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감독과 베드신 안 찍겠다" 키이라 나이틀리 파격 선언

중앙일보

입력 2021.01.26 16:30

업데이트 2021.01.26 16:38

영국 출신 유명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 연합뉴스

영국 출신 유명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 연합뉴스

“남성들의 시선에 맞춘 베드신은 불편해요. 앞으로 안 찍겠습니다.”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부터 '러브 액츄얼리' 등 다양한 작품으로 유명한 배우 키이라 나이틀리(36)가 털어놓은 속내다. 그는 자신이 모델인 명품 브랜드 샤넬이 운영하는 팟캐스트 채널 '샤넬 커넥츠'에 출연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영국 가디언이 26일(현지시간) 보도한 바에 따르면 나이틀리는 “남성 감독이 연출하는 베드신은 찍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가 문화적으로 남성의 경험을 많이 배웠기 때문에 대체로 남성에 잘 공감한다”며 “심지어는 성에 대해서도 알게 모르게 남성적 시선을 갖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나이틀리는 최근 수년간 양성평등 이슈에 목소리를 높여왔다. 딸을 출산하고 엄마가 되면서다.

앞서 2015년엔 “엄마가 되고 나서 영화 계약서에 ‘나체 금지’ 조항을 추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팟캐스트에서 “모성애나 여성의 신체가 얼마나 특별한지를 담은 작품이라면 (여성의 나체) 장면이 필요할 수도 있다”며 “이 경우 여성의 몸은 천박하지 않은 방식으로 전달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만약 그런 장면을 꼭 촬영해야 한다면 나와 공감할 수 있는 여성 영화 제작자와 함께 해야 할 것 같다”는 조건을 달았다.

나이틀리 본인도 성추행을 네 차례 당한 적 있다고 한 인터뷰에서 털어놓으며 미투운동에 힘을 보탰다. 그는 당시 “상당수의 여성들은 이런 경험을 갖고 있을 것”이라며 “할리우드엔 여성에 대한 성차별이 만연하다”고 덧붙였다.

키이라 나이틀리는 2003년 영화 '러브액츄얼리'를 통해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키이라 나이틀리는 2003년 영화 '러브액츄얼리'를 통해 전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제공]

나이틀리의 발언은 할리우드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반향이 크다. 영국 BBC는 25일(현지시간) 나이틀리의 발언을 소개하면서 “미투 운동 이후 최근 영화계에선 성관계 장면을 촬영할 때 배우를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많다”고 보도했다. 많은 영화 촬영장에서 감독과 배우의 편안함을 보장하고 불상사를 막기 위해 코디네이터가 따로 고용되고 있다고 한다.

나이틀리는 2018년엔 출산 전후 여성 관련 책에도 참여했다. 10~60대 여성들의 이야기를 엮은 책 『나만 그런 게 아니었어(원제: Feminists Don’t Wear Pink And Other Lies)』이다. 임신과 출산 과정에서 겪어야 했던 신체적·감정적 변화를 적나라하게 풀어냈다. 이 책에서 그는 케이트 미들턴 영국 왕세손빈 얘기도 꺼냈다. 미들턴이 출산 7시간 만에 ‘풀 세팅’ 상태로 카메라 앞에 선 사실을 언급하며 “그는 몸이 찢어지는 고통과 모유가 새어 나오는 상태, 걷잡을 수 없는 호르몬의 변화는 모두 감추고, 아름답고 스타일리시한 모습만 보여줘야 했다”고 하면서다. 출산 직후 여성에게조차 아름다울 것을 요구하는 남성적 시선에 대한 비판이다.

영국 윌리엄 왕세손(왼쪽)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이 지난 2018년 셋째를 출산한지 7시간 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 [런던 EPA=연합뉴스]

영국 윌리엄 왕세손(왼쪽)의 부인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빈이 지난 2018년 셋째를 출산한지 7시간 만에 카메라 앞에 섰다. [런던 EPA=연합뉴스]

나이틀리는 최근 주체적이고 독립적 여성 캐릭터를 골라 출연해왔다. 지난해 출연했던 영화 ‘미스 비헤이비어’에선 역사학자이자 여성운동가 샐리 역할을 맡았다. 영화는 1970년 여성 미인대회인 ‘미스월드 대회’ 진행 중 일어난 반대 시위 얘기를 다룬다. 실제 일어났던 기습 시위 스토리를 바탕으로 했다.

이외에도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서 암호 해독팀의 유일한 여성이자 천재 수학자인 조안 클라크를 연기해 오스카 여우조연상 후보에 올랐고, 비교적 초기 작인 ‘오만과 편견’에서도 스스로 사랑을 쟁취하는 자존심 강하고 똑똑한 엘리자베스를 연기해 호평을 받았다.

지난해 개봉한 영화 '미스비헤이비어'에서 키이라 나이틀리는 미인대회의 성상품화를 반대하는 역사가 역할을 맡았다. [판씨네마 제공]

지난해 개봉한 영화 '미스비헤이비어'에서 키이라 나이틀리는 미인대회의 성상품화를 반대하는 역사가 역할을 맡았다. [판씨네마 제공]

3년 전엔 그가 딸에게 ‘디즈니 만화 시청 제한령’을 내렸다는 소식으로 화제가 됐다. 수동적이고 남성에게 의지하는 성차별적 요소를 비판한 것이다. 그는 NBC의 인기 토크쇼 ‘엘렌 드제러너스 쇼’에 출연해 “신데렐라는 부유한 남성으로부터 구원 받기를 기다리는 이야기”라며 “나는 딸에게 ‘왕자를 기다릴 게 아니라 너 스스로를 구해야 한다’고 가르친다”고 말했다. 인어공주에 대해서도 “작품 속 노래는 훌륭하지만, 남성을 위해 목소리를 포기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말했다.

김선미 기자 call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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