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잘 나가는 지리차, 왜 몰락한 회사의 손을 잡았나

중앙일보

입력

차이나랩

차이나랩’ 외 더 많은 상품도 함께 구독해보세요.

도 함께 구독하시겠어요?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 지리(吉利 GEELY)가 평판이 땅에 떨어진 몰락한 회사와 손 잡으며 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리의 협력 상대는 한 때 전기차 스타트업으로 이름을 날렸던 *패러데이퓨처(Faraday Future, 이하 'FF')다.

FF [사진 디이차이징]

FF [사진 디이차이징]

2021년 1월 29일, 지리 홀딩스는 FF와 협약을 맺고 FF의 차량을 위탁 생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앞서 FF는 미국 나스닥 우회상장 계획을 발표했고, 지리는 FF 상장에도 일정 자금을 투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기차 스타트업 패러데이퓨처 위탁 생산 맡은 지리차 #중국 자동차 제조업체와 인터넷 기업의 합작 주목해야

지리차는 왜 이같은 선택을 했을까.

지리그룹 창립자 리수푸 [사진 바이두바이커]

지리그룹 창립자 리수푸 [사진 바이두바이커]

2020 글로벌 10대 자동차 기업, 지리차는 9위에 랭크됐다. [사진 Brand Finance]

2020 글로벌 10대 자동차 기업, 지리차는 9위에 랭크됐다. [사진 Brand Finance]

지리차는 중국 최고의 민영 자동차 기업이자 세계 10대 자동차 브랜드로 꼽힌다. 반면, FF는 사실상 파산 상태인데다, 창립자 자웨팅(贾跃亭)의 공격적인 경영방식과 자금운용 탓에 ‘희대의 사기집단’이라는 부정적인 평판까지 가지고 있다.

*패러데이퓨처(Faraday Future, FF)*

FF의 시작과 몰락은 창립자 자웨팅(贾跃亭)과 함께했다. 2014년 설립된 FF는 3년 뒤인 2017년 처음으로 전기차 FF91 생산 계획을 알렸다. 당초 계획은 2019년 출시 예정이었지만, 창립자 자웨팅이 파산에 이르면서 FF의 자금 조달과 차량 생산 계획도 차질을 빚었다. 자웨팅은 2019년 10월 개인 파산 신청 후 CEO 자리를 카스텐 브라이트펠드(Carsten Breitfeld)에게 넘겼다.

자웨팅과 카스텐 브라이트펠드 [사진 왕이]

자웨팅과 카스텐 브라이트펠드 [사진 왕이]

앞서 FF가 선보였던 컨셉카는 ‘테슬라 잡을 괴물 전기차’라 불리며 세계 자동차 업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러나 2019년 사실상 파산 상태에 이르면서 양산 계획이 중단됐고, 그간 위탁 생산 업체를 수소문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지리의 FF 위탁 생산은 부차적인 것이고, 전략적 협력에 중점을 두어 보아야 한다. 지리는 이번에 위탁 생산을 결정하는 한편, FF의 전략적 투자자로 참여했다.”

중국 매체 디이차이징(第一财经)은 자동차 업계 전문가 메이쑹린(梅松林)의 분석을 인용해 이같이 보도했다.

FF91 [사진 바이두바이커]

FF91 [사진 바이두바이커]

뿐만 아니라 FF가 중국 현지 협력 모델을 취한 것은 중국 지방정부가 토지 임대 혹은 연구개발 측면에서 지원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분석했다.

최근 테슬라 주가 상승으로 창업주 일론 머스크가 세계 1위 부호 자리를 차지하면서 전기차 업계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중국에서도 수많은 대기업들이 전기차 개발에 나서고 있다. 인터넷 기업을 비롯해 부동산, 가전 기업 등 다양한 업체가 기존 사업 분야를 막론하고 '대세'에 편승하고 있다. 이 같은 열기 속, 전기차를 선보인 중국 부동산 회사 헝다(恒大)는 아직 차량을 판매하기도 전에 기업 주가가 폭등하는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테슬라 [사진 셔터스톡]

테슬라 [사진 셔터스톡]

현지 경제 전문 칼럼니스트 돤촨민(段传敏)은 테슬라 신드롬에 중국 전기차 시장이 주목받는 것은 중국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과 관련이 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테슬라 역시 상하이 정부와 협력해 중국에 공장을 지으면서 덕을 본 사례라고 덧붙였다.

2017년 테슬라의 연간 판매량은 5만 대에 불과했으나, 지난해에는 50만 대 수준으로 늘어났다. 2020년 상하이 테슬라 공장은 전체 생산량의 절반 이상에 기여했으며, 2021년 상하이 공장의 생산케파(capa)는 45만 대에 달할 것으로 관측된다.

중국의 또 다른 전기차 업체 니오(蔚来 웨이라이) 역시 중국 지방정부와의 협력으로 위기를 극복했다. 니오는 적자에 시달리며 2019년 말 주식 시장 퇴출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2020년 4월, 테슬라와 상하이의 합작을 눈여겨 본 중국 허페이(合肥) 정부가 니오에 70억 위안(약 1조 2100억 원)을 투자했고, 이를 계기로 재기에 성공했다.

니오 [사진 셔터스톡]

니오 [사진 셔터스톡]

이후 테슬라와 니오에 자극받은 중국 지방정부와 전기차 회사의 협력이 잇따라 이어졌다. 지난해 9월 광저우(广州) 정부는 전기차 스타트업 샤오펑(小鹏)에 30억 위안(5100억 원)을 투자했고, 최근에는 주하이(珠海) 정부가 FF에 20억 위안(3460억 원) 투자를 고려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진다.

FF의 입장에서 이번 지리차와의 협력은 자사 전기차를 양산할 수 있는 지름길을 마련한 셈이다. 향후 FF는 기술을 제공하고 지리차는 공장 건설과 제품 생산을 맡는다. FF는 FF81과 FF71을 각각 오는 2023년과 2024년말 양산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FF가 선보인 컨셉카 FF91은 예약 주문량이 1만 4000대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지리차 [사진 바이두바이커]

지리차 [사진 바이두바이커]

업계에서는 FF 투자를 비롯한 지리의 최근 움직임이 모두 '전기차 중심의 사업 구조 재편을 위한 포석'이라고 분석한다.

실제로 지리는 새해 들어 바쁜 행보를 보이고 있다. FF와의 협력 발표에 앞서, 지난 1월에만 바이두(百度), 폭스콘(富士康), 텐센트(腾讯) 등 기업과의 협력 소식이 줄줄이 전해졌다. 이들 기업과의 협력에는 ‘자율주행’, ‘전기차’ 등의 키워드가 공통적으로 발견된다. 전문가들은 중국 인터넷 기업과 자동차 제조업체의 콜라보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 전기차 산업의 향방에 주요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는 얘기다

그밖에 지리는 볼보(2010년 지리가 볼보 인수) 산하 브랜드 폴스타(Polestar)를 고급 전기차로 포지셔닝해 2020년 유럽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기도 했다.

폴스타 [사진 텅쉰왕]

폴스타 [사진 텅쉰왕]

지리차는 ‘볼보와 벤츠를 삼킨 회사’로 이름날 만큼 전략적 인수합병의 방식으로 기술을 확보하고 회사를 키워왔다. 그런 지리가 이번에는 FF의 손을 잡았다. 지리차의 선택은 이번에도 옳았을까, 패러데이퓨처(FF)는 이번 협력을 기사회생의 전기로 만들 수 있을까, 두 회사의 합작에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차이나랩 홍성현

[사진 차이나랩]

[사진 차이나랩]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