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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짝제로 팔았지만…줄 세우는 포항상품권 500억원어치 '순삭'

중앙일보

입력

홀짝제 했지만, 500억원어치 완판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행한 포항사랑상품권 구매 행렬. 사진은 지난 2019년 코로나19 가 확산하기 전 한 시중은행 창구 앞의 모습. 뉴스1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발행한 포항사랑상품권 구매 행렬. 사진은 지난 2019년 코로나19 가 확산하기 전 한 시중은행 창구 앞의 모습. 뉴스1

500억원 규모의 '포항사랑상품권(이하 포항상품권)'이 나흘 만에 완판됐다. 경북 포항시는 24일 "지난 18일 상품권 가액에 10% 할인율을 적용해 포항상품권 판매를 시작했는데, 나흘만인 21일 준비한 상품권 500억원어치가 모두 동이 났다"고 밝혔다.

포항상품권, 2월3일 300억원어치 더 발행

포항상품권은 이른바 '완판템'으로 유명하다. 일단 판매가 시작되면 상품권을 판매하는 포항지역 시중 은행 창구는 구매자로 북새통을 이룬다. 지난해 5000억 원어치가 완판됐고, 2019년엔 1700억원, 18년엔 1000억원, 17년에도 1300억 원어치가 팔려나갔다.

포항상품권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해 조례를 만들어 발행하는 지자체 상품권이다. 현금 역외 유출 방지를 위해 전국 50여개 지자체가 비슷한 자체 상품권을 발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안에서만 쓸 수 있는 지자체 상품권을 사려고 포항처럼 긴 줄을 서서 구매하는 장면은 보기 어렵다.

포항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세에 맞춰, 이번 판매엔 처음으로 '홀짝제'를 도입해 상품권을 팔았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라 구매 행렬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한 예방책이다. 출생년도 끝자리가 ‘0’ 같은 짝수면 짝수일에만, '1'이면 홀수일에만 상품권을 살 수 있도록 했다. 포항시 관계자는 "홀짝제 없이 예전 그대로 판매했으면 당일 다 팔려나갔을 것이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2월에 300억원 추가 발행

포항사랑상품권을 사려는 시민. 사진은 지난해 4월. 연합뉴스

포항사랑상품권을 사려는 시민. 사진은 지난해 4월. 연합뉴스

다음달 3일 포항시는 2차 포항상품권을 발행할 예정이다. 발행 규모는 300억원이다. 포항시는 2차 판매엔 홀짝제를 폐지하고, 앞서 1차 때 상품권을 구매한 시민의 중복 구매 금지 규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포항상품권의 인기 비결은 무엇일까. 10%라는 높은 할인율에 더해 포항상품권에는 성공 공식이 있다. 가맹점이 많다는 점이다. 포항의 전체 상점은 3만여곳. 이 중 1만6000여곳이 포항상품권 가맹점이다. 가맹점 업주는 상품권을 받아 물건을 판 뒤 은행에서 현금으로 환전할 때 별도 수수료를 부담하지 않는다.

시민 권모(33) 씨는 “죽도시장에서 건어물을 사고, 동네 문방구에서 연필을 살 때도 포항상품권을 현금처럼 쓸 수 있다. 헬스장도 끊을 수 있고, 주유소에서도 사용이 가능하다"고 했다. 9000원에 구매한 만원권 포항상품권으로 7000원짜리 물건 이상만 사면, 남은 30%는 거스름돈으로 내어주는 것도 포항상품권의 매력이다. 포항상품권은 1인당 연간 600만 원어치(월 70만원 한도)까지만 구매할 수 있다.

10% 할인율에 대한 부담은 지자체 몫이다. 포항시는 올해 3000억원 규모의 상품권 발행을 예정한 상태다. 이를 위해 국비와 도비 등을 보태 359억원의 예산을 준비해뒀다. 이 돈으로 만원권·5000원권 두 가지로 상품권을 발행하고, 시중 은행에 판매 수수료(0.9%), 환전 수수료(0.8%)를 지급한다. 또 시민에게 팔려나간 상품권 할인 금액만큼을 보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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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김윤호 기자 youkno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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