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후2주 아기 맞아 죽었는데…119 불러 심폐소생술 한 부부[영상]

중앙일보

입력 2021.02.15 05:00

업데이트 2021.02.15 07:10

지난 12일 전주 덕진경찰서에서 생후 2주 된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긴급체포된 20대 부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지난 12일 전주 덕진경찰서에서 생후 2주 된 아들을 학대해 숨지게 한 혐의(아동학대치사)로 긴급체포된 20대 부모가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침대서 떨어져"→"분유 토해 때렸다"

전북 익산에서 생후 2주 된 친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구속된 20대 부부가 "119에 신고하기 이틀 전 아이의 얼굴 등을 수차례 때렸다"고 자백했다. 이들 부부는 폭행 후 사흘간 아이가 시름시름 앓는데도 병원에 데려가지 않았다. 119구급대 출동 당시 친부는 숨이 멎은 아이에게 심폐 소생술을 하고 있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사건추적]
전북 익산서 아동학대치사 사건 발생
20대 부부 구속…"때린 건 맞다" 자백

전북경찰청 여성청소년수사대는 14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구속된 A씨(24)와 B씨(22·여) 부부 모두 '아들을 때린 건 맞다'며 혐의 일부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들은 "죽을 만큼 때리지 않았다", "죽을 줄 몰랐다"는 취지로 살해의 고의성은 부인했다.

"아이 너무 작아 엄지로 심폐소생술"

A씨 부부는 지난 7일과 9일 사이 자신들이 거주하는 익산시 한 오피스텔에서 지난달 27일 태어난 둘째 아들을 폭행해 숨지게 한 혐의다. A씨는 지난 9일 오후 11시57분쯤 "아이가 침대에서 자다가 바닥에 떨어졌다. 숨을 쉬지 않는다"며 119에 신고했다. 119구급대가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침대에 아들을 눕힌 채 심폐 소생술을 하고 있었다.

소방당국은 "당시 아이는 호흡이 없었고, 심정지 상태였다"고 전했다. 아이가 너무 작아 구급대원 2명이 각각 엄지손가락으로 심폐 소생술을 하고 입에 산소 호흡기를 대며 병원으로 옮겼지만, 아이는 깨어나지 못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 부검의 1차 소견에 따르면 아이의 사인은 외상성 두부 손상에 의한 뇌출혈이었다.

1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 덕진경찰서에서 생후 2주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20대 부모가 말 없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12일 전북 전주시 덕진구 전주 덕진경찰서에서 생후 2주 된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혐의로 긴급체포된 20대 부모가 말 없이 호송차로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얼굴 멍자국…두부 손상에 의한 뇌출혈"  

당초 A씨 부부는 "아이가 스스로 몸을 움직여 침대에서 굴러떨어졌다"며 아동학대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이 검시 과정에서 아이 얼굴과 이마 등에서 멍 자국을 확인한 뒤 '신생아가 어떻게 혼자 움직이냐'고 추궁하자 혐의 일부를 시인했다.

경찰은 119 신고 이튿날인 지난 10일 오전 6시30분쯤 A씨 부부를 긴급체포한 뒤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전주지법 군산지원은 지난 12일 "도주 우려가 있다"며 두 사람의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A씨는 경찰에서 "지난 7일 아이가 분유를 먹은 뒤 토하고 계속 울면서 떼쓰자 얼굴 등을 손바닥으로 석 대 정도 때렸다"고 말했다. B씨도 비슷한 이유로 "나도 아이를 몇 대 때렸다"고 진술했다. 경찰 안팎에서는 "A씨 부부가 아이의 죽음을 사고사로 위장하기 위해 뒤늦게 119를 불러 심폐 소생술을 연기하고 '침대에서 떨어졌다'고 입을 맞춘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10일 전북 익산소방서 소속 119구급대원 2명이 생후 2주 된 남자아이 입에 산소 호흡기를 끼운 채 심폐 소생술을 하고 있다. 사진은 당시 구급차 내부 CCTV 영상 캡처. [사진 익산소방서]

지난 10일 전북 익산소방서 소속 119구급대원 2명이 생후 2주 된 남자아이 입에 산소 호흡기를 끼운 채 심폐 소생술을 하고 있다. 사진은 당시 구급차 내부 CCTV 영상 캡처. [사진 익산소방서]

1년 전 첫째딸도 학대…재판 중 또 범행

A씨는 자신의 첫째 딸을 학대한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는 중에 또다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경찰 등에 따르면 그는 지난해 2월에도 당시 생후 3개월이던 맏딸이자 숨진 아이의 누나 얼굴을 수차례 때린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당시 아내 B씨는 "남편이 딸을 학대한다"며 경찰에 신고했다. 한 살배기 첫째 딸은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하고 있다.

2018년에 혼인 신고를 한 A씨 부부는 무직 상태로 생활고를 겪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아이가 사망하기 전 지자체에 출산장려금과 육아수당 등을 신청했다고 한다.

A씨 부부는 지난 1일 산부인과에서 퇴원한 후 오피스텔에서 아들을 키워 왔다. 이후 범행 전까지 육아를 하며 5~10분씩 마트 등을 다녀오는 것 외에 장시간 외출한 적은 없었다고 경찰은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살해의 고의나 상습적인 학대가 있었는지 등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익산=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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