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은 병이 들어도 왜 증상 안나타날까

중앙일보

입력

정정하던 79세 노인 L씨는 며칠전 부터 기력이 좀 떨어지는가 싶더니 갑자기 숨 찬 증상이 나타나 자식들 손에 이끌려 병원 응급실로 실려갔습니다. 간단한 검사끝에 담당의사는 심한 급성 폐렴이란 진단을 내렸고 즉시 중환자실에 입원을 해 인공호흡기 도움까지 받아야 했습니다.

왜 이런일이 생겼을까요? 가장 큰 이유로 노인은 병이 들어도 뚜렷하게 특징적인 증상이 안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습니다.자연 병이 위중해 진 뒤에야 비로소 병원을 찾기 쉽습니다.

예컨대 감염병에 걸리면 열이 나기 마련이나 노인은 체온변화 없이 그저 식욕이 좀 없어지는 정도의 반응만 나타나는 일이 흔합니다. 급성 맹장염을 앓더라도 배 아픈 증상마저 거의 없어 맹장이 썩거나 터져 심각한 복막염을 일으킨 후에야 병원을 찾는 경우가 드물지 않습니다.

실제로 통계에 따르면 맹장염으로 인해 맹장이 곪아 터지는 경우가 보통 성인은 4%에 불과하지만 60세이후 노인은 37%나 된다고 합니다.

또다른 이유로 노화로 인해 전반적인 신체기능이 감소하는 점을 꼽을 수 있습니다.일례로 폐기능만 하더라도 최대호흡 능력이 70대가 되면 청년기의 60%로 감소하면서 가래를 뱉기도 힘들어 폐렴이 잘 생깁니다.또 면역기능도 떨어진 상태라 병이 일단 발병하면 급속히 심각한 상태로 진행하기도 쉽지요.

L씨도 평상시보다 기운이 없고 식욕이 떨어질 때 이미 상부 기관지염인 감기를 앓은 것으로 추정됩니다. 그러다가 며칠만에 금방 폐렴으로 진행했고 폐렴을 방치한 결과 곧바로 숨쉬기 조차 힘든 심각한 상태에 빠진 겁니다.

흔히 노인이 시름시름 앓다가 돌아가시면 노환(老患)으로 돌아가셨다는 말을 잘 하는데 알고보면 감기.장염 등 가벼운 감염병이 발단이 돼 갑자기 균이 온 몸에 퍼지는 패혈증 등 심각한 상태에 빠져 사망한 경우가 많습니다.실제로 80대 이후 사망원인은 암같은 심각한 병보다는 감기가 진행된 폐렴으로 사망할 확률이 훨씬 높습니다.

따라서 노인을 모시는 가정에선 노인이 이전보다 식욕이 떨어지거나 기운이 없어하는 등 약간의 변화만 보여도 세밀한 관찰을 통해 신속한 처치를 하도록 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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