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진행된 2019년 7월 쿠팡이 뉴스룸에 게재한 입장문.

일본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이 진행된 2019년 7월 쿠팡이 뉴스룸에 게재한 입장문.

전문가들은 쿠팡 사례를 통해 국적에 대한 열린 시각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문형남 숙명여대 경영전문대학원 교수는“국적 논란을 떠나 쿠팡은 글로벌 자본을 한국에 유치해 한국에서 투자를 일으키고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이라며 “가뜩이나 외국인 직접투자(FDI) 금액이 6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자 유치를 장려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신민수 한양대 경영대학 교수는 “글로벌 기업에서 국가 개념이 사라진 지 오래지만 플랫폼 기업은 더군다나 국경이 없다”며 “오히려 지역을 따질 경우 각종 규제나 의무를 피해갈 수 있다는 점에서 쿠팡에 대한 국적 논란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이기대 스타트업얼라이언스 이사는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해외에 법인을 둔 기업이 국내에서 창출하는 이익을 해외로 가져가다 보니 국적에 대해 민감하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며 “쿠팡의 경우 투자와 세금 납부 등이 모두 국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국적 논란이 불필요하다”고 말했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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