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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혈주의 때리던 이들의 친문 구애···박영선·우상호 얄궂은 운명

중앙일보

입력

더불어민주당의 4ㆍ7 서울시장 보궐선거 경쟁이 25일 본격화됐다.
26일 공식 출마 선언을 하는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25일 오전 이낙연 대표를 찾아 출마 신고를 했다. 대표 면담 직전엔 "선거 준비사무실에 고마운 첫 손님이 오셨다"며 노영민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함께 찍은 사진을 페이스북에 올렸다. 사흘 전(22일) 찍은 사진인데, 이날 올렸다. 사실상의 선거 행보 첫날 문재인 정부 전 총리, 전 대통령비서실장과의 인연을 강조한 모습이다.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左),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박영선 전 중소기업벤처부 장관(左), 우상호 더불어민주당 의원.

그동안 박 전 장관에 대한 직접적인 평가를 자제해온 경쟁자 우상호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정책설명회를 마친 뒤  “(박 전 장관과 비교했을 때 내가) 진보의 가치를 대표하는 주자”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은 박영선 후보가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지만, 3년 전 (경선 당시) 박원순 전 시장 같은 압도적 지지율이라고 볼 순 없다”라고도 말했다. 이틀 전까지만 해도 서울 남대문시장에서 ‘누님’, ‘동생’ 이라고 덕담을 나눴는데, 발언의 톤이 확 달라진 셈이다.

비문 출신들의 친문 구애 안간힘

우 의원은 이날 부동산 관련 정책간담회를 포함해 지금까지 8차례 정책 공약을 내놨다. 박 전 장관은 출마선언일을 기점으로 프로토콜 경제 등 중기부 장관 시절 정책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울 방침이다.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이 25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박영선 전 중기부 장관이 25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하지만 정작 두 후보가 더 공을 들이는 부분은 따로 있다. 바로 선거를 좌지우지할 '친문(친 문재인) 표심'이다. 문재인 대통령 생일인 24일 박 전 장관은 “대한민국은 문재인 보유국”, 우 의원은 “지금껏 한 번도 만나본 적 없던 대한민국과 대통령”이라는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경선에선 권리당원들의 표심이 50%나 반영된다. 친문 색채가 강한 권리당원의 표심을 누가 더 얻느냐가 곧 승부처인 셈이다. 친문 권리당원들의 영향력은 '친문'계열 후보들이 호성적을 남긴 지난해 전당대회 등에서도 이미 입증됐다.

공교롭게도 박·우 양 후보 모두 ‘친문’이 아니다. 박 전 장관은 19대 대선 경선 때 문 대통령을 위협했던 안희정 후보자의 의원멘토단장을 맡아 사실상 문 대통령과 대척점에 섰다. 우 의원도 '친문'이 아니고, 86 운동권 그룹 색채가 강하다. 2019년 초 무소속 손금주ㆍ이용호 의원의 입당이 불허돼 민주당 내 ‘친문 순혈주의’ 논쟁이 벌어졌을 땐, 박 전 장관과 우 의원 모두 비주류의 입장에서 순혈주의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당직자 출신의 수도권 의원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엔 박영선ㆍ우상호 후보 모두 비문 색채가 옅어진 건 맞지만, 과거 문 대통령과 각을 세웠던 기억이 신경 쓰이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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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 전 장관의 경우 그에게서 지역구(서울 구로을)를 물려 받은 윤건영 의원이 캠프에서 역할을 맡게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문재인의 복심’으로 불리는 윤 의원이 박 전 장관을 돕는다면 친문 지지층 흡수에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반면 우 의원은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에게서 공개 지지를 받았다.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우상호 민주당 의원이 지난 22일 올린 페이스북 게시물. [페이스북 캡처]

인지도에 비해 당내 조직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듣는 박 전 장관은 박원순 전 시장이 선거 때 썼던 안국동 안국빌딩 사무실에 캠프를 꾸렸다. 이 곳을 거점으로 곧 활동을 본격화한다. 지지율과 인지도에서 일단 약세인 우 의원은 서울 지역구 의원들의 지지 등 당내 조직력에서 앞서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준영 기자 kim.junyo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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