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일본에 부임한 강창일 신임 주일 한국대사가 2015년 한·일 정부가 맺은 위안부 합의는 파기된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일본 측과 기금 조성 문제 등에 대해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22일 일본 도착…2주 격리 후 업무 시작 #"한일관계 꼬여 마음 무겁지만 하나씩 풀 것" #"위안부 합의 파기 아니다…기금 논의해야" #일본 왕에 '일왕' 대신 '천황폐하' 호칭 사용
강 대사는 이날 오후 나리타(成田) 공항에 도착해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대통령이 나를 대사로 임명한 것은 한일 우호협력, 관계 증진을 위해서라고 생각한다"며 양국 관계가 정상화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자리에서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질문을 받고 "(2015년) 위안부 합의가 파기됐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렇지 않다"고 말했다. 또 "화해·치유 재단이 해산한 것은 이사장이나 이사들이 사퇴해서 벌어진 일"이라며 "정부의 압력 때문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재단 해산 후 기금이 남은 것을 거론하며 "양국 정부가 그 돈도 합해서 기금을 만드는 문제에 관해서 얘기해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이날 자신에 대한 일본 일부 언론들의 비판을 의식한 듯 '일왕' 대신 '천황폐하'라는 표현을 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한 일본 정부의 방역 기준에 따라 2주간 대사관저에서 격리한 후 활동을 시작한다며 "먼저 천황폐하에게 신임장을 제정(제출)한 후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총리 및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외무상 등과 만남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 대사는 이전 한 라디오 방송에서 일본 왕의 호칭에 대해 "한국에서는 '일왕'이라고 부르자"고 발언한 적이 있다. 일본 산케이 신문 등은 이 발언을 문제 삼으며 그의 대사 임명을 비판해왔다.
한국 법원의 위안부 피해자 배상 판결에 대한 불만으로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일본 총리가 강 대사를 면담하지 않을 것이란 예상에 대해서는 "아직 일정은 잡혀있지 않다"고 말했다.
강 대사는 또 "지금 워낙 한일관계가 꼬여있어서 마음이 좀 무겁다"며 "토론할 것은 토론하고, 협상할 것은 협상하고, 협력할 것은 협력해 나가야겠다고 생각한다"며 사안별로 분리해 대응하겠단 뜻을 밝혔다.
도쿄=이영희 특파원 misquick@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