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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변회 첫 로스쿨 출신 회장 "방만한 로스쿨 도태돼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달 25일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1기 출신인 김정욱 변호사(42ㆍ변호사시험 2회)가 114년 역사의 서울지방변호사회 회장으로 선출되자 법조계가 들썩였다. 로스쿨 출신이 처음으로 '법조 3륜'의 한축인 변호사업계 주류로 입성하면서 ‘세대교체’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기 때문이다. 김 신임 회장은 1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로스쿨이 도입된 지 12년이 됐는데 우수한 학생을 키워낼 실력이 없는 로스쿨은 도태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아래는 김 회장과 주요 인터뷰 내용.

114년 역사 서울변회 첫 로스쿨 출신 회장 #김명수 탄핵발언 사태엔 "발언 조심스럽다"

"검사도, 판사도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신임 회장이 1월 29일 서초동 서울변회 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신임 회장이 1월 29일 서초동 서울변회 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최초 로스쿨 출신이자 청년회장, 이 타이틀만으로 화제를 불렀다.
사실 나이는 문제가 아니다. 나승철 변호사(44)는 2013년도에 나보다 훨씬 젊은 나이(당시 36살)에 서울변회 회장을 했고 바로 전임 회장인 박종우 변호사(47)도 취임 기준으론 나와 나이는 비슷하다. 다만 법조인들이 나를 두고 세대교체 얘기를 많이 하는데 비단 변호사업계에서만 느끼는 일은 아닐 것이다. 법원과 검찰도 매해 로스쿨 출신 검사와 판사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집행부를 꾸리면서 현재 법조계의 이념 갈등이 극심해 부담이 많았을 텐데.
나는 변호사의 시작을 ‘세월호’로 시작한 것이나 다름없다. 2016년 참사 당시 박주민 변호사(현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와 함께 대한변호사협회 세월호참사 지원특위 위원을 하며 500명 가까운 세월호 사태 지원 변호인단을 중앙에서 지원하는 역할을 했다. 당시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에서 이 역할을 맡겠다는 제안도 있었지만 대한변협이 정치 중립성을 중요하게 여겨 직접 지원특위를 꾸린 거다. 나는 과거에도 어떤 활동을 하든 정치적 중립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왔다.
이번 김명수 대법원장의 임성근 부장판사 탄핵 발언 사태는 어떻게 보나.
법원 안팎의 논란은 잘 알고 있지만 서울변회 회장으로서 취임하자마자 그 부분에 대해 발언하기 조심스럽다. 자칫하면 정치적 오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다. 양해 바란다.
집행부에 진보적 민변과 보수적 한변(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모임) 출신이 섞여 있다.
어느 정도 의도적으로 구성한 거다. 변협이나 서울변회는 항상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비판을 많이 듣곤 한다. 이쪽에는 ‘왜 변회가 목소리를 안 내고 침묵하느냐’고 질타하는가 하면, 다른 쪽에서는 ‘왜 편향된 얘기를 하느냐’고 한다. 나는 엔지니어(공학도) 출신인 만큼 정치 성향은 무색에 가깝다. 이슈를 방관하겠다는 게 아니라 법치주의적 관점으로 서울변회 내부에서 치열한 토론을 거쳐 합의점을 찾는 부분에 관해 목소리를 내면 될 것 같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신임 회장이 1월 29일 서초동 서울변회 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정욱 서울지방변호사회 신임 회장이 1월 29일 서초동 서울변회 회관에서 중앙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1998년 성균관대 공대 시스템경영공학과를 입학한 뒤 2005년 같은 대학원(석사)을 졸업한 공학도였다. 로스쿨 원년인 2009년 서울시립대 로스쿨 1기생으로 입학해 2012년 졸업했고 이듬해 변호사시험에 합격했다. 2015년 로스쿨 출신 변호사들로 구성된 한국법조인협회 초대 회장을 맡기도 했다.

로스쿨 출신 첫 회장인데 '로스쿨 학생 수 감축'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현재 로스쿨들이 정말로 개선해야 할 점은 방만한 운영이다. 최근엔 10%대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보이는 로스쿨까지 생겼는데 이는 학생의 자질보다 학교마다 커리큘럼의 질이 크게 차이가 나기 때문이다. 각 학교가 학생들의 실력을 키우려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못하면 도태되어도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당장 할 수 있는 건 로스쿨 입학 중도 탈락자 수만큼 다음 해에 추가로 뽑을 수 있는 ‘결원보충제’를 교육부가 더는 연장하지 않게 하는 것이다. (※지난 12일 결원보충제를 2022학년도까지 2년 더 연장하기로 하는 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 학교 재정 때문인데 신입생을 무리하게 뽑으면 결국엔 모두가 힘들어지는 거다.  
지난달 29일 윤석열 검찰총장과도 만났는데
윤 총장에게 국민이 변호인으로부터 조력을 받을 권리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방안을 건의했다. 대표적인 게 변호사의 ‘비밀유지권(ACP.Attorney-Client Privilege)’이다. 검찰이 변호사 사무실을 압수 수색을 하는 일이 늘면서 의뢰인의 기밀까지 다 누설되는 위험이 있다. 변호사를 믿고 상담했는데 변호사와 상담자료가 내 유죄의 증거로 쓰인다면 누가 변호사를 찾겠는가. 특히 기업의 경우 비밀유지권이 보장되지 않아 오히려 깜깜이식 경영으로 가게 된다. 윤 총장은 부당한 침해 사례가 있는지 취합해보겠다고 답했다. 1시간가량 얘기했는데 굉장히 소통이 잘 된다고 느꼈다.

김 회장은 최근 온라인 법률상담 플랫폼 등이 변호사 ‘불법 알선’에 가깝다며 이들과 소송전도 벌여오고 있다. 그는 “국민이 보기에는 변호사들의 밥그릇 싸움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법조계가 전반적으로 어려워지면 그 피해는 국민에게 돌아간다”며 “정말 어려운 사람들에게는 법률서비스를 무상 제공해주더라도 공익과 공익이 아닌 것의 경계는 명확히 해서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사라 기자 park.sar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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