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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비번 해킹해 여대생 시험 취소한 20대…"범행 동기 묵비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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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전북 전주시 효자동 전북경찰청 전경. 연합뉴스

구속 이후 묵비권 행사…범행 동기 미궁

교원 임용시험을 준비하던 여대생 몰래 원서 접수를 취소해 시험을 치르지 못하게 한 혐의를 받는 20대 남성이 검찰에 송치됐다. 하지만 경찰 조사에서 입을 열지 않아 범행 동기는 여전히 밝혀지지 않았다.

전북경찰청 사이버수사대, 검찰 구속 송치

 전북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4일 "지인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해킹해 교원 임용시험 원서 접수를 취소한 혐의(정보통신망법 위반)로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경찰 조사에서 줄곧 혐의를 부인해 온 A씨는 구속 이후 묵비권을 행사한 것으로 파악됐다.

 A씨는 지난해 10월 중순께 전북 지역 모 대학 사범대 4학년에 재학 중인 B씨 아이디와 비밀번호로 전북교육청 중등 온라인 채용시스템에 접속한 뒤 같은 해 11월 21일 1차 시험이 예정된 '2021학년도 전북교육청 공·사립 중등교사 임용후보자 경쟁시험' 원서 접수를 취소한 혐의다.

 B씨는 1차 시험을 앞두고 수험표를 출력하기 위해 해당 사이트에 접속했다가 원서 접수가 취소된 사실을 알았다. B씨는 전북교육청 측에 "다른 사람의 해킹 때문에 원서 접수가 취소된 만큼 시험을 보게 해달라"고 사정했지만, "드러난 상황만 보면 정상적인 방법으로 원서 접수를 취소해 임용시험은 볼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결국 B씨는 임용시험을 치르지 못했다.

"피해자와 아는 사이…임용시험과 무관"

 B씨의 의뢰로 수사에 착수한 경찰은 A씨가 B씨 모르게 해외 VPN(가상사설망)을 이용해 교육청 온라인 채용시스템에 접속한 정황을 확인했다. 조사 결과 A씨는 B씨와 아는 사이지만, 해당 임용시험 경쟁자이거나 같은 대학에 다니는 지인은 아니었다.

 A씨는 "B씨의 임용시험 원서 접수를 취소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경찰은 A씨가 2018년과 2019년에도 임용시험 원서 접수 사이트에 B씨 계정으로 접속해 비밀번호를 바꾼 흔적을 토대로 A를 범인으로 보고 있다.

 B씨는 경찰에서 "예전에 나도 모르게 누군가 비번을 바꿔놓은 적이 있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한다. 경찰은 "B씨에게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줬다"며 지난달 28일 A씨를 구속했다.

 사건이 불거지자 교육청 안팎에서는 "A씨가 같은 학교 동창인 B씨를 좋아하며 쫓아다녔는데 B씨가 교제 요구를 받아주지 않자 지속해서 괴롭히다 임용시험 원서 접수까지 취소한 것 아니냐"는 이야기도 돌았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건이어서 구체적인 내용은 확인해 줄 수 없다"며 "A씨가 결백을 주장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 유무죄는 법원에서 가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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