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중 니코틴 노출, 영구 뇌기능 손상

중앙일보

입력

임신 중 태아상태에서 니코틴에 노출되면 10대가 되었을 때 흡연에 쉽사리 빠져들 뿐 아니라 뇌의 인식기능도 저하된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동물실험 결과가 나왔다.

미국 듀크 대학 메디컬 센터 신경생물학교수 시어도어 슬로트킨 박사는 '신경정신약리학' 5월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임신 중 담배를 피운 여성이 출산한 아이가 흡연습관에 빠지기 쉽고 학습능력이 저하된다는 사실이 동물실험을 통해 생물학적으로 확인되었다고 밝힌 것으로 의학뉴스 전문 통신 헬스데이 뉴스가 25일 보도했다.

임신 중 니코틴 노출이 나중에 기억-학습-감정통제에 문제를 일으킨다는 사실은 지금까지 통계상으로만 밝혀져 왔다.

슬로트킨 박사는 이를 생물학적으로 증명하기 위해 새끼를 밴 쥐들 중 일부에만 니코틴을 노출시키고 이들이 낳은 새끼가 사람의 "10대 전"과 "10대"에 해당하는 시기에 이르렀을 때 다시 한번 니코틴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태어나기 전 니코틴에 노출된 쥐들은 일부 뇌세포가 손실되면서 기억-학습, 감정통제를 관장하는 뇌부위 활동 저하가 "10대" 이후까지 지속되었다.

슬로트킨 박사는 또 이들이 "10대"에 2차로 니코틴에 노출되자 니코틴 중독에 쉽게 빠져들었다고 밝히고 이는 니코틴이 인식능력의 저하를 보상하기 때문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니코틴은 학습과 기억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뇌 속의 화학물질인 아세틸콜린과 비슷한 작용을 하며 따라서 이 기능이 저하되었을 때 니코틴을 투여하면 이 기능이 회복된다고 슬로트킨 박사는 설명했다.

슬로트킨 박사는 이는 자궁 속에 있을 때 니코틴에 노출되어 뇌의 기억-학습-감정통제 회로가 손상된 아이가 나중 10대가 되어 한 두 번의 흡연으로 습관성 중독에 빠져드는 이유를 설명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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