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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갈래요" 학대 아이, 부모에 보낸지 한달도 안돼 숨졌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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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살 의붓아들의 손과 발을 묶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A씨가 2019년 9월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를 나와 인천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5살 의붓아들의 손과 발을 묶고 둔기로 때려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계부 A씨가 2019년 9월 29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받기 위해 인천시 미추홀구 미추홀경찰서를 나와 인천지방법원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 2018년 7월 16일 A군은 아동학대와 가정폭력 가해자인 계부 이모씨로부터 분리됐다. 인천가정법원이 이날 A군에 대해 1년간 보호 명령을 내리면서다. 1년 후인 2019년 8월 30일 A군은 가정으로 돌아갔다. 하지만 한 달도 되지 않아 A군은 손과 발이 케이블 줄에 묶인 채 계부에게 목검으로 폭행당하다 사망했다.

당시 인천 아동보호전문기관(아보전)이 미추홀구에 제출한 '피해 아동 가정복귀 의견서'에는 "아동 상담 시, 친모에 대한 질문에는 망설임 없이 보고 싶어 하고 만나는 날을 기다리는 모습을 보임" "A군이 친모, 계부와 만났을 때 거부감없이 인사하며 계부에게 안기는 모습 관찰됨" "A군은 외출 후 보육원 귀원 시 보호자와 떨어지기를 거부하며 울었다"와 같은 내용이 있었다. A군이 가정 복귀를 희망했다고 판단한 부분이다.

A군처럼 아동학대로 분리됐던 아이들이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의사를 밝히는 경우가 있지만, 가정으로 돌아간 학대 아동에 대한 재학대 사례는 끊이지 않는다. 현행 아동복지법은 학대로 분리됐던 아이의 원가정 복귀 원칙(제4조 3항)을 규정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의 2019 아동학대 주요통계에 따르면 재학대 사례 3431건 가운데 부모에 의한 재학대 사례가 3244건(94.5%)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복지법 4조 3항이 뭐길래…복지부 "법 강화 통해 적극 조치"

복지부는 지난해 1월부터 2월까지 최근 3년간 가정 복귀한 학대 피해 아동 대상 일제점검을 시행했다. 이어 지난해 12월 원가정 복귀 절차를 강화하도록 법령을 개정했다. 시장·군수·구청장이 보호 대상 아동의 가정 복귀 여부를 결정할 때 아보전의 장, 아동을 상담·치료한 의사 등의 의견을 존중하도록 했다. 또 아동학대 행위자가 상담·교육·심리적 치료 등을 받지 않는 경우에는 원가정 복귀를 취소할 수 있도록 강화했다.

복지부 아동학대대응과 관계자는 "복지법 제4조 3항에 나온 원가정 보호 원칙은 없애야 한다는 말도 많지만, 아동은 가정과 가정환경에서 보호해야 한다는 기본 원칙에 대한 거라 조금 더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며 "지난해 법 개정도 강화하고 여러 번에 걸쳐 점검하고 있으며 분리 보호 부분에 대한 적극적 조치도 취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이의 의사에 따르면 안 돼"

아동학대 일러스트. 중앙포토

아동학대 일러스트. 중앙포토

하지만 현장 목소리는 다르다. 전문가들은 "(원가정 복귀 시) 아이의 의사에 따르면 안 된다"고 입을 모은다. 공혜정 대한아동학대방지협회 회장은 학대받은 아동의 심리에 대해 "많은 학대 아동이 시설에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며 "부모가 가끔 와서 잘해주면 '아, 엄마·아빠가 이제 나를 사랑하게 됐구나. 변했구나'라고 생각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이는 심한 학대를 받았어도 그 부모에 대한 환상과 그리움을 갖고 좋았던 부분을 가장 아름답게 기억하는 경향도 있다"고 덧붙였다.

상담심리 전문가 이호선 숭실사이버대학교 교수는 "아무리 학대를 했던 부모라도 (학대 아동 입장에서는) 오랜 시간을 함께 보냈기 때문에 그들과 분리되는 데서 오는 불안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4시간 때리는 부모는 별로 없다. 가해 부모가 학대하다가 중간에 멈추거나 갑자기 잘해주는 순간, 아이들은 달콤함과 안정감을 느낀다"며 "아이들은 그 감정을 못 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학대 아동의 가정 복귀를 결정할 땐 아이의 의사가 아닌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야 하며, 시설에서는 아이들이 분리 불안을 느끼지 않도록 밀착 보호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이 교수는 "분리 시설에서 누군가에게 밀착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분리 불안이 커져 자신을 학대했던 부모에게라도 돌아가 밀착하고 싶어한다"며 "시설에서 최소한 한 명이 한 명의 아이를 전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정희윤 기자 chung.he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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