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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인인사이트] KB금융, 신한금융지주 합쳐도 카카오 못 이기는 이유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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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금융지주사들은 지난해 2조~3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증시 호황 덕분이다. 하지만 이들 금융지주사가 주식 시장에서 받은 성적표는 화려한 실적에 비하면 다소 초라하다. 은행주 1위인 KB금융의 시가총액이 약 18조9193억원, 2위 신한금융지주가 약 17조220억원 수준이다. 반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의 기업가치는 약 40조원에 이른다. 1, 2위 금융사의 미래 몸값을 합쳐야 카카오 하나의 미래 몸값이 되는 셈이다.

카카오와 기존 금융사들의 미래 몸값은 어디서 갈리고 있을까.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은행이 되었나〉를 쓴 김강원 베인앤드컴퍼니(BAIN&COMPANY) 컨설턴트는 누가 밀레니얼 세대를 잡았느냐가 핵심이라고 분석했다. 김 컨설턴트는 핀테크 기업에서 사업기획과 IPO(기업공개) 전략을 짰던 경험을 바탕으로 기존 디지털 금융 시장을 변혁하는 핀테크 기업들의 파괴적 비즈니스 모델을 연구하고 있다.

김 컨설턴트는 카카오뱅크 첫날 고객의 절반 이상이 밀레니얼 세대였음을 예로 들어 설명했다. 카카오뱅크는 첫 출시 12시간 만에 시중은행이 1년간 유치한 신규 고객 15만5000명을 가뿐히 뛰어넘는 18만7000명의 고객을 끌어모았는데, 고객의 65%가 바로 밀레니얼 세대였다. 밀레니얼은 이후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토스 등의 핀테크 서비스 성장을 주도해왔다.

그렇다면 밀레니얼이 원하는 금융은 어떻게 다르기에 몇 년 사이 금융의 판도가 이같이 뒤바뀐 걸까? 기존 금융사들은 이대로 카카오에 자리를 내주게 되는 걸까? 김 컨설턴트는 "핀테크는 기술 혁명이 아닌 금융 서비스 비즈니스 모델의 변화임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컨설턴트는 오는 2월26일 폴인 온라인 세미나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MZ의 은행이 됐나〉에 연사로 나선다. 다음은 일문일답.

김강원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김강원 베인앤드컴퍼니 컨설턴트

핀테크는 이제는 금융의 메기를 넘어 대세가 된 것 같습니다. 단적으로 카카오는 기존의 금융사들에 비해 얼마나 잘하고 있나요?
현재 카카오뱅크 서비스  월간 활성 이용자(MAU) 수는 1200만명입니다. 독보적인 1등이죠. 반면 기존 은행의 경우 KB 스타뱅킹을 예로 들자면 앱 서비스 MAU가 1050만명가량으로 카카오와 10% 이상 차이가 납니다. 전체 KB 국민은행 고객이 3100만여명인 걸 생각하면 3분의 1만이 앱을 사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고요.
이런 카카오뱅크의 성장에는 밀레니얼 고객 확보가 주효했을까요?
밀레니얼이 핀테크의 최초 성장을 주도한 것은 사실입니다. 초기 고객의 80% 가량은 밀레니얼입니다. 그러다가 점점 중장년층까지 확산하는 겁니다.(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에 계좌를 개설한 고객은 지난해 기준 1254만 명으로 경제활동인구의 44.3%다. 20~40대 침투율은 47.6%를 기록했고 코로나19에 따른 비대면 거래 확산으로 지난해 5월 이후 50대 이상의 카카오뱅크 계좌개설 비중이 신규 고객 중 17.5%로 늘었다.)
IT 기술력의 차이인가요?
서비스, 즉 앱이 얼마나 잘 만들어졌나가 중요했다고 봅니다. 밀레니얼들은 자산이 별로 없기 때문에 이자 0점 몇 프로(%) 더 주는 것에 민감하지 않습니다. 이자 100원, 200원 더 받는 것보다 내가 지금 더 간편하고 직관적으로 이 앱을 쓸 수 있느냐가 중요한데 카카오는 이를 잘 구현했죠.
조금 더 구체적으로 밀레니얼이 원하는 금융이 무엇이 다른가요?
서비스를 만드는 철학이 다릅니다. 기존 금융사에서는 IT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고 앱이면 다 똑같다는 생각이 일반적입니다. 그런데 사실 굉장한 차이가 존재하죠. 버튼을 하나 어떻게 만들어서 사용자 액션을 하나 어떻게 설계하는가가 서비스 품질에는 어마어마한 차이를 만듭니다. 기존 금융사들은 앱을 하나 만들면 금융사 최초 출시했다고 언론 홍보를 하고 연예인 광고를 돌리고 끝나죠. 하지만 스타트업은 그렇지 않죠. 고객에게 얼마나 인정받느냐 얼마나 서비스를 얼마나 극도로 잘 만드느냐에 집중합니다.
핀테크 기업에 몸담았던 경험도 있는데요. 버튼 하나도 만드는 게 다르다고 했는데 어떻게 다른가요?
고객이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아도 막힘 없이 쓸 수 있어야 합니다. 버튼 색깔이 회색인지, 노란색인지에 따라 소비자가 쓰는 에너지가 달라지죠. 밀레니얼은 스크롤 세대입니다. 워낙 주어지는 정보가 많다 보니 꼼꼼하게 읽고 이해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기성세대와 달리 직관적인 인터랙션을 선호하죠. 내가 이 서비스를 고민하면서 썼다는 느낌을 받게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예를 들어 카카오뱅크는 다른 은행들의 모바일 뱅킹보다 더 많은 기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꼭 필요한 조회, 이체, 상품 가입 기능만 남기고 나머지는 다 없앴죠. 대신 소수의 기능을 극도로 간편하게 하는 데 집중한 겁니다. 어차피 절대 다수의 밀레니얼은 카카오뱅크의 핵심 기능만 사용할 것이었기 때문에 반응도 폭발적이었죠.
지난해 12월, 21년 만에 공인인증서가 결국 폐지됐는데요. 생채 인증 같은 간편한 인증으로 밀레니얼에게 소구했던 핀테크가 결국 옳았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공인인증서가 그동안 여러 인증 수단들보다 우월적인 지위를 보장받았죠. 그래서 새로운 보안 인증 방식들이 시장에서 자리 잡기 어려웠습니다. 해외에서는 옥타(Okta), 핑아이덴티티(Ping Identity) 같은 기업들이 성장하며 더 안전하면서도 간편한 보안 방식들이 등장했지만, 한국엔 이런 성장 기회가 없었죠. 하지만 공인인증서의 우월적인 지위가 더는 인정되지 않으면서 통신 3사의 패스(PASS), 카카오페이 인증, 네이버 인증서 간에 선의의 경쟁이 본격화될 겁니다. 이런 변화는 보안이 더는 고객 불편을 통해서가 아니라 시스템적인 검증 절차에 기반을 둬 강화되고 있다는 데 그 의미가 있습니다. 이제 인증은 생체인증이나 개인식별번호(PIN)가 대세가 될 겁니다. 대신 이때 스마트폰이나 PC에서는 고객의 접속 환경, 보안 모듈에 대한 검증 절차를 거쳐서 고객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시스템적인 검증을 수행하는 거죠. 보안이 더는 고객 개인의 인증서 관리에 의존하지 않게 되면서 간편함은 물론 보안도 보다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서울 지하철 을지로입구역에 걸린 카카오뱅크 채용 광고

서울 지하철 을지로입구역에 걸린 카카오뱅크 채용 광고

핀테크에는 고객 뿐 아니라 인재도 몰리고 있어요. 최근 서울 을지로입구 지하철역에 카카오뱅크의 IT 개발자 채용 공고가 붙었더군요. 주요 은행들의 본점이 몰린 대한민국 대표 은행가에 말이죠. IT 개발자 뿐 아니라 젊은 은행원들도 핀테크 회사들에 관심을 보인다고 하구요.
인재들 가운데 특히 개발자는 카카오뱅크, 네이버파이낸셜을 선호합니다. 실력있는 개발자들이 몰리니 핀테크 회사들과 기존 은행들의 기술 격차는 더 커지고 있구요. 밀레니얼들이 기존 금융사를 떠나는 데는 조직문화 영향도 커요. 밀레니얼은 일이 주는 의미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요. 큰 은행에선 할 수 있는 일이 적었지만, 핀테크 기업에서는 역동적으로 커 가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는 데서 차이가 있지 않나 싶습니다.
기존 금융사들은 어떻게 하면 밀레니얼을 잡을 수 있을까요.
조직문화가 바뀌지 않는다면 잡을 수 없을 거라고 봅니다. 실제로 잘 나가는 핀테크 업계 사람들과 대화를 해보면 ‘어느 은행에서 우리 서비스를 베꼈다’하는 이야기를 듣곤 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너무 별로여서 3개월 전에 없앤 화면 구성을 지금 따라 하고 있다’는 식의 이야기할 때가 많아요. 금융권 회사들이 모방해야 하는 대상은 핀테크 기업들의 서비스가 아니라, 핀테크 기업들이 어떤 의사결정 체계와 어떤 철학과 어떤 고민을 가지고 이 서비스를 만들어 냈느냐여야 합니다. ‘어떤 핀테크 서비스의 화면이 어떻게 구성됐더니 고객들이 잘 쓰고 있다’는 것은 지금 흘러가는 상황의 어떤 일부분 일인 것이죠. 사람과 문화가 바뀌지 않고서는 계속해서 치고 나가는 핀테크를 따라잡지 못할 수 있습니다.
금융사 초청을 받아 임원들을 상대로 강연도 하는 걸로 압니다. 금융사 임원들이 말하는 고충은 무엇인가요?
첫 번째는 모두가 앱을 만들자고 해서 주변 경쟁사들도 너나없이 앱을 만들긴 했는데 이 방향이 맞는 건가? 구색만 갖췄는데 앞으로 어떻게 디지털 부문을 다져나가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고충이 있고요. 두 번째는 밀레니얼이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겁니다. 저는 앱을 만들면 끝이 아니라 지표를 챙겨가면서 서비스를 키우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습니다.
반면 카카오, 네이버, 토스 같은 핀테크 기업들에 과제가 있다면요?
가장 큰 과제는 신용평가 역량입니다. 카카오나 네이버가 아무리 잘하고 있다고 해도 지금은 중금리 대출 같은 안정적인 영업 위주로 하고 있거든요. 고신용자 중심의 안정적인 영업이죠. 핀테크가 존재하게 됐던 이유, 금융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구제하겠다는 원래 취지에는 맞지 않는 모습이죠. 핀테크가 지금보다 나은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하면 대출 금리를 더욱 깎을 수 있고, 그럼 기존 금융사에 비해서도 더욱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에도 나이스신용평가라든가 외부 신용평가를 사용하는 데 그치고 있죠. 신용평가 역량을 고도화하는 것이 앞으로의 핀테크 서비스 경쟁력을 높이는 가장 핵심일 것이라고 봅니다. 플랫폼 파워를 중심으로 한 지금의 영업에서 금융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쪽으로 투자가 필요하겠죠.
한편으론 국내 핀테크 업계가 카카오, 네이버, 토스 3강 구도로 굳어진 것 같습니다. 새로운 핀테크 강자가 등장할 수 있다고 보나요?
현재 국내 핀테크가 3강 구도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개별 서비스에 금융 서비스를 접목한 형태의 핀테크 서비스는 더욱 많아질 것이라고 봅니다. 쿠팡에서 쿠페이를 내고 SSG가 쓱페이(SSG 페이)를 내고, 이베이코리아가 스마일페이를 출시했죠. 이렇게 금융 접목 서비스들이 나오면서 더욱 파편화된 여러 핀테크 서비스가 존재하게 될 걸로 봅니다. 앞으로 금융지주사가 누가 될 수 있겠냐고 한다면 카카오, 네이버, 토스 3곳 중 하나일 것이고요. 새로운 핀테크 스타트업은 저 3곳의 플랫폼 안에서 성장하거나 혹은 아주 니치(Nitch·틈새) 한 고객그룹을 위한 금융 서비스를 만들 수 있겠습니다.
앞서 나가 있는 해외 핀테크 시장에서 핀테크 업계 미래를 전망해볼 수 있을까요? 글로벌 핀테크 시장은 현황은 어떤가요?
크게 미국과 중국으로 나눠 살펴볼 수 있습니다. 두 그룹은 성장방식이 매우 다릅니다. 미국 핀테크 기업들은 보험이면 보험처럼 각각의 카테고리에를 잠식하는 것에 집중합니다. 반대로 중국은 사실상 텐센트 위챗, 알리바바의 앤트그룹 등 플랫폼 지주사 중심으로 움직입니다. 송금 투자 보험 모두 다 하겠다는 것이죠. 핀테크 시장의  2014년, 2015년부터 시작된 핀테크 시장이 이제는 도입기를 지나 성장기로 접어들었다고 보입니다. 미국에서는 이미 레모네이드와 오픈도어가 상장했고 소파이도 조만간 상장하는 등 핀테크 시장이 일종의 결실을 거두어가는 마일스톤(이정표)의 시기로 분석됩니다.

김 컨설턴트가 핀테크 업계의 새로운 판도를 분석하는 온라인 세미나 〈카카오와 네이버는 어떻게 MZ의 은행이 됐나〉는 26일 열린다. 폴인멤버십 회원이라면 누구나 무료로 시청할 수 있다. 신청은 폴인 웹페이지에서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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