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20억원 든 캐리어 들고 해외 도피”…제주 카지노서 사라진 돈은 얼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업계 “현금 국내 남아 있을 가능성”

제주 랜딩카지노 전경. 최충일 기자

제주 랜딩카지노 전경. 최충일 기자

“5만원권 돈뭉치를 두 사람이 각각 10억씩 나눴다면 대형 여행용 캐리어에 20억원 정도를 담을 수 있다.”

 최근 제주 대형 카지노에서 145억6000만원이 사라진 사건과 관련해 카지노업계 관계자가 한 말이다. 그는 “해외 항공편과 다르게 국내 항공편은 특별한 제한 없이 현금을 캐리어 등에 담아 탑승할 수 있다”며 돈의 일부가 국내 모처에 숨겨져 있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제주 대형 카지노에서 145억6000만원이 사라진 사건과 관련해 공범 1명이 체포되자 이 돈의 행방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당초 사라진 돈은 현금 5만원권으로 29만1200장, 10㎏들이 사과박스 12개가 넘게 필요해 세간의 시선이 쏠렸다.

 하지만 앞서 경찰이 제주도내에서120억원대의 현금을 확보하면서 사라진 돈은 20억원 정도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카지노업계 또한 주범 A씨(55·여)와 공범 B씨가 현금을 가지고 출국했다면 그 규모가 약 20억원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외국 반출과 국내 은닉 여부 등 수사

 21일 제주도경찰청은 “사라진 돈 중 일부가 외국으로 반출됐을 가능성과 국내에 있을 가능성 등을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앞서 경찰은 최근 국내 모처에서 용의자 3명 중 30대 중국인 공범 1명을 체포해 범행 경위를 캐고 있다.

 수사팀은 앞서 사라진 145억6000만원의 일부로 추정되는 81억5000만원을 랜딩카지노 물품보관소 내 다른 VIP 전용 금고에서 발견했다. 또 A씨가 머물렀던 제주시 모처 등에서도 현금 40여억원을 발견하고 이 돈이 사라진 돈이 맞는지 일련번호 대조 등을 통해 확인 중이다.

 아직 검거되지 않은 주범격인 말레이시아 국적 랜딩카지노 자금관리 담당 임원 A씨와 또 다른 30대 중국인 공범인 B씨는 이미 해외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해외로 현금 합법적으로 빼돌리기 어려워”

제주 랜딩카지노 전경. 연합뉴스

제주 랜딩카지노 전경. 연합뉴스

 하지만 돈뭉치가 해외에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카지노 업계의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100억대의 돈, 아니 수십억원의 현금이라 해도 공식적인 루트를 통해 해외로 빼돌리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 하다”며 “만약 돈이 해외로 나갔다면 현재 거론되는 3명 이외에 더 많은 조력자가 필요했을 것”이라고 했다.

 국내 거주 외국인이 한화로 1만불(약 1086만원) 이상을 해외로 반출하는 것은 불법이다. 해외 항공편에 다량의 현금을 싣는 것도 사실상 불가능 하다.

 해외 송금 가능성도 크지 않다. 외국인이 해외송금을 하려면 외국환거래법령에 따라 적법한 절차로 돈을 얻었는지 등을 입증하고 한국은행 대외지급수단매매신고 절차를 밟아야 해서다. 내국인 역시 해외 송금한도액은 연간 5만달러로 제한돼 대리송금도 어렵다. 이에 대해 제주 랜딩카지노를 운영하는 람정엔터테인먼트코리아 측은 “돈에 관해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2018년 3월 문을 연 제주 랜딩카지노(5581㎡)는 인천 파라다이스시티(8726㎡)에 이어 국내 카지노 중 두 번째 규모다. 영업 첫해 3848억1000만원의 매출을 올려 전국 16개 외국인 전용 카지노 가운데 1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같은 해 8월 모기업인 랜딩인터내셔널 양즈후이(仰智慧) 회장이 중국 공안에 체포된 뒤 경영이 흔들렸다. 2019년 매출액은 624억5300만원으로 1년 새 6분의 1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지난해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경영난을 겪어왔다.

제주=최충일 기자 choi.choongil@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