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2900~3200 출렁일 것, 오를 때 추격 매수 자제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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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주식을 사야 하나, 팔아야 하나.’ 설 연휴를 맞아 ‘동학 개미’(개인투자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식을 사자니 널뛰는 장이 두렵고, 가만히 있자니 ‘벼락 거지’가 될까 걱정이다. 국내 증시는 더 오를 수 있을까. 한국투자·대신·메리츠·키움·KB·SK·KTB 등 국내 7개 증권사 투자전략팀장에게 그 답을 들어봤다.

증권사 투자전략팀장들 분석 #“반짝 상승 뒤 휘청이는 흐름 반복” #일부 “미국 훈풍 상반기 3500” 전망 #“조정 국면을 분할 매수의 기회로”

이들은 설 이후 국내 증시를 ‘변동성’이란 한 단어로 요약했다. 호재가 나오면 투자심리를 회복해 반짝 상승했다가 악재가 터지면 휘청이는 흐름이 반복될 것이란 설명이다. 코스피 등락 범위도 넓게 잡았다. 대체로 설 이후 코스피가 2900~3200 사이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세계 경기 회복세와 기업 실적, 각국 정부의 부양책, 개인과 외국인 사이의 줄다리기에 따른 수급 상황이 주가를 오르락내리락하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란 분석이다.

“외국인·기관 뚜렷한 방향성 안 보일 것”

이진우 메리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당분간 변동성 장세를 보일 것 같다”며 “기업 실적이 나쁘지 않아 주가가 급락하진 않겠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 경기 회복 기대 등 많은 재료를 단기간에 반영했다는 경계감 때문에 크게 오르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은택 KB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선반영된 기대감과 실제 (경기 회복 등) 실현 가능성 사이에서 공백기가 나타나는 시기”라고 진단했다.

설이후국내외주요경제일정.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설이후국내외주요경제일정.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시장을 흔드는 변동성에도 코스피가 재도약할 것이란 ‘장밋빛 전망’도 있다. 박석현 KTB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설 연휴 이후 코스피 지수는 국내 기업 실적과 미국 증시 훈풍에 힘입어 이르면 상반기 말 3500까지 오를 것”이라며 “최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코스피 영업이익 전망치가 빠르게 개선되는 만큼 기업 실적이 뒷받침해 주면 한국 증시 상승세의 발목을 잡았던 고평가 논란도 일부 완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조 바이든 정부가 추진하는 1조9000억 달러(약 2100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이 실행되면 한 번 더 풀린 돈의 힘으로 미국 증시가 오르고, 미국발 훈풍은 국내 증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이란 이야기다. 지난 5일 ‘경기부양책 예산결의안’이 미국 상원에 이어 하원을 통과하며 부양책 진행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서상영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미국의 추가 부양책 진행 상황에 따라 증시가 출렁일 수 있다”며 “긍정적 결과가 나오면 풍부한 유동성, 수출 증가세 등과 맞물려 코스피가 최고점을 경신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코스피 최고치는 지난달 25일 기록한 3208.99(종가 기준)다.

“단기적으로 쉬어갈 가능성 열어둬야”

그럼에도 시장을 짓누를 변수는 여럿 있다. 수급은 답답할 전망이다. 개인투자자의 경우 60조원(투자자 예탁금)이 넘는 막대한 실탄으로 주식 매수를 이어가고 있지만, 외국인과 기관투자가가 뚜렷한 방향성을 보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투자전략팀장들의 예상이다.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압력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미국에서 대규모 경기 부양책이 나올 가능성이 커지고 인플레이션 기대까지 함께 높아지자 글로벌 채권 금리도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에 이목이 쏠리는 이유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Fed가 물가 상승을 용인하고 금리가 빠르게 올라가면 시장이 겁먹을 수 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 백신 개발 및 접종 과정에서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도 증시에는 충격을 줄 요인으로 꼽힌다.

이에 따라 투자전략팀장들은 시장 변화에 따라 ‘치고 빠지는’ 전략을 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진우 팀장은 “주가가 오른다고 추격 매수하는 것보다 시장이 밀렸을 때 저가 매수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또 주식을 들고 있는 투자자의 경우엔 수익률 5~10%를 달성하면 수익을 실현할 것을 권하는 의견이 많았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설 연휴 직후 2월까지는 잠시 숨 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이라며 “일시적인 조정 국면을 분할 매수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코로나19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만큼 경기지표가 확 개선되긴 어렵다”며 “지난해 4분기 코스피 상장사의 절반 이상은 기관들의 실적 전망치보다 하향돼 단기적으로 쉬어갈 가능성을 열어둬야 한다”고 했다. 다만 현재 조정은 추세 반전이 아니라 일시적인 조정이기 때문에 코스피가 3000선을 밑돌면 주식 비중을 늘릴 것을 권했다.

유망 업종으론 반도체 등 대형주를 많이 꼽았다. 글로벌 경기 회복 때 수혜를 볼 수 있고, 실적 증가 기대가 꺾이지 않을 것으로 보여서다. 이효석 SK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여전히 대형주의 성과가 좋을 것”이라며 “배터리·인터넷·게임·반도체(Semiconductor) 등 ‘BIGS’ 주를 주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황의영·염지현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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