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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 사라진 밤문화…위스키 수입액 21년만에 최저

중앙일보

입력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 따라 2차·3차로 밤늦게까지 이어지던 술자리가 사라지면서 술 문화도 바뀌고 있다. 특히 가장 큰 타격을 받은 것은 위스키 판매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위스키 수입액은 1억3246만3000달러(약 1478억원)로 2019년보다 13.9% 감소했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여파가 있던 지난 1999년 1억1591만9000달러(약 1294억원) 이후 21년만 가장 적은 액수의 위스키를 들여온 것이다. 위스키는 주로 외국산이 많기 때문에 수입액 감소는 위스키 소비 자체가 줄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지난해 크게 줄어든 위스키 수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지난해 크게 줄어든 위스키 수입.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주요 외국계 위스키 업체의 '경영 성적표'에서도 위스키 시장의 불황이 나타난다. 조니워커·윈저 등을 공급하는 디아지오코리아의 '2019년 7월~2020년 6월' 감사보고서를 보면 매출은 2003억 원으로 전년보다 32.6%, 영업이익은 200억 원으로 59.4% 각각 줄었다. 발렌타인·로얄 살루트 등을 유통하는 페르노리카코리아도 같은 기간 매출이 915억 원으로 11.7% 감소했다.

위스키를 덜 마시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우선 정부 방역 조치 때문으로 풀이된다. 위스키 같은 비싼 술은 주로 저녁 술자리에서 먹기 때문에 코로나19 확산의 가장 직접적인 직격탄을 받았다. 특히 주 소비 장소인 유흥주점이 집합금지업종이 되면서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실제 하나금융연구원이코로나19 확산이 본격 시작한 지난해 3월 카드 소비를 분석해 보니 유흥주점은 카드사용액이 전년 3월과 비교해 39% 감소했다. 최근에 방역 조치 강도가 더 높아졌기 때문에 소비 감소 폭은 훨씬 더 클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경기 좋지 않다보니 전반적으로 비싼 술 소비가 줄어든 탓도 있다.

고위험시설 영업 금지에 한산한 유흥가. 연합뉴스

고위험시설 영업 금지에 한산한 유흥가. 연합뉴스

반면 집에서 혼자 맥주나 소주를 간단히 이른바 '혼술족(혼자서 술을 먹는다는 의미의 신조어)'은 늘어난 것으로 파악된다. GS25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1일부터 13일까지 소주 매출은 1년 전보다 64.1% 급등했다. 세븐일레븐도 사회적 거리 두기가 2.5단계로 격상된 첫 주(지난해 12월 8일부터 13일까지) 소주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3.0% 증가했다고 밝혔다. 소주는 값싼 가격으로 대표적인 '불황형 주류'로 분류된다.

맥주 시장에선 가정용 맥주 수요가 유흥시장용 수요를 앞질렀다. 전통적으로 유흥시장과 가정시장은 5대 5 또는 6대 4 정도였는데 지난해에는 4대 6 혹은 3.5대 6.5로 역전됐다는 게 주류업계의 전언이다. 국내 대표적 주류업체인 하이트진로 지난해 3분기 매출실적 보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소주(3350억원)는 20.8%, 맥주(2440억원)는 15.0% 급증했다.

회사원인 김상진(35)씨는 “코로나19로 외출이 어렵고 여행가기도 힘드니 편의점에서 소주나 맥주를 사서 집에서 TV를 보며 마시는 게 요즘 유일한 낙이 됐다”면서 “혼술이 잦아지면서 아예 한 달 치 먹을 술을 미리 사놓고 꺼내 먹고 있다”고 했다.

우아한 분위기를 내고 싶을 때에는 와인이 술상에 오르고 있다. 위스키와 반대로 지난해 와인 수입은 역대 최대를 경신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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