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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랫집 외조부모 살았다…미라로 발견 3세, 6개월 미스터리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아이 친모의 부모 아래층에 살아  
경북 구미시 한 빌라에서 숨진 뒤 수개월 만에 발견된 3세 여아. 경찰은 20대 친모 A씨가 딸을 집에 홀로 버려두고 떠날 때 아이가 살아 있었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하고 있다.

[사건추적] #구미서 미라 상태로 발견된 3살 여아

경찰은 또 A씨의 집 바로 아래층에 살았던 A씨 부모가 어째서 인기척을 느끼지 못했는지 등도 살펴보고 있다. A씨가 6개월 전 이사를 가 윗집이 비어 있다는 것을 A씨 부모가 알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서다.

숨진 아이는 지난 10일 오후 3시쯤 구미시 A씨 빌라 아래층에 사는 외조부, 즉 A씨의 부친이 발견했다. 계약 만료로 집을 비워달라는 집주인의 연락을 받고 딸의 집을 방문한 A씨의 부친이 홀로 방치된 아이의 시신을 발견하고 신고했다. 시신은 형체를 알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부패한 상태였다. 발견 당시 집은 난방이 되지 않았고 주위는 쓰레기 더미가 가득했다.

경북 구미서 3살 딸을 방치해 사망케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친모 A씨가 설날인 12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경북 구미서 3살 딸을 방치해 사망케 한 혐의를 받고 있는 친모 A씨가 설날인 12일 대구지법 김천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구속 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나서고 있다. 뉴스1

경찰 "아이 친모와 조부모 사이 나빠"
A씨의 부모가 6개월여간 손녀의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도 이를 수상하게 여기지 않았다는 데 대한 의문도 남는다. 경찰은 A씨가 부모와 비정상적으로 사이가 좋지 않았던 것을 그 이유로 보고 있다. 왕래는 물론 서로 연락도 뜸해 손녀가 숨진 사실도 알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경찰 관계자는 “A씨가 미성년자일 때 아이를 낳고 부부 사이도 원만하지 않았던 것 등 부모와 사이가 안 좋을 만한 이유는 많았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아울러 경찰은 A씨의 살인 혐의를 입증하는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친모가 아이를 살해하고 사체를 유기하거나, 다른 곳에서 죽은 아이 사체를 빌라에 갖다 놓는 행위를 하지 않고 단순히 아이를 홀로 남겨두고 떠났더라도 살인 혐의가 적용될 수 있다는 게 경찰의 판단이다. 부모의 보살핌이 필요한 3세 여아를 집에 혼자 방치하는 것만으로도 아이가 숨진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어서다.

이와 관련 A씨는 지난 12일 살인 혐의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을 당시 범행 동기 등을 묻는 취재진의 질문에 아무런 답변을 하지 않았다.

한편 숨진 여아의 부패 상태가 심해 부검에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사망 원인뿐 아니라 생전에 학대를 당했는지 아닌지를 조사해야 하는데 장기가 심하게 부패해 조사에 어려움이 있다. 구미경찰서 관계자는 “이르면 18일쯤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이지만 이보다 시일이 더 걸릴 수도 있다”고 했다.

앞서 A씨는 6개월 전인 지난해 8월쯤 원래 살던 빌라 인근으로 이사했다. 그 과정에서 아이를 홀로 두고 떠났다. 그러면서도 최근까지 매달 지자체가 지급하는 양육·아동수당 20만원도 받아왔다.

A씨는 경찰에서 아이를 버리고 떠난 이유에 대해 “전 남편 아이라 보기 싫었다”고 진술했다. 또 “친부와 연락이 끊긴 지 오래됐고 아이를 키우는 과정에서 경제적으로 아주 힘들었다”고 했다.

구미=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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