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재판장님 억울합니다"···당진자매 유족, 무기징역 판결에 절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자신의 여자친구와 언니를 잔혹하게 살해한 30대 남성에게 법원이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남성은 10차례 이상 반성문을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해 6월 25일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를 살해한 뒤 달아났다가 체포된 김모씨가 경찰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지난해 6월 25일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에서 자매를 살해한 뒤 달아났다가 체포된 김모씨가 경찰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대전지법 서산지원 형사1부(김수정 부장판사)는 강도 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33)씨 선고 공판에서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할 필요가 있다. 진심으로 참회하고 속죄하면서 살아가야 할 것”이라고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대전지법 서산지원, 20일 1심 선고

재판부 "피고인을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

 재판부는 “피고인은 연인을 목 졸라 살해하고 이를 은폐하기 위해 언니까지 살해, 피해자들이 심한 고통과 함께 삶을 마감하도록 했다”며 “동시에 (자매의) 부모는 두 딸을 잃었고 어린 자녀는 더는 엄마를 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6월 열린 김씨의 결심공판에서 검찰은 “잔혹한 범죄로 피해자들의 생명을 빼앗은 피고인을 엄벌해야 한다”며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김씨는 지난해 6월 25일 오후 10시30분쯤 충남 당진시의 한 아파트에서 여자친구 A씨(38)를 목 졸라 살해했다. 이어 같은 아파트 내 A씨 언니(39) 집에 침입, 방 안에 숨어있다가 이튿날 새벽 퇴근하고 돌아온 언니를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20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대전지법 서산지원은 20일 강도살인 등 혐의로 기소된 김모씨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했다. 신진호 기자

 김씨는 자매를 살해한 뒤 언니의 차를 훔쳐 울산으로 달아났다가 교통사고를 내고 도주하기도 했다. 도주 과정에서 여자친구 언니의 신용카드로 현금을 인출하고 여자친구 휴대전화로 가족과 지인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는 등 범행을 은폐한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범행은 지난 7월 1일 “딸과 연락이 되지 않는다”는 가족의 신고로 밝혀졌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2곳에서 시신을 각각 발견했다. 한여름 무더위 속에 방치된 시신은 이미 부패한 상태였다. A씨는 도주 중 언니가 운영하던 가게 직원에게 문자를 보내 출입문의 비밀번호를 묻기도 했다. 경찰은 지난해 7월 2일 A씨를 긴급 체포했다.

자매 살인 30대, 재판과정서 반성문 16차례나 제출 

 구속된 김씨는 재판 과정에서 반성문을 16차례나 제출하며 재판부에 선처를 요청했다. 범행 동기와 관련해서는 “여자친구와 다투다 살인을 저질렀고 도주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언니 집으로 갔다”고 진술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숨진 자매의 아버지는 지난해 12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딸의 남자친구가 제 딸과 언니인 큰딸까지 살해하였습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청원인은 “제 인생은 두 딸이 무참히 살해당했을 때 산산조각이 났다”며 “심신미약을 주장하는 범인이 제발 마땅한 벌을 받을 수 있도록 청원 동의 부탁드립니다”라고 호소했다.

지난해 6월 25일 두 자매가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 입구에 출입을 금지하는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지난해 6월 25일 두 자매가 살해된 사건이 발생한 충남 당진의 한 아파트 입구에 출입을 금지하는 폴리스 라인이 설치돼 있다. JTBC 이우재 기자

 이어 “도주하면서 PC방에서 태연하게 딸의 돈으로 소액결제를 하고 게임도 즐기는 등 살인을 저지른 사람이 할 수 없는 대담한 행동을 보였다”며 “반성문을 내면서 어떻게든 형량을 줄이려고 하는데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20일 낮 12시까지 이 청원에는 25만여 명이 동의했다.

숨진 자매 유족 "너무 억울하다" 항소할 뜻 밝혀

 숨진 A씨 자매의 부모는 선고 직후 “재판장님 너무 억울합니다. 사람을 둘이나 죽인 X인데, (두 딸의) 시신이 썩는 동안에도 PC방에서 놀던 X인데 무기징역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강하게 항의했다. 자매의 유족은 항소할 뜻을 밝혔다.

서산·당진=신진호 기자 shin.jinh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