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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비즈니스 현장에 묻다

‘발명일기’ 쓰던 13세 소년의 다음 목표는 유니콘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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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김동호 기자 중앙일보

모바일 첫화면에서 돈 버는 이관우 버즈빌 대표

김동호 논설위원

김동호 논설위원

우리는 하루에 거의 스무개 안팎의 모바일 앱을 사용한다. 그런데 앱을 열면 잠금화면으로 불리는 첫 화면을 거쳐야 한다. 그곳에 광고가 꽤 나오지만 크게 의식하지 못한다. 대개는 손가락으로 밀고 그냥 넘어간다. 하지만 돈이나 다름없는 당근이 제공되면 어떻게 될까. ‘리워드(reward)’라고 불리는 보상이다. 포인트부터 할인, 쿠폰, 앱 내 상품까지 돈이 되는 모든 형태의 혜택이 리워드다.

어릴 때 발명 습관, 창업으로 이어져 #앱에 리워드 광고 띄우는 기술 개발 #직원 120명에 연매출 370억원 성장 #30여개국 진출하며 성장 발판 구축

이게 제공되면 고객이 놓치기는 쉽지 않다. 리워드는 앱을 열면 첫 화면에 ‘100P’ ‘500P’처럼 제시돼 있다. 국내 월평균 리워드 이용자는 1000만명에 달한다. 이런 모바일 광고플랫폼을 제공해 연 매출 370억원에 달하는 청년 기업인이 있다. 기업 광고를 모바일 플랫폼에 연결해주는 새로운 형태의 광고 네트워크 회사 ‘버즈빌’의 이관우 대표 얘기다.

이 대표는 창업 8년 만에 국내 모바일 첫 화면 시장의 60~70%를 차지했다. CJ ONE, OK캐쉬백, 롯데 L.POINT 등 국내외 100여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어 모바일 첫 화면 플랫폼을 확장해 왔다.

그는 미다스처럼 손만 대면 회사를 만들어낸다. 그 원동력은 어디서 왔을까. 새로운 아이디어로 세상을 바꾸고 싶었던 소년은 초등학생 때부터 발명 일기를 썼다. 1996년 특허청 주관 발명대회에서 대통령상을 받았고, 그 아이템으로 중2 때 처음 창업에 나섰다. 그 뒤로 그는 마약 중독에 빠진 것처럼 창업에서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 그는 이미 20대 때 창업한 회사 2개를 135억원에 매각했다. 버즈빌은 세 번째 성공작이다. 버즈빌은 현재 30여개 국에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벤처투자업계가 꼽은 차세대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조원이 넘는 스타트업) 후보에도 올랐다.

이관우 버즈빌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과반수가 넘는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고 있다. 김성룡 기자

이관우 버즈빌 대표는 “직원들과 함께 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과반수가 넘는 직원에게 스톡옵션을 주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젊은 나이에 대단하다. 버즈빌 사업모델이 과연 매출로 이어질지 궁금하다.
“아직 더 성장해야 하지만, 거의 모든 국내 포인트 사업자는 버즈빌 고객이다. OK캐쉬백, 엘 포인트, 해피포인트, CJ ONE이 모두 고객이다. 결과는 매우 긍정적이다. 광고비용 대비 매출(ROAS, return on advertising spend)이 리워드가 없는 광고보다 3.3배 높게 나타났다.”
리워드형 광고플랫폼 회사가 아무래도 생소하다. 어떤 방식인가.
“OK캐쉬백 같은 버즈빌 파트너사 앱 광고에 보상형 광고를 노출한다. 유저는 광고를 클릭할 때마다 포인트를 받고, 이것으로 할인 등 보상을 받을 수 있다. 리워드가 없으면 클릭 비율은 1%가 안 된다. 그러나 포인트를 제공하면 클릭 비율이 30~40%까지 높아진다. 실제 광고를 통한 최종 구매전환 효율도 10% 이상 높아진다. 백화점으로 치면 셔틀버스를 제공하는 셈이다.”
초등 6학년 때 발명품은 무엇이었나.
“현관문을 고정하려면 매번 고리를 발로 걷어 올려야 했다. 그래서 발로 버튼을 누르면 고리가 자동으로 올라가는 도어스토퍼를 개발했다. 이 아이디어로 1996년 대통령상을 받았다. 김영삼 당시 대통령이 청와대로 불러 격려해줬다.”
실패는 한 번도 없었나.
“막상 대학생이 되자 강의실 교육은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 한 학기가 지나자 바로 창업에 나섰다. 대학 동아리 선배와 함께 ‘이토프’를 창업했다. 전자레인지에 바코드가 붙은 즉석식품을 넣으면 정해진 시간만큼 자동 조리되는 것이었다. 1년간 전문가를 찾아다니며 바코드 인식 기술을 개발했다. 하지만 전자레인지 업체와 즉석식품 업체 사이에 끼여 결실을 보지 못하고 포기해야 했다.”
어떻게 일어설 수 있었나.
“그 대신 관련 기술을 활용해 모바일 코드 사업으로 이토프의 방향을 바꿨다. 사진과 동영상을 첨부할 수 있는 장문의 메시지(MMS)를 단문 메시지(SMS)로 바꿔 보내는 기술이었다. 할인 쿠폰이나 승차권 등은 MMS로 보내야 했는데 가격이 200원으로 SMS(10원)보다 20배 비쌌다. 이 기술을 눈여겨본 네이버가 2009년 이토프를 35억원에 인수했다.”
그러고는 바로 성공 가도를 달렸나.
“그다음 창업에서는 쓴맛을 봤다. 26살이던 대학 3학년 때 ‘포스트윙’을 창업했다. 저작권법을 위반한 불법 콘텐트를 찾아내는 기술이었지만, 수요가 없었다. 그러나 실패는 늘 성공의 디딤돌이 됐다. 2010년 소셜커머스 업체인 ‘데일리픽’을 창업했다. 맛집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음식점 할인쿠폰을 판매하는 서비스였다. 창업 6개월 만에 글로벌 1위 소셜커머스 업체인 미국 ‘그루폰’에서 인수제의가 들어왔지만 ‘티몬’에 95억원을 받고 데일리픽을 매각했다.”
그때 티몬에 합류한 이유는.
“데일리픽 운영 방식을 잘 알고 있으니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운영 총괄을 맡아 3년간 일했다. 합류할 당시에는 임직원이 100명 남짓이었는데 나올 땐 1300명으로 늘었다. 회사가 성장하면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다.”
결국 또 창업에 나섰다. 타고난 건가.
“숙명인 것 같다. 어느 날 지하철을 탔는데 스크린도어에서 매력적인 광고가 나왔다. 그 순간, 기록해야겠다는 생각에 카메라로 찍었다. 문득 ‘광고를 스마트폰 잠금 화면에서 보면 광고 효과가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교 후배인 이영호 공동 대표와 함께 2012년 버즈빌을 창업했다.”
후발업체들의 모방이 있을 텐데.
“버즈빌은 2013년 스마트폰 잠금화면을 이용한 광고 플랫폼 ‘허니스크린’을 출시했다. 잠금화면을 해제할 때마다 사용자들은 포인트를 받는 서비스다. 유저는 포인트를 적립해 현금처럼 쓸 수 있다. 데이터가 쌓이자 목표 고객을 짚어내는 표적화 기술 고도화 작업에 집중했다. 나이, 성별, 라이프스타일을 토대로 잠재 고객을 인지하는 머신러닝을 기반으로 실제 제품 구매 확률을 높였다. 이용자의 성향이나 구매확률에 따라서 광고나 리워드도 다르게 했다.” 
서비스 영역이 좁지 않은가.
“현재는 잠금화면을 넘어서서 홈 화면에서 아이콘을 떠서 수익을 벌 수 있는 팝(Pop) 모델과 콘텐트 사이에 자연스럽게 노출되는 네이티브 모델 등 다양한 지면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리워드를 기반으로 한 광고에 대한 다양한 모델 개발을 통해 현재는 잠금화면 광고 비중이 30% 이하로 떨어질 만큼 적극적으로 신규 모델을 출시하고 있다.”
여전히 유니콘과는 거리가 멀다.
“세계 시장에 진출하기 위해 2017년 미국의 1위 잠금화면 광고 플랫폼인 ‘슬라이드조이’를 인수했다. 2018년에는 핵심 개발자 확보를 위해 42컴퍼니의 잠금 화면 앱 ‘슬라이드’를 인수했다. 미국·일본·대만에도 현지 법인을 세워 진출했다. 현재 전 세계 30여 개국에서 3000만명에게 서비스 중이다. 더 많은 이용자 확보가 올해의 목표다.”
크게 성장하려면 투자를 받아야.
“2013년 소프트뱅크벤처스에서 30억원을 투자받았다. 2015년에는 LB인베스트먼트 주도로 KTB네트워크, 포스코기술투자, 컴퍼니케이파트너스, ES인베스터로부터 130억원을 투자받았다. 작년에는 산업은행과 신한은행과 기존 투자자로부터 205억원을 투자받았다. 모바일 광고는 국경 없는 비즈니스다. 올해는 해외 영업을 더욱 본격화하려고 한다.”

14개 나라 청년이 모인 글로벌 회사

버즈빌은 직원 120명에 불과하지만, 국적은 14개국에 달한다. 미국·일본·프랑스·중국은 물론 아제르바이잔·에티오피아까지 다양하다. 이들은 모바일 광고에 필요한 프로그래밍을 하는 개발자들이 대다수다. 영어를 쓰지만, 전문성이 있는 분야라서 의사소통은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문제는 개발자를 구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세계적인 4차 산업혁명으로 개발자는 만성적인 부족 상태다. 그래서 개발자는 경력이 짧아도 나이에 비해 연봉이 적지 않다.

이 대표의 꿈은 ‘버즈빌 마피아’다. 직원들이 성장해 모두 창업가의 길을 걷게 하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이 대표는 직원들에게 과감하게 스톡옵션을 제공하고 있다. 성과와 역할에 따라 거듭 제공하면서 전체 직원의 과반수가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이미 일부 직원은 장외시장에서 현금으로 환금해 주택 구매 자금으로 쓰기로 했다. 이렇게 회사를 운영하니 버즈빌은 직원 모두가 자기 주도적으로 일하는 ‘셀프 리더’가 되고 있다. 이 대표는 “코로나 여파로 대다수가 재택근무를 하지만, 업무 진행에는 거의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김동호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