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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스톱 뜻밖의 승자…개미 따라해 7800억원 번 헤지펀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투자의 세계에서는 고래 싸움에 등 터지는 새우도 있지만, 어부지리로 한 몫 단단히 챙긴 경우도 있다. 월가를 뒤흔든 개미와 헤지펀드의 공매도 대첩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월부터 게임스톱 주식을 사들인 한 월가 헤지펀드가 7억 달러(약 7826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센베스트 매니지먼트 홈페이지 화면.

센베스트 매니지먼트 홈페이지 화면.

10달러에 게임스톱 쓸어담았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게임스톱 랠리의 또다른 승자를 소개했다. 센베스트 자산운용의 헤지펀드 매니저 리처드 마셜과 브라이언 고닉이다. 이들은 개미투자자의 게임스톱 매수 열풍이 불기 전인 지난해 9월부터 해당 주식을 사들였다.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게임스톱 총 지분의 5%를 소유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때 게임스톱의 주가는 10~13달러 수준이었다.

개인투자자와 공매도를 건 헤지펀드 사이의 '게임스톱' 대첩 속 게임스톱의 주가가 400달러 넘게 치솟았다가 가라앉았던 지난주 이들은 주식을 처분해 7억 달러(약 7826억원)의 수익을 냈다고 WSJ이 보도했다.

게임스톱과 레딧 로고. 로이터

게임스톱과 레딧 로고. 로이터

이들은 지난해 1월 게임스톱 투자 설명회를 듣고 주식 매수를 고려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월가는 오프라인 유통망 중심인 게임스톱을 한물간 업체로 봤다. 공매도에 베팅하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하지만 마셜과 고닉은 차세대 비디오게임 콘솔이 출시돼 인기를 끌면 게임스톱은 살아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또 반려동물 관련 쇼핑몰 ‘츄이’의 최고경영자(CEO) 라이언 코언이 게임스톱 경영진과 전략적 논의를 했다는 데도 주목했다. 코언은 온라인 위주로 체질을 바꾸라는 내용의 주주 서한을 게임스톱 측에 보냈고, 이런 제언이 받아들여진다면 주가는 오를 수 있다는 게 이들의 판단이었다. 코언은 이후 게임스톱 이사진에 합류했다.

모두가 공매도할 때 ‘오른다’ 베팅

공매도 세력이 게임스톱에 뛰어들었단 점도 눈여겨봤다. 공매도는 주가 하락을 예상하고 주식을 빌려서 판 뒤 주가가 하락하면 싸게 사들여 갚는 투자 기법이다. 마셜과 고닉은 규제기관 공시를 통해 멜빈 캐피털 등 월가에서 가장 수익률이 높은 헤지펀드 일부가 게임스톱 주가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이를 바탕으로 주가가 오르며 '공매도 쥐어짜기(쇼트스퀴즈)'가 발생하면 추가 상승 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 쇼트스퀴즈는 주가가 오를 때 공매도 투자자가 추가 손실을 막으려고 주식을 비싸게 사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게임스톱 주가는 지난달 28일 대규모 쇼트스퀴즈에 힘입어 장중 483달러까지 오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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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닉은 게임스톱 사태가 회사의 사업 방식을 변화시켰다고 밝혔다. 이들은 “앞으로는 투자하기 전에 개인투자자들 사이에서 화제가 되는 종목인지를 확인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3일 게임스톱 주가는 전장대비 2.68% 오른 92.41달러에 마감했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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