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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해외 뭉칫돈 쓸어담은 중국, 무슨 '비결'이라도?

중앙일보

입력

중국이 지난해 ‘세계 최대 외국 자본 유입국’으로 등극했다.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최근 발표한 ‘글로벌 투자 트렌드 점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의 외국인직접투자(FDI) 총액은 42% 감소했지만, 중국의 FDI는 증가했다. 약 1조 위안(약 173조 2300억원). 전년 대비 6.2% 오른 수치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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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흥미로운 지점은 미국과의 비교 수치다. 미국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2016년(약 4720억 달러) 최고치를 기록했지만 이후 계속 감소하는 추세다. 그러나 같은 해 약 1340억 달러에 불과했던 중국에 대한 투자는 이후 계속 증가하고 있다. 여전히 미국에 대한 투자금이 더 많긴 하지만, 중국 시장이 점점 더 매력적으로 떠오르고 있단 얘기다.

어떤 이유에서였을까.

지난해 중국 시장이 좋았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세계 경제가 휘청인 지난해, 비교적 빨리 팬데믹을 통제한 중국 시장의 실적이 여러모로 좋았던 덕이 컸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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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컨설팅회사 언스트&영(Ernst & Young)은 최근 “독일 3대 자동차 브랜드인 폭스바겐, BMW, 다임러가 지난해 중국 시장에서 평균 이상의 실적을 올렸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들 3대 브랜드의 2020년 3분기 중국 시장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 업계뿐 아니다. 세계적인 커피 기업 스타벅스 역시 다른 지역에서 본 손해를 중국 시장에서 만회했다. 명품 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중국 시장이 예상 외로 좋았던 덕에 갈 곳 없는 해외 투자자들의 돈이 중국으로 몰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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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승인 절차 줄였다

상하이 자유무역구 린강(臨港) 신편구(新片區). 미국 전기자동차업체 테슬라의 공장이 떡하니 자리 잡고 있는 곳이다. 중국에서 최초로 외국인이 독자적으로 투자한 곳이다. 이른바 ‘테슬라 기가팩토리’라 불리는 이 공장은 건설부터 가동까지 채 1년이 걸리지 않았다. 그간 중국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겪었던 곤란함을 생각하면 상전벽해에 가까운 변화다.

신화통신은 “그간 중국 정부는 외국인 투자자에게 공장 건설 부지를 제공하는 등 ‘하드웨어’ 혜택만을 제공해 왔지만, 최근에는 승인 절차를 간소화하는 등 ‘소프트웨어형 특혜’를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을 끌어들이는 데 진짜 중요한 게 뭔지 알았단 얘기다.

지난해 시행된 ‘경영환경 최적화 조례’와 ‘외상투자법’이 그 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중국 시장에 진입하는 데 어려운 점들을 최대한 줄여나가고자 만든 법이다. ‘테슬라 스피드’도 그래서 나올 수 있었다. 신화통신은 “금융 분야에서도 외자 지분비율 제한을 없애는 등 중국 정부는 ‘테슬라 스피드’를 다른 분야에도 확대 적용하겠단 계획”이라고 밝혔다.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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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하나 중요한 게 있다. 중국 정부가 점점 지식재산권 보호를 강화하고 있단 사실이다. 중국에선 그간 지식재산권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았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투자를 망설인 결정적인 이유였다. 특히 첨단기술 산업에서 그랬다.

그러자 중국 정부는 대대적인 관련 법 개정에 나섰다. 지난 2019년, 최고인민법원에 지식재산권법정을 설립해 지재권 침해 법정 배상액 상한선을 50만 위안(약 8661만원)에서 500만 위안으로 10배 올렸다. 늦게나마 지재권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하기 시작했단 뜻이다. 덕분일까. 지난해 중국 첨단기술 산업의 외자 유치액은 11.4% 증가했다.

외국인들의 투자는 지속될 수 있을까.

일단은 그럴 것으로 보인다. 상하이 주재 미국상공회의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 기업들이 ‘중국 시장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고 답했다. 이들 기업 중 약 80%는 ‘중국에서 생산 시설을 옮길 생각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여전히 ‘중국 투자 리스크’는 남아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핵심 기술에 대한 보호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여러 위험 요소가 있어서다. 자본 통제 역시 여전하다. 올해 중국의 해외 자본 유치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 주목하게 되는 이유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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