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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취운전이었다"는 박시연의 변명, 이것도 윤창호법 걸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안일하게 생각한 저 자신에 대해 후회하고 깊이 반성합니다." 

대낮 음주운전 추돌사고로 경찰에 입건된 배우 박시연(42)이 20일 자신의 SNS에 올린 말이다. 음주운전 처벌 기준을 강화한 이른바 '윤창호법'이 시행된 지 2년이 지났지만, 음주운전 사고와 때늦은 사과는 계속되고 있다.

배우 박시연. [일간스포츠]

배우 박시연. [일간스포츠]

“숙취운전이었다”

지난 17일 오전 11시 30분쯤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3삼거리에서 앞차를 들이받은 박씨의 사고 당시 혈중알코올농도는 0.097%로 면허취소(0.08% 이상) 수준이었다는 게 경찰의 조사 결과다. 박씨와 피해자 모두 크게 다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고, 경찰은 박씨를 도로교통법상 음주운전 혐의로 입건하고 귀가시켰다.

박씨도 이른바 윤창호법에 따른 처벌 대상이다. 윤창호법은 음주운전 사망사고 등에 대한 처벌을 강화한 개정 특정범죄가중처벌법(2018년 12월 시행)과 음주운전 단속 기준을 강화한 개정 도로교통법(2019년 6월 시행)을 말한다. 이에 따르면 음주운전으로 사망사고를 낸 경우 ‘3년 이상의 징역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아울러 사람을 다치게 했을 때도 ‘1년 이상 1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상 3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사망 사고 징역 8년형에 유가족 분노

음주운전 단속 현장. 뉴스1

음주운전 단속 현장. 뉴스1

박시연씨의 음주운전 사고로 피해자가 크게 다쳤다면, “숙취”라는 변명은 더 큰 공분을 샀을 공산이 크다. 지난 12일 대낮 음주운전으로 6세 아이를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운전자 김모(59)씨는 1심에서 징역 8년을 선고되자 재판부에 대한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유족들은 오열하며 “이건 가해자를 위한 법이다. 처벌이 약하기 때문에 음주운전이 발생하는 것이고 이는 재판부와 사법부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반성문을 쓰고 자동차 보험에 가입됐다고 형량을 낮춰주는 것이 말이 되는 판결인가"라고 비판했다. 유족들은 피고인을 용서할 뜻이 없다고 강하게 밝혔으나 재판부는 김씨가 반성문 형태로 피해자와 유족에게 사과했다는 점을 감경 사유로 들었다.

"양형 기준 고민 필요"  

양형위원회가 공시한 교통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자동차종합보험 가입 ▶진지한 반성 ▶금고형의 집행유예 이상 전과 없음 ▶사회적 유대관계 분명 ▶피고인이 고령이거나 건강상태 매우 좋지 않음 등이 양형 참작 사유로 작용할 수 있다. 양형 기준은 권고사항에 불과하지만, 판사들이 이에 따르는 비율은 89.7%(2009~2019년 기준)로 나타났다.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의 승재현 연구위원은 "윤창호법이 요구하는 법정형에 상응하는 양형 기준을 만들어야 하고, 양형 기준이 낮다면 판사들은 과감하게 이를 이탈할 수 있는 조건들을 법원 안에서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상균 변호사는 "법이 강화됐지만, 여전히 사회적으로 음주운전을 안일하게 생각하는 풍토가 남아있는 것 같다"며 "법원에서 선고를 내리는 데 있어 아직은 국민의 법 감정과 거리가 있다"고 지적했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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