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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가족] 로봇 활용한 인공관절 수술, 통증 줄이고 퇴원 앞당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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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원 탐방 목동힘찬병원

목동힘찬병원 황보현 원장이 3차원 CT와 로봇 팔을 활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로봇 수술은 일반 수술보다 정확하고 안전해 미적·기능적 개선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 김동하 객원기자

목동힘찬병원 황보현 원장이 3차원 CT와 로봇 팔을 활용해 인공관절 수술을 집도하고 있다. 로봇 수술은 일반 수술보다 정확하고 안전해 미적·기능적 개선 효과가 훨씬 뛰어나다. 김동하 객원기자

인공관절 수술은 선택의 연속이다. 피부를 적게 절개하고 조직 손상이 적을수록 환자 부담은 줄어든다. 일상으로의 빠른 복귀가 가능해 장기 입원에 따른 근 감소증·폐렴 등 합병증 위험도 낮출 수 있다. 그렇다고 최소 절개만을 고집하다간 수술자의 시야가 좁아져 정확한 위치·각도에 인공관절을 삽입하기가 어렵다. 체중이 한쪽으로 쏠려 수술 후 통증·기능장애가 오히려 악화하고 심한 경우 재수술을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치게 된다.

도입 반년 만에 수술 1000건 돌파 #3차원 CT 영상 토대로 가상 수술 # 최상의 맞춤 치료법 찾아내 시행

국내 인공관절 수술의 7~8%를 책임지는 힘찬병원은 수술 정확성과 환자 편의 사이에서 더는 고민하지 않는다. 지난해 6월 목동을 시작으로 부평·강북·부산·창원 힘찬병원에 도입한 마코 로봇 인공관절 수술(이하 마코 로봇 수술) 덕분이다. 목동힘찬병원 황보현(정형외과 전문의) 원장은 “첨단 기술과 의료진의 경험을 결합해 인공관절 수술 완성도가 한층 높아졌다”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상황에서도 입소문만으로 반년 만에 수술 1000건(전국 힘찬병원 통계)을 달성했을 정도로 환자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고 말했다.

26개국서 30만 건 넘은 로봇 수술

마코 로봇은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승인을 받은 유일한 인공관절 수술 로봇이다. 세계적 정형외과용 의료기기 회사인 스트라이커가 2006년 개발해 지금까지 미국·유럽 등 26개국에서 30만 건 이상 시행됐다. 하버드대병원, 메이요클리닉을 비롯해 우리나라도 힘찬병원과 서울대병원 등 다수의 의료기관에서 도입·활용하고 있다. 한국스트라이커 심현우 대표는 “마코 로봇 수술은 150여 건의 연구 논문을 통해 효과와 안전성을 검증받은 수술”이라고 말했다.

마코 로봇 수술의 ‘힘’은 높은 정확도에서 나온다. 마코 로봇 수술은 사전에 3차원 컴퓨터단층촬영(CT) 영상을 통한 ‘가상 수술’이 진행된다. 환자의 관절 크기·두께 등 해부학적 구조를 토대로 컴퓨터 프로그램이 뼈 절삭 범위나 인공관절의 삽입 위치·각도 등을 계산하면 의사가 이를 한 번 더 체크하며 수술 계획을 완성한다. 일반 인공관절 수술처럼 수술 당일 의료진의 숙련도나 컨디션에 따라 치료 결과가 달라질 가능성이 작다.

가상 수술로 얻은 최상의 치료 계획은 실제 수술에 고스란히 반영된다. 의사는 수술 계획이 입력된 로봇 팔을 잡고 과일 껍질을 깎듯 뼈를 정밀하게 절삭해 수술을 완성한다. 로봇 팔은 딱딱한 기존 절삭 기구와 달리 움직임이 자유로워 필요한 범위만 최소 절개해 수술할 수도 있다. 단, 미리 계획한 수술 범위(햅틱 존)를 벗어나면 로봇 팔이 자동으로 작동을 멈춰 근육·인대와 같은 연부조직의 손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황보현 원장은 “수술 중에는 뼈 바깥쪽에 부착한 ‘송수신기(안테나)’를 통해 다리 정렬 상태나 무릎을 구부리고 펼 때 간격 등 핵심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한다”며 “일반 수술에서는 다리 각도를 맞추기 위해 허벅지 뼈를 뚫고 기준이 되는 정렬 가이드(IM Rod)를 삽입하는데, 로봇 수술은 이런 과정이 생략돼 감염·출혈 등의 부작용 위험을 덜 수 있다”고 설명했다.

뼈·근육·인대를 최대한 보존할수록 환자의 만족도는 커진다. 재활·퇴원 시기를 앞당길 수 있어 빠른 회복에도 도움이 된다. 실제로 영국 정형외과학회지(2018)에 실린 연구결과, 마코 로봇 수술을 받은 환자는 일반적인 수술 환자보다 하체 기능을 회복하기까지의 시간이 11시간 짧았다. 일상생활로 복귀하기까지 기간도 하루 이상(28시간) 단축됐다.

뼈·근육·인대 최대한 보존에 역점

미적·기능적 개선 효과도 로봇이 일반 인공관절 수술을 능가한다. 힘찬병원 관절의학연구소가 다리가 ‘O자’ ‘X자’로 휜 퇴행성 관절염 환자 총 1000명의 수술 전후 다리 교정 각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로봇 수술은 9.3도에서 1.9도로, 일반 수술은 9.1도에서 수술 후 2.7도로 로봇의 다리 교정 범위가 더 넓었다. 다리가 그만큼 바르게 교정됐다는 의미다. 무릎관절 가동 범위 역시 로봇 수술이 120.4도, 일반 수술이 114.4도로 로봇이 일반 수술보다 눈에 띄게 높았다.

2019년 무릎관절 수술 저널에 실린 연구에서도 마코 로봇 수술을 받은 환자는 계단 오르내리기 등 일상적인 활동 점수가 11.4점, 달리기 등 강도 높은 활동 점수는 6.2점 향상돼 일반 수술(각각 10.1점과 4.6점)을 앞질렀다. 걷거나 움직일 때 느끼는 통증도 로봇 수술이 일반 수술보다 적었다. 황 원장은 “일반 수술과 마찬가지로 로봇 인공관절 수술도 경험이 쌓일수록 완성도가 높아진다”며 “전국 힘찬병원과 협력해 한국인에게 특화된 로봇 인공관절 수술을 연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박정렬 기자 park.jungry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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