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비용 중 3000억 건보서 충당…野 "무료라더니 거짓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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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해 보급 중인 코로나19 백신. [AFP]

화이자·바이오엔테크가 공동개발해 보급 중인 코로나19 백신. [AFP]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구매를 위해 건강보험 기금에서 비용을 일부 충당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여권이 “전 국민에게 무료로 접종하겠다”고 홍보한 것에 대해 야권이 비판하면서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16일 오전 코로나 백신과 관련해 “기존 5600만명분에 2300만명분을 추가해 총 7900만명분의 백신 도입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 설명에 따르면 이럴 경우 총 3조4000억원의 재원이 필요하다. 정부는 그중 90% 정도인 3조1000억원을 국가 예산에서 감당하고, 나머지 10% 정도인 3000억원을 건강보험 기금에서 충당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세금으로 채워지는 국가 예산과 건강보험료로 모아지는 건보 기금이 엄연히 다르다는 점이다.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 등 사회보험은 ‘수익자 부담’을 원칙으로 한다. 보험 가입자가 혜택을 보니 그에 맞게 보험료를 내라는 의미다. 반면 세금은 납세자에게 혜택이 돌아오는 것과 무관하게 납세 능력에 맞춰 부과된다. 국가 재정과 사회보험 기금이 분리된 이유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 오종택 기자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 오종택 기자

이와 관련해 이날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에선 구윤철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을 상대로 야당 의원들의 비판이 이어졌다. 국민의힘 윤두현 의원은 “무료 접종이라고 정해 놓고 결국은 나중에 (건강보험료 납부를 통해) 다 지불하는 식으로 어거지로 하면 과연 제대로 된 정책이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구 실장은 “재정에서 하나, 건보에서 하나 결국은 이건 국민 부담”이라고 답했다. 윤 의원이 “국민 부담이라고 이야기하면서 생색은 왜 자기들이 내냐”고 재차 묻자 구 실장은 “만약 건보에서 3000억원을 안 내면 국가가 채권을 발행해야 하니까 이자가 더 나가야 한다”고 맞섰다.

같은 당 성일종 의원은 “전 국민 무료 접종하겠다고 대통령이 말했다”며 “여당 의원들이 (설 연휴에) 전 국민 무료 접종 현수막을 게첩했는데, 대통령부터 여당 의원들이 거짓말하면 되느냐”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구 실장은 “거짓말한 건 아니다”라며 “대통령의 발언은 국민 주머니에서 (직접 돈이) 안 나온다는 의미”라고 재차 답했다.

성 의원은 “대통령부터 많은 사람들이 무료라고 해놓고 거짓말한 것이고, 행정적으로 잘못한 것이든 말을 잘못했든 누군가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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