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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독수리 35마리 긴급 방사…살처분 위기 피해야[영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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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1시쯤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 감악산 기슭의 영국군 추모공원. 이곳에서 때아닌 독수리(천연기념물 제243-1호) ‘대탈출 작전’이 벌어졌다. 케이지에 실려 인근 조류방사장에서 옮겨온 독수리 30여 마리가 차례차례 방사됐다. 방사된 독수리는 종종걸음으로 내달리기 시작해 곧바로 상공으로 훨훨 날아올랐다. 그리고는 날개를 활짝 편 채 상공을 몇 차례 선회하다가는 먼 곳을 향해 자연의 품으로 날아갔다.

인근 AI 발생에 독수리 35마리 긴급 방사  

이 독수리 무리는 영국군 추모공원과 맞닿은 곳에 있는 ‘조류방사장’에서 보호 중이던 것들이다. 조류방사장은 다치거나 탈진해 구조된 독수리를 보호 중인 새들의 쉼터다. 문화재청이 조성해 한국조류보호협회에서 운영 중이다. 조류보호협회는 구조한 독수리 60여 마리를 보호 및 재활치료 중이었다. 이 가운데 탈진과 부상 치료를 거의 마친 독수리 35마리를 이날 돌려보낸 것이다.

2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 감악산 기슭에서 이뤄진 독수리 방사. 한국조류보호협회

2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 감악산 기슭에서 이뤄진 독수리 방사. 한국조류보호협회

“3㎞ 내 농가로 AI 확산 대비 위한 조치”  

문화재청 관계자는 “독수리가 보호되고 있는 조류방사장과 10㎞ 떨어져 있는 적성면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지난 26일 조류인플루엔자(AI) 의심 신고가 접수되고 27일 AI 항원이 검출됨에 따라 긴급하게 취한 조치”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이번 방사는 만일의 경우 조류방사장 3㎞ 내 농가로 AI가 퍼지면 조류방사장 내 독수리가 예방적 살처분 대상으로 거론될 가능성에 대비한 것이기도 하다”며 “이날 방사 일자만 기다리던 모두 건강한 독수리를 모두 풀어줬다”고 설명했다.

2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 감악산 기슭에서 이뤄진 독수리 방사. 한국조류보호협회

28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설마리 감악산 기슭에서 이뤄진 독수리 방사. 한국조류보호협회

경기도는 지난 26일 의심 신고가 접수된 포천, 파주, 이천, 안성 등 4개 농장에서 AI 항원이 검출됨에 따라 4곳 농가에서 사육 중인 닭 21만1000마리를 살처분하고 3㎞ 이내 14개 농가의 가금류 83만1000 마리 등 104만2000 마리도 예방적 살처분을 진행 중이다.

“독수리 서둘러 방사하기는 처음”  

한갑수 한국조류보호협회 파주시지회장은 “날개 등을 다쳐 날지 못하는 독수리 25마리만 남겨두고, 건강을 회복한 독수리를 모두 이날 긴급하게 자연으로 돌려보냈다”며 “지난 2002년 파주에 조류방사장이 조성된 이래 주변 지역에서 AI 발생으로 보호 중이던 독수리를 서둘러 방사하는 일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말했다.

28일 오후 한국조류보호협회 회원이 파주 ‘조류방사장’ 내 독수리를 풀어주기 위해 위해 옮기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28일 오후 한국조류보호협회 회원이 파주 ‘조류방사장’ 내 독수리를 풀어주기 위해 위해 옮기고 있다. 한국조류보호협회

“독수리, AI에 감염된 사례는 없어”

남궁대식 한국조류보호협회 사무총장은 “그동안 독수리가 AI에 감염된 사례는 보고된 적이 없으며, 조류보호협회가 전국에서 운영 중인 조류 보호시설 10곳에서도 지난 40년간 AI가 발생한 적이 없다”며 “일부에서 조류방사장 내 독수리의 AI 집단 발병을 우려하는 것은 기우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익진 기자 ijjeon@joongang.co.kr

☞독수리=한국과 몽골을 오가며 서식한다. 동물의 사체를 먹어 ‘야생의 청소부’라는 별명으로도 불린다. 수릿과 조류 중 덩치가 큰 맹금류를 흔히 ‘독수리’로 통칭하지만, 엄밀하게는 서로 다른 종(種)이다. 가령 ‘미국 독수리’는 흰머리수리를 말한다. 수릿과 조류 중 독수리·검독수리·참수리·흰꼬리수리 등 4종류가 천연기념물(제243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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