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빌리티 없는 쌍용·GM·르노삼성 자동차 3사…불투명한 미래

중앙일보

입력 2021.01.26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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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지난해 6월, 쌍용차는 평택공장에 자동차 담당 기자를 불러 티볼리·코란도 생산 공정을 공개했다. 대주주인 인도 마힌드라가 “쌍용차 지분을 팔겠다”고 한 직후였다. 수백여 대의 로봇팔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생산라인 앞에서 쌍용차는 “아직 죽지 않았다”고 강조하고 싶은듯했다. 그러나 공장에서 기름때 붇은 로봇팔을 지켜본 기자 사이에서는 되레 “안타깝다”는 반응이 나왔다. 테슬라의 최첨단 기가팩토리 등과 대조적으로 1979년 지은 평택공장의 노후함을 감출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급박한 쌍용차, 새주인 찾기 미지수
르노삼성, 직원 대상 희망퇴직 실시
구조조정 GM, 정부와 벼랑끝 협상중
전문가 “3사 모두 독자 생존 어려워”

2015~2020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생산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5~2020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생산량.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쌍용차를 비롯해 한국GM과 르노삼성 등 외국계 자본이 투입된 완성차 3사에 새해 초부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쌍용차가 지난달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이어 이달 들어 르노삼성은 8년 만에 전 직원 대상 ‘희망퇴직’에 들어갔다. 최근 집계된 3사의 자동차 생산은 5년 전보다 절반 가까이 줄었다.

25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3사의 위기는 지난 10년간 새것을 만들지 못하고 옛것만 남았기 때문이라고 요약했다. 전 세계 완성차업체가 2021년을 ‘전기차 대전’의 전초전으로 삼고 있지만 외자계 3사는 전기차 등 변화에 대응할 만한 무기가 없다. 또 자동차업계가 미래 비전으로 집중 투자중인 ‘모빌리티(Mobility·이동성)’에 대해서도 대응은 고사하고 지금 당장 버티기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쌍용차가 가장 급박하다. 희망을 걸었던 ‘새 주인 모시기’가 일단 물 건너갔다.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와 대주주인 마힌드라, 산업은행 그리고 쌍용차 인수 후보인 미국 자동차 유통업체 HAAH홀딩스(HAAH)는 지난 14일부터 22일까지 서울 모처에서 수차례 만나 쌍용차 매각에 관한 협상을 벌였다. 그러나 막판에 인도 마힌드라가 ‘추가 조건’을 요구하며 판이 깨졌다. 마힌드라는 쌍용차 지분을 깨끗이 털고 나가고 싶어하고, 산은·HAAH는 일정 기간 지분을 갖고 책임을 다하라고 주장하다 판이 틀어졌다.

2015~2020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수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2015~2020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 수출.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인수자·채권단 입장에선 매각 후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는 부채 등 ‘먹튀 금지’ 방지책을 걸었지만 마힌드라가 마뜩잖게 여긴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핵심은 인수가격이다. HAAH는 싼 가격에, 마힌드라는 10년 전 투자한 5000억원을 최대한 건지고 싶어한다. 쌍용차는 다음 달까지 자율 구조조정(ARS)을 진행 중이다. 이 기간 새 투자자를 유치해 유동성 위기를 벗어나야 하지만 HAAH와 마힌드라가 어떤 협상 결과를 내놓을지 미지수다.

르노삼성은 희망퇴직 프로그램에 ‘서바이벌(Survival) 플랜’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누군가라도 살기 위해 누군가는 나가야 한다는 절박함이 묻어 있다. 앞서 지난 14일 프랑스 르노 본사는 향후 전기차 대전을 앞두고, 올해 경영 전략을 ‘르놀루션(Renaulution·르노와 혁명의 합성어)’으로 명명했다. 하지만 혁명을 내세운 본사와 달리, 한국·남미는 ‘수익성 위주 시장’으로 지목했다.

르노삼성은 2012년 이후 꾸준히 흑자를 낸 우량 해외법인이지만, 지난해는 적자를 냈을 것으로 추정한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수출이 차질을 빚었고 지난해 3월 이후엔 닛산의 로그 생산 물량이 끊긴 게 타격이 컸다. 지난해 르노삼성의 수출 대수는 2만여 대로 2015년(14만 대)보다 12만 대가 줄었다. 르노삼성은 지난해부터 소형 SUV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XM3를 앞세워 수출 혈로를 뚫고 있지만 상황을 반전시킬만한 성과는 내지 못하고 있다. 내수에서도 지난해는 6종의 신차를 냈지만, 올해는 계획이 없다는 점도 고민이다.

한국GM은 이미 힘겨운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2018년 군산공장을 폐쇄했고, 부평 2공장도 2023년 이후 배정 물량이 없다. 부평 1공장의 생산 대수도 갈수록 줄고 있다. 한국GM은 정부가 산업은행을 통해 8000억원을 지원한 외자 기업이라는 점에서 미래의 생존 셈법이 더 복잡하다. 정부가 일자리 등을 고려해 한국GM에 투자했지만, GM은 글로벌 경쟁력이 없다며 언제든 발을 뺄 수도 있다. 정부와 GM의 ‘벼랑 끝 협상’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한국GM 노사가 ‘투자 철회’와 ‘부분 파업’으로 맞설 때도 여권 관계자의 중재가 있고 나서야 벼랑 끝 대치가 풀렸다.

조철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냉정히 말해 3사 모두 독자 생존이 어렵다.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더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 자동차업체의 구조조정은 굉장히 상세하게 계획을 짜서 진행하고, 노조도 그 계획을 일정 부분 수용한다”며 “그렇게 돼야 정부가 도와줄 수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3사의 지난 5년간 생산량은 급감했다. 한국GM·르노삼성·쌍용차의 지난해 자동차 생산 대수는 57만대로 2015년(95만대)보다 40%가 줄었다. 특히 이 기간 수출은 65만대에서 31만대로 감소했다.

김영주 기자 humanes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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