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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불개미의 반란 ‘2주 천하’로 막내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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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게임스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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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투자자들이 지난 2주간 월가의 공매도 세력인 헤지펀드와의 전쟁에서 거둔 짧은 승리는 2주 천하로 막을 내리는 모양새다. 게임스톱의 가치는 지난달 28일 최고 정점(483달러)을 찍은 후 2일 90달러에 마감해 고점 대비 81% 손실을 냈다.

공매도 세력에 거둔 승리 뒤집혀 #게임스톱 주가 483달러서 90달러 #개미작전주 모두 하락, 은값도 뚝 #옐런, 이번주 금융 수장 긴급회의

이날 게임스톱 주가는 개장 직후부터 전날 대비 30% 넘게 폭락한 채 출발한 후 내내 부진을 면치 못했다. 미국 온라인 주식 토론방인 월스트리트베츠(WSB)의 개미들이 “팔지 않을 것(not selling)”, “저가 매수 기회(buy the dip)”라며 서로를 독려했지만 주가 추락을 막지 못했다. 게임스톱뿐만이 아니다. 개인투자자들은 게임스톱 외에도 은 시장으로 대거 이동해 은 선물 가격을 8% 급등시켰지만 2일 은값은 10% 급락하며 지난 이틀간의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개미작전주’로 불린 AMC와 블랙베리도 이날 각각 41%, 21% 하락했다.

미국 언론들은 헤지펀드와 개인투자자 간 게임스톱 대첩이 정리 수순을 밟고 있다고 보도했다. 2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하기 위해 빌려 가는 게임스톱 주식 수가 가파르게 감소하고 있다”며 “헤지펀드도 게임스톱에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같은 날 미국 투자 전문 매체 모틀리풀은 “게임스톱 사태는 일단락될 가능성이 높다”며 “공매도 잔량(전체 주식 대비 아직 청산되지 않은 공매도 비중)이 2주 전 140%에서 39%로 떨어졌다”고 시장조사업체 IHS마킷을 인용해 전했다. 이미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상당히 청산했고, 헤지펀드가 공매도를 청산하기 위해 주식을 사는 ‘공매도 쥐어짜기(쇼트스퀴즈)’가 더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주가 상승이 어렵다는 거다.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는 이날 투자 전망 보고서에서 “WSB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개미들이 충분한 자본과 전문적인 수학적 지식 없이 자본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며 “결국 개인투자자들만 다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형준 금융연구원 자본시장연구실장은 “260%까지 쌓여있던 공매도 잔량이 30%대로 떨어졌기 때문에 이미 게임스톱 사태는 끓는 점을 지났다고 본다”며 “다만 2일 종가인 90달러도 1월 초 대비 상당히 오른 수치인 만큼 주가가 더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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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일 미국 CNBC는 게임스톱을 ‘제2의 폴크스바겐’으로 비유했다. 2008년 독일 증시에 상장돼있던 폴크스바겐은 10월 포르셰가 지분을 늘렸다는 호재에 주가가 이틀간 4배 이상으로 올랐다. 공매도 투자를 했던 헤지펀드들이 손실을 줄이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폴크스바겐 주식을 사야 하는 상황(쇼트스퀴즈)을 맞게 된 영향이 컸다. 하지만 주가는 그해 10월 28일 정점을 찍은 뒤 나흘간 58% 급락했고 한 달 후엔 고점 대비 70% 떨어지면서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쇼트스퀴즈 상황이 끝나며 주가가 급락한 것이다.

한편,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게임스톱 주가 변동 상황을 논의하기 위해 이번 주 금융 당국 수장들과 긴급회의를 열 예정이다. 미국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는 주식 거래앱인 로빈후드가 지난달 28일 개인투자자의 게임스톱 주식 거래를 제한한 것에 대한 청문회를 오는 18일 개최한다.

홍지유 기자 hong.jiy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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