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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 57% 반대에도 삽질…“소통 외면” 광화문광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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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19일 재구조화 공사가 진행중인 광화문 광장 전경. 김성룡 기자

19일 재구조화 공사가 진행중인 광화문 광장 전경. 김성룡 기자

1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사업’을 알리는 철제 안내판 뒤로 주황색의 바리케이드가 광장을 에워쌌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7월까지 민의(民意)를 표출하는 장이 됐던 광장은 출입이 통제된 상태였다. 퇴근 무렵엔 시간당 1000여명의 인파가 지나다니던 광화문 동편 인도는 굴삭기를 비롯한 중장비가 자리를 차지했다. 광장 곳곳의 땅은 파헤쳐졌으며, 지나는 행인이 자취를 감춘 탓인지 광장 일대는 썰렁한 분위기였다.

서울시 “73.5% 찬성” 주장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에선 상반된 결과 #“나무 심어 집회·시위막기” 논란도

서울시가 추진 중인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을 둘러싼 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진보단체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을 비롯한 9개 시민단체가 사업을 반대하는 가운데 서울시가 공사를 강행해서다. 서울시는 “약 4년에 걸쳐 시민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한 데다 기존에 추진되던 사업인 만큼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절반이 넘는 서울시민은 사업에 반대하고 있으며 상당수 시민은 사업 자체를 알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시사저널이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505명을 대상으로 여론 조사를 진행한 결과 응답자의 56.7%가 사업에 반대했다. 찬성 의견은 34.4% 수준이다. 정치 성향에 따라 찬반이 갈렸지만 중도층의 66.8%가 반대하며 전체적인 무게 추가 ‘반대’ 쪽으로 기울었다.

서울시는 세종로 중앙에 있는 현재 광화문 광장을 올해 10월까지 세종문화회관이 있는 서측으로 옮길 예정이다. 김성룡 기자

서울시는 세종로 중앙에 있는 현재 광화문 광장을 올해 10월까지 세종문화회관이 있는 서측으로 옮길 예정이다. 김성룡 기자

이는 서울시가 2019년 “서울시민 73.5%가 광화문광장의 변화·개선 필요성에 공감한다”고 발표한 것과 상반되는 조사 결과다. 또 ‘재구조화 사업 자체를 모른다’고 답한 응답자도 전체의 44.4%로 높아 “330회에 걸친 시민토론을 거쳤다”고 강조한 서울시의 주장이 무색해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현재 세종로 중앙에 위치한 광장을 세종문화회관이 있는 서쪽으로 옮기는 사업이다. 광장면적은 총 3만4600㎡로 이곳에 사계 정원, 야외무대 광장 등을 조성한다. 11~12차로인 세종대로는 7~9차로로 좁힌다. 찻길은 광장 양쪽에 있던 것을 동쪽으로 통합한다. 총 사업비는 791억원이다.

시민단체들은 광장 공사예산 외에도 수도권광역급행철도 A노선(GTX-A) 광화문역 신설 등에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광화문과 수많은 대중교통으로 연결된 서울역이 이미 있는 상황에서 역 하나를 짓는데 3474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하는 건 무리”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서울시는 올해 예산에 이미 신설 사업비 4000만원을 책정하고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긴 상태다.

서울시가 지난해 11월 공사를 재개한 후 광장 기능이 마비됐다는 비판도 나온다. 시민단체는 “광장을 사용할 수 없게 하는 건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행위”라며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광장에 큰 나무 317그루 등 총 7017그루의 나무를 심는 데 대해서도 “과거 삼성 종로타워 등에서 집회·시위를 방해하기 위해 악용된 적이 있는 방법”이라고 우려했다.

이 외에도 서울시가 2012년부터 9년째 지켜온 ‘동절기(11월~2월) 보도공사 금지 원칙(보도공사 클로징11)’을 스스로 어긴 점과 4개 차로가 없어지는 상황에서 교통수요를 미리 억제하는 대책이 없었던 점 등도 문제로 지적된다. 이에 대해 서정협 서울시장 권한대행은 “사업은 원래 계획대로 차질없이 추진될 것”이라며 “올해 10월이면 새로운 광화문광장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허정원 기자 heo.jeo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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