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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국 '12월의 악몽' 경고···"영국 변이 바이러스 치명률 높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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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최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가 다소 수그러들었지만 암울한 전망은 사라지지 않았다. 방역당국은 영국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등에서 유행 중인 변이 바이러스를 향후 방역의 최대 변수로 지목하며 “12월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당초 변이 바이러스는 기존 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은 높지만 치명률과는 관계 없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영국 정부가 치명률을 높일 수 있다고 발표하면서 앞으로의 대응에 새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영국행 비행기 안내가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뉴스1

지난달 3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2터미널에서 영국행 비행기 안내가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뉴스1

당국 “12월 악몽으로 돌아갈 수도”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23일 정례 브리핑에서 변이 바이러스와 관련, “두렵다” “무섭다” 등의 표현을 여러 차례 써가며 우려를 드러냈다. 권 부본부장은 “전 세계 코로나 19 확진자가 1억명을 목전에 둔 상황에서 국내 상황은 전체적으로 감소 추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운을 뗀 뒤 “그러나 코로나19의 도전은 더욱 거세지고 있고, 심지어 무서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변이가 등장한 것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도전, 거세지고 무서워져" #향후 방역 대응 최대 변수 '변이'

권 부본부장은 그러면서 하루 신규 확진자가 1240명까지 치솟았던 12월 중순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그는 “전 세계 각지에서 다양한 변이가 속속 발견되면서 전파 속도는 물론이고 중증도도 높아진다는 발표가 있다”며 “코로나19 방역의 큰 변수 중 하나이다. 영국 변이가 광범위하게 퍼진다면 지난해 12월 중순의 악몽 같은 상황으로 돌아갈 수 있다”라고 말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 연합뉴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 연합뉴스

“변이, 전파력뿐 아니라 치명률도 높다”

당국이 이렇게 경고한 건 그간 알려진 것과 달리 영국에서 변이 바이러스가 더 높은 사망률을 보일 수 있다고 발표한 것과 무관치 않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런던 등에서 발견된 변이 바이러스가 “더 높은 치명률과 연관됐을 수 있다는 증거가 있다”고 밝혔다. 기존 코로나19 바이러스보다 30~70% 빨리 전파되지만, 더 치명적이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는 초기 분석과 다른 것이다. 영국 정부는 “기존 바이러스에서 60대 코로나19 남성 환자 1000명당 사망자가 약 10명이었다면 변이 바이러스는 13~14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초기 자료만 본 것이라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하다고 설명했지만, 치명률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 처음 언급된 것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코로나로 인해 사망할 가능성이 극히 낮은 건강한 어린이와 젊은 성인층에선 절대적인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 적겠지만 이미 고위험군인 80세 이상에겐 큰 영향”이라고 밝혔다.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마련된 코로나19 검사센터. 연합뉴스

10일 인천국제공항 제2여객터미널에 마련된 코로나19 검사센터. 연합뉴스

권준욱 부본부장은 “영국발 변이와 관련해 감염력은 평균 50% 높인다는 얘기가 이미 있는데 치명률까지도 30% 정도 높게 나타난 상황으로 매우 두렵다”며 “치료제와 백신도 도전에 직면해 있다. 최악의 경우 효과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실제 전파력뿐 아니라 치명률까지 높다면 변이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해 기존 방역체계를 다시 짜야 할 수 있다.

10월 이후 전장 유전체 분석 58건, “확대해야”

전문가들은 치명률과 관련,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면서도 전장 유전체 분석을 확대해 국내의 변이 바이러스 위험도를 평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해외입국자들이 방역관계자로부터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1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 입국장에서 해외입국자들이 방역관계자로부터 안내를 받고 있다. 연합뉴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영국 발표와 관련, “실제 변이 바이러스의 병독성이 올라가 사망률이 오른 건지, 의료 시스템 과부하로 사망률이 오른 건지 구분이 안 된다”며 “전파력 증가는 여러 나라에서 반복적으로 얘기하는 만큼 사실로 보이지만 치명률이 높다는 건 다른 곳에서도 재현돼야 정설로 받아들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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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는 그러나 “(치명률이 높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게 놀라운 것”이라며 “전장 유전체 분석을 광범위하게 해 국내 상황에 대한 진단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당국은 변이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영국과 남아공 등의 국가에서 들어오는 확진자를 대상으로 전장 유전체 분석을 벌이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8일까지 이뤄진 건 58건으로, 영국 15건, 남아공 2건, 브라질 1건 등 18건에서 변이를 확인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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