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 후 이식 난소조직으로 배아 얻어

중앙일보

입력

여성의 난소조직에서 작은 조각을 떼어 장기간 냉동해 두었다가 냉동을 풀어 그 여성의 복부에 이식, 난자를 생성시킨 뒤 정자와 수정시켜 4세포기 배아까지 배양하는 실험이 성공을 거두었다.

시험관에서 배양된 이 4세포기 배아를 자궁에 착상시키는 데까지는 성공하지 못했지만 이는 항암 화학요법으로 생식기능을 잃은 암환자의 난소조직 조각을 채취, 냉동보존해 두었다가 항암치료가 끝난 뒤 냉동을 풀어 환자의 몸에 재이식해 난자를 얻는 것이 가능함을 보여준 것이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시도가 있었으나 난자를 생성시키는 데까지만 성공하고 정자와 수정시키는 데는 실패한 일이 있다.

미국 코넬 대학 생식내분비학교수 커틀러크 옥테이 박사는 영국의 의학전문지 '랜싯' 최신호에 발표한 연구보고서에서 30세의 유방암 환자로부터 항암치료를 받기 전 난소조직 한 조각을 채취해 냉동보존해 두었다가 7년 후 냉동을 풀어 이를 환자의 복부에 이식했다. 전에 수정에 실패한 실험에서는 환자의 팔에 이식했었다.

이 환자는 항암치료로 조기폐경이 와 생식기능을 잃었음이 확인되었다.

이식 후 난소의 기능을 일깨우기 위해 호르몬을 투입하자 3개월 후 난소조직이 콩알만한 크기로 자라났고 테스트 결과 에스트로겐 생산과 소난포 발달 등 난소기능이 되돌아왔음이 밝혀졌다.

옥테이 박사는 기능을 회복한 난소에서 난자 20개를 만들었고 이 중 수정에 적합한 8개를 환자 남편의 정자와 시험관에서 수정을 시도해 1개가 수정에 성공했다.

이어 수정란을 4세포기 배아까지 자라게 한 뒤 환자의 자궁에 주입했으나 착상에는 실패했다.

옥테이 박사는 실험의 최종단계인 자궁 착상에는 비록 실패했지만 이는 이런 방식으로도 임신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확인해 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에 대해 벨기에 자유대학 소난포실험실의 요한 스미츠 박사는 이식된 난소조직에 대한 혈액순환이 정상이 아닐 수 있으며 이 때문에 건강한 난자의 생성에 필수적인 영양, 호르몬, 산소가 제대로 공급되지 않을 수 있다고 논평했다.

스미츠 박사는 또 난소조직이 이식된 복부의 피하조직은 정상적인 난자가 자라는 골반강(骨盤腔)과는 혈압과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이것이 난자의 질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말했다.

(런던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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