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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명수의 노후준비 5년 설계] 개미는 왜 확증편향의 함정에 빠질까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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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서명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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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산이 걸린 주식 투자에서 개미들은 비이성적 심리 상태를 보인다. ‘확증편향’이 그중 하나다. 확증편향이란 자신의 신념이나 이익에 일치하는 정보만 받아들이고 이에 부합하지 않는 정보는 보려 하지도, 또 들으려 하지도 않는 편향성을 뜻하는 말이다.

이런 확증편향 때문에 개미들은 자주 돈을 잃는다. 어쩌면 주가에 거품이 끼는 것은 개미의 확증편향이 그 원인 중 하나이고, 거품을 꺼질 때 최대의 피해자는 개미들이라고 볼 수 있다. 개미들이 확증편향의 함정에 빠지는 과정은 대개 이렇다. 가령 주가가 오르고 시장이 들썩이면 신문·방송의 증권 관련 기사나 인터넷 사이트의 구독자가 급증한다. 그러나 이는 새로운 정보를 얻으려기 보다는 자신이 믿고 있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서라고 보는 것이 맞다. 자기에게 불리한 정보는 유리하게 해석하거나 아예 무시하기도 한다. 주가가 오르고 있는 보유종목에 투자한 자신의 결정을 지지하고 인정해 주는 글만 골라 읽는다.

하지만 시장이 하락기로 접어들면 이상하게도 증권 사이트의 인기가 시들해져 구독을 중단하는 사례가 많아진다. 시장 하락기엔 가치 있는 정보가 더 필요한 데도 그렇다. 구독을 끊는 것은 주가 하락에 따른 손실의 아픔을 되새김해주는 글을 보기 싫어서가 아닐까. 오히려 보유 종목에 유리한 정보만 열심히 찾아다니며 자신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는 것을 확인하려고 애쓴다. 그러다 손실 폭은 더 커지고 될 대로 되라며 자포자기 심정에 빠진다. 결국 엄청난 손실을 견디지 못하고 주식을 처분하지만 그때는 주가가 바닥인 경우가 많아 땅을 치고 후회의 눈물을 흘린다.

연초 폭등하던 장세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이럴 때 희망고문을 하면서 주가가 회복할 날을 마냥 기다릴 게 아니라 잘못을 인정하고 보유 주식을 처분하고 다음을 기약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기관투자가는 평가손을 본 주식의 처분에 나서는 주가 하락률을 20% 정도로 잡는다고 한다.

서명수 객원기자 seo.myongs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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