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90%가 백신 맞겠다, 팔 걷어붙인 영국…국민 4분의1 접종

중앙일보

입력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의 백신 접종센터에 방문했다. 그는 이날 백신을 맞은 사람이 1500만명이 넘은 것을 언급하며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AFP=연합뉴스]

지난 15일(현지시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가 런던의 백신 접종센터에 방문했다. 그는 이날 백신을 맞은 사람이 1500만명이 넘은 것을 언급하며 "중요한 이정표"라고 평가했다. [AFP=연합뉴스]

세계에서 가장 먼저 화이자의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시작했던 영국이 약 두 달 만에 1500만명 접종을 완료했다. 접종률로 따지면 이스라엘과 아랍에미리트(UAE) 다음이다.

영국 성인의 24%가 백신 1차 접종 마쳐 #9월까지 모든 성인에게 백신 접종 계획 #접종 간격 연장 놓곤 전문가 우려도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15일(현지시간) “1500만명이 백신을 접종했다”며 “중요한 이정표를 달성했다”고 발표했다. 존슨 총리는 “백신 접종 두 달 만에 특출한 성과를 냈다”며 “영국 전체의 노력 덕분”이라고 말했다.

1500만명은 영국이 백신 우선순위 집단으로 선정한 9개 그룹 중 4개 그룹에 해당하는 규모다. 여기에는 요양원 거주자, 의료진, 70대 이상 고령층, 의료 취약계층이 포함됐다. 앞서 영국 정부는 2월 중순까지 이 4개 그룹에 대해 백신 1차 접종을 끝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블룸버그통신의 백신트래커에 따르면 영국의 백신 접종률은 약 24%다. 이는 이스라엘(72%)과 아랍에미리트(47%) 다음이지만, 인구가 6700만명에 달하는 만큼 앞선 나라 못지 않게 효율적으로 백신 접종을 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영국 정부는 4월 말까지 50세 이상인 나머지 백신 우선순위 그룹에 대해 백신 접종을 끝마칠 계획이다. 이후 9월까지 영국의 모든 성인에게 백신을 접종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존슨 총리는 “이 정도 접종 속도를 유지하고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다면 충분히 할 수 있는 목표”라고 밝혔다.

◇국민의 90%가 백신 맞겠다… 세계 최고

영국이 ‘특급 접종’을 할 수 있던 데는 영국인들의 적극적인 접종 참여가 있다. 맷 핸콕 영국 보건사회복지부 장관은 15일 스카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고령층들의 90% 이상이 백신 접종을 받아들였다. 우리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적극적인 참여 의지”라며 백신 접종 성공의 배경을 설명했다.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는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15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사를 조사했다.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영국이 89%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 응답자의 78%가 백신을 접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입소스 캡처]

여론조사기관 입소스는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15개국 성인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백신 접종 의사를 조사했다. 백신을 맞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영국이 89%로 가장 높았다. 한국은 응답자의 78%가 백신을 접종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다. [입소스 캡처]

여론조사기관의 자료를 살펴보면 영국인들의 백신 접종 의사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입소스가 지난 9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영국 성인 응답자의 89%가 백신 접종에 강력하게 동의하거나 다소 동의한다고 답했다. 이는 입소스가 조사한 15개국 중 가장 높은 비율로, 브라질(88%)과 중국(85%)이 그 뒤를 이었다. 반면 러시아와 프랑스가 각각 42%와 57%로 백신을 맞겠다는 응답자의 비율이 가장 낮았다.

◇2차 접종 기간 3주→12주

BBC와 가디언 등 현지 언론들은 영국 백신 접종 속도의 비결로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 등 정부 중심의 체계적인 백신 접종 프로그램과 백신의 접종 간격 연장 등을 꼽았다.

영국은 지역사회 중심의 1차의료기관, 거점 병원 그리고 대규모 백신 센터 등 크게 세 가지 경로를 통해 백신 접종을 진행하고 있다. 영국 전역에 백신 접종 센터만 2700개가 넘고, 거동이 불편한 고령층과 요양원 거주자를 위해 이동식 백신 접종팀도 가동하고 있다. 접종 대상자들은 온라인이나 전화로 직접 예약을 할 수 있고, 동네 주치의에 해당하는 GP(일반의)는 백신을 맞지 않은 각 지역의 대상자에게 연락해 백신 접종을 돕는다.

여기에 백신의 1·2차 접종 간격을 늘린 것도 접종 속도를 높였다. 현재 영국에서 투여 중인 백신은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백신인데, 두 백신 모두 각각 3주와 4주 간격으로 2번 접종이 필요하다. 하지만 영국 보건 당국은 지난달 초 1차 접종자를 늘리기 위해 접종 간격을 최대 12주로 늘리는 '고육책'을 내놨다.

백신 종류별 특성.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백신 종류별 특성.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영국 정부의 백신 데이터에 따르면 12월 40만명 미만이던 일주일 누적 백신접종자는 1월 둘째 주 약 110만명으로 뛰었고, 2월 들어선 290만명까지 올라갔다. 다만 이 때문에 미국의 경우 1·2차 백신 접종률이 각각 11.8%와 4.4%지만, 국민 24%가 1차 접종을 한 영국에서 2차 접종까지 마친 비율은 0.8%에 불과하다.

◇인종·소득별 차이 뚜렷

백신 접종이 균등하게 이뤄지지 않는 점도 문제다. NHS 자료에 따르면 소득수준에 따라 영국을 다섯 지역으로 분류했을 때 가장 높은 지역의 고령층 백신 접종률은 85%인 반면, 가장 낮은 지역은 73%였다.

인종별 차이도 뚜렷했다. 우선 접종 대상에 속하는 의료진 중 백인 접종률은 71%, 흑인 접종률은 36.8%였다. 마찬가지로 80세 이상 고령층 중 백인의 접종률은 82%지만, 흑인의 접종률은 48%였다.

영국이 1차 접종 대상자를 늘리기 위해 도입한 12주 간격 백신 투여에 대해서도 영국의학협의(BMA) 등 전문가 사이에서는 면역 효과의 지속성 등을 놓고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