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골이, 우습게 알면 큰코 다쳐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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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골이의 '죄목'은 숙면 방해? 그렇지 않다. 코골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일일이 열거하면 죄목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업무에 대한 집중력과 능률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 졸음운전 사고의 위험이 두배로 커진다.

장기적으로 심장과 혈관에 영향을 미쳐 뇌출혈.고혈압.부정맥이 올 수 있다. 발기부전.성욕 감퇴 등 성생활에도 적색등이 켜진다. 모두 수면 중에 뇌에 공급되는 산소가 부족해지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다.

◇코를 잘 고는 사람, 따로 있다

좁아진 기도로 억지로 숨을 쉬기 때문에 발생한다. 성인 10명 가운데 1~3명은 옆방까지 들릴 정도의 코골이. 특히 여성보다 남성에게 많다. 이는 남성의 위쪽 기도가 여성보다 좁은 데 기인한다.

30대 초반의 여성은 5%가 코를 고는 반면 남성은 20%, 수면무호흡증 환자는 90% 이상이 남성이다. 수면무호흡증이란 10초 이상 숨을 멈췄다가 다시 숨을 몰아쉬는 것을 말한다. 시간당 5회 이상 또는 7시간에 30회 이상이면 수면무호흡증으로 진단한다. 그러나 여성도 폐경 이후엔 코골이 비율이 급증해 60대 이상은 40%가 코를 매일 곤다.

의사들은 얼굴.체형만 봐도 '코 잘 골게 생긴 사람'을 대충 가려낸다. 대체로 비만인 사람이 코를 잘 곤다는 것. 경희의료원 이비인후과 김성완 교수는 "비만인 사람은 기도 주변에 쌓인 지방이 기도를 누른다"며 "코골이 수술을 받은 환자 1백명을 조사한 결과 70%가 체질량지수(BMI) 25 이상이었다"고 전했다. BMI는 자신의 체중(㎏)을 키(m)의 제곱으로 나눈 것으로 25 이상이면 과체중이다.

짧고 굵은 목을 가진 사람도 기도가 좁아 코골이가 될 소지가 크다. 혀가 크거나 콧속을 가로지르는 코 칸막이뼈가 휘거나 만성 비염 등으로 코 안의 공간이 좁아진 사람도 코골이가 되기 쉬운 유형이다. 어린이는 편도.아데노이드가 큰 아이가 코를 곤다.


◇체중을 10% 줄여라

수술을 받지 않고 코골이를 치료하려면 체중을 줄여야 한다. 체중을 10% 줄이면 수면 무호흡증이 50% 감소한다. 가벼운 수면무호흡증이라면 체중만 줄여도 치료가 끝난다. 코골이에겐 매일 한 시간 정도의 조깅.걷기.수영 등 유산소 운동이 권장된다.

◇옆으로 자는 습관을 길러라

천장을 보는 자세로 똑바로 누워 자면 혀가 기도의 입구를 막아 코 고는 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간다.

관동대 명지병원 정신과 이준석 교수는 "코골이는 옆으로 또는 엎드려 자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다"며 "잠옷의 뒷면에 테니스공 두개를 붙여 똑바로 누워 자는 것을 막는 방법이 효과적"이라고 조언한다.

이런 훈련을 3개월쯤 하면 별 불편 없이 옆으로 누워 잔다.

◇술.안정제를 피하라

술.담배는 코와 목 주위의 근육을 처지게 하고, 느리고 얕은 호흡을 유발한다. 평소 코를 골지 않던 사람이 술을 마신 뒤 코를 고는 것은 기도가 충혈돼 좁아진 결과다. 술은 또 기도 근육의 긴장도를 떨어뜨려 숨길을 막는다. 수면제나 신경안정제도 코 고는 증상을 악화시키므로 함부로 복용해선 안된다.

◇코로 공기를 넣어준다

한강성심병원 이비인후과 김용복 교수는 "잠자는 도중 코에 공기를 불어넣어 기도가 계속 열려있도록 하는 치료법(CPAP)은 효과가 거의 만점이지만, 장비를 구입해야 하고 입.코에 마스크를 쓴 채 자야 하는 불편함이 단점"이라고 말한다.

수면 중에 턱.혀를 앞으로 조금 당겨 기도를 열어주는 구강 내 기구도 있다. 성공률은 30% 수준이다. 호흡을 촉진하는 약도 있으나 만족할 만한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수술은 마지막 단계에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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