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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살리는 ‘어린이 고객님’…방학 되니 투숙객 70% 차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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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 경기도 파주에 사는 유인성(47) 씨는 최근 호캉스를 즐겼다. 방학 중인 아이들과 놀러 갈 곳도 마땅치 않고 재택근무 중에 육아 부담까지 늘어난 아내와 기분 전환을 하기 위해서다. 아이들은 호텔 내 키즈 도서관에서 책도 읽고 좋아하는 게임까지 마음껏 하고, 부부는 번갈아 마사지를 받으며 모처럼의 여유를 만끽했다. 유 씨는 “인터넷에서 아이들과 놀기 좋은 호텔을 검색해서 다녀왔는데 온 가족이 한 공간에서 각자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말했다.

방학 효과…매출 59.2% 늘고 투숙률 66.6%로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키즈 빌리지에 있는 BMW 드라이빙 존. 사진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의 키즈 빌리지에 있는 BMW 드라이빙 존. 사진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호텔업계가 '어린이 고객님' 덕분에 숨통을 트고 있다. 26일 호텔업협회에 따르면 40~60%였던 호텔의 평균 객실 점유율은 코로나19가 유행한 지난해 20%대까지 주저앉았다. 지난해 9월의 경우 국내를 찾은 외래 관광객은 전년 동기 대비 95.5%나 줄었다. 이 기간 호텔업계의 피해는 1조8406억원으로 추산된다.

호텔은 코로나 위기를 넘기위해 내국인 고객에 매달리고 있다. 특히 어린이 고객 모시기에 정성을 쏟고 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은 지난해 3분기 매출이 전 분기보다 59.2% 증가했다. 1~2분기 40%대였던 투숙률도 66.6%로 올랐다. 코로나19로 부상한 호캉스와 방학 특수가 맞물리면서다. 여름방학 기간이었던 지난해 7~8월 전체 투숙객의 70%가 아이를 동반한 가족이었다. 비수기의 두 배 수준이다. 올해 겨울방학(1~2월)도 아이 동반 가족 예약률은 최대 70%에 이른다. 호텔 내 BMW 드라이빙 체험에 참여하는 비율은 코로나19 전후 큰 차이가 없다. 레저 전문가(LEO)가 교통 교육을 하고, 트랙 시승 후 라이선스를 주는 프로그램이다.

켄싱턴호텔 평창 역시 2019년 3월 키즈룸을 오픈한 이후 코로나19가 발생한 지난해에도 여름방학과 겨울방학에는 키즈룸 객실 가동률이 90%를 거뜬히 넘었다. 지난 2019년 11월 개관한 켄싱턴리조트 설악밸리는 독채형이 인기를 끌면서 개관 1년 만에 평균 객실 가동률 80%를 넘었고, 주말(금~일)은 예약조차도 힘들다. 이곳의 키즈룸 가동률은 일반 객실보다 5~10% 높다.

학교 대신 호텔 수업도…체험 활동 인기    

켄싱턴호텔의 키즈 클래스. 사진 켄싱턴호텔앤리조트

켄싱턴호텔의 키즈 클래스. 사진 켄싱턴호텔앤리조트

호텔을 찾는 가족 고객의 발길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해외여행이 막히면서 갈 곳 잃은 아이들이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서다. 지난해 익스피디아 조사 결과 자녀가 있는 밀레니얼 세대 200명 중 절반 이상(57.5%ㆍ중복응답)이 가족여행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아이와의 추억’을 꼽았다.

최근 호텔에선 원격 수업 등으로 ‘집콕’에 지친 아이들이 즐길 수 있는 체험형 프로그램이 인기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이 선착순 10명만 예약을 받은 ‘겨울방학 키즈매너 캠프’는 당일 접수가 마감됐다. 레스토랑에서 진행하는 3시간짜리 수업에서 미술관이나 박물관에서 관람할 때의 예절(컬처 매너)과 홈파티 에티켓(파티 매너), 식사 예절(테이블 매너)을 배운다.

롯데호텔 제주에선 올해 1월 각종 체험이 가능한 ‘ACE프로그램’ 이용률이 전월보다 약 15% 증가했다. 특히 소규모로 6시간까지 진행되는 ‘올데이 키즈 프로그램’이 인기다. 아이가 요리나 미술 수업을 듣는 사이 부모는 요트 투어나 곶자왈 산책 등을 즐길 수 있다. 켄싱턴리조트 설악비치의 ‘코코몽 키즈 카페룸’에서 진행하는 코코몽 매직스쿨(마법학교)도 전문 마술사에게 마술을 배우는 체험 프로그램이다. 키즈 전용층이 있는 그랜드 조선(부산, 제주)도 쿠킹클래스와 스페셜 케어 프로그램 등 키즈 클럽을 갖췄다.

웨스틴조선 서울의 키즈 패키지 리틀플레이케이션. 사진 웨스틴조선서울

웨스틴조선 서울의 키즈 패키지 리틀플레이케이션. 사진 웨스틴조선서울

비대면과 키즈를 콘셉트로 한 패키지도 꾸준히 출시되고 있다. 서울 신라호텔은 당초 2월까지였던 ‘프라이빗 키즈 플레이룸’ 판매 연장을 검토 중이다. 3차원 입체 자석 교구 ‘맥포머스’를 제공하는 ‘패밀리바이JW’(JW 메리어트 호텔 서울)나 객실 안에서 식사까지 해결하는 ‘24h 언택트 스테이’(파라다이스호텔 부산) 등도 있다. 파라다이스호텔 부산 관계자는 “코로나 시대에 호텔에서 안전하게 놀면서 유익한 방학을 보낼 수 있도록 어린이 프로그램에 특히 신경 쓰고 있다”고 말했다.

추인영 기자 chu.i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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