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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업급여 중독? 5년간 5번 퇴직 1만명이 478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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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6개월짜리 단기 일자리를 구한 뒤 그만두고, 구직급여를 받으며 쉬다가 다시 단기 일자리를 구해 반복해서 구직급여를 타가는 사례가 적지 않은 것으로 분석됐다. 31일 윤준병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구직급여를 받은 사람 중 1년 안에 중복으로 수급한 사람은 1만4000명(667억3800만원)이었다. 이에 따라 1년 내 재신청해 구직급여를 받은 수급자는 최근 5년간 9만2500명, 이들이 받은 실업급여액만 3700억원이 넘었다. 지난 5년간으로 보면 5회 이상 구직급여를 반복 수급한 사람은 1만 명(478억2100만원)이 넘는다. 5년 동안 매해 ‘단기 일자리→구직급여 수급’을 반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른바 ‘실업급여 중독자’로 불린다. 구직급여는 실업자의 구직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정부가 고용보험기금으로 지급하는 수당으로, 실업급여의 대부분을 차지해 통상 실업급여로 불린다.

작년 실업급여 반복·부정수급 890억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

직장인이 많이 찾는 주요 인터넷 커뮤니티에선 “계약직으로 짧게 일하고 실업급여를 계속 타는 지인이 있는데 보기 안 좋다” “실업급여 받으려고 날짜 채워서 일 그만두는 사람들 때문에 골탕을 먹었다”는 내용의 글이 심심찮게 올라온다.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

지난해 1~11월 적발한 구직급여 부정수급액도 222억7100만원(2만3000건)에 달했다. 지난해 12월 부정수급액을 아직 집계하지 않았는데도 이미 전년의 수급액과 건수를 뛰어넘었다. 구직급여를 받기 위해 이직 사유를 거짓으로 신고하거나 취업 사실을 숨기고 구직급여를 받는 것 등이 이에 속한다.   2016~2017년에는 특별단속을 시행해 적발 액수가 특히 많았다. 당시를 제외하면 부정수급으로 새어나간 돈은 지난해가 사상 최고 수준이다.

구직급여는 180일 이상을 근무한 뒤 자신의 의사와 상관없이 일자리를 잃으면 4개월간 받을 수 있다. 지급액은 하루 최소 6만120원. 현 정부 출범 첫해인 2017년(4만6584원)보다 29.1% 올랐다.

실업급여를 여러 번 받아도 제한이 없다 보니 이를 악용하는 경우가 생겨난다는 비판이 나온다. 주요 커뮤니티에서 “놀면서 돈 받는데 누가 일을 하나” 같은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횟수 제한, 수급 요건 강화 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윤준병 의원은 “고용보험기금 고갈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엄격한 기금 관리로 꼭 필요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준모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수 가입자가 이 기금을 남용한다면 다른 사람의 기금 이용이 제한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세종=김남준 기자 kim.nam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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