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이 전 세계를 덮친 지난해는 테마파크 업계에도 혹한기였다.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테마파크로 불리는 디즈니랜드조차 버티기 힘들었다.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한 월트디즈니 측은 디즈니랜드 사업 부문을 크게 축소하고 직원 3만 여명을 올 상반기까지 해고하기로 했다.
그러나 중국만큼은 분위기가 사뭇 다르다.
물론 중국에서도 지난해 상반기에는 테마파크 업체들이 큰 손해를 봤다. 하지만 최근 풍경은 다르다. 기존 테마파크에 사람들이 몰리는 것은 물론 곳곳에서 새로운 놀이공원 개장 소식이 들려온다.
베이징에선 오는 5월 유니버셜스튜디오가 문을 연다. 지난 2014년 착공한 지 7년 만이다. ‘원조’인 미국의 유니버셜스튜디오보다 훨씬 더 큰 규모로 개장하게 된다. 세계 최대의 놀이공원 업체인 ‘식스 플래그스(Six Flags)’와 레고랜드 등도 중국 여러 도시에서 개장을 준비 중이다. 최근엔 ‘가상현실 테마파크’까지 문을 열었다.
‘중국의 하와이’로 불리는 하이난에는 헬로키티를 테마로 한 놀이공원이 들어설 예정이다. 2024년 개장이 목표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헬로키티 테마파크는 일자리 3000~4000개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연간 관광객 약 200만 명을 끌어모을 것”이라 보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24년까지 중국에는 놀이공원 최대 60개가 더 들어설 예정”이라고 전한다.
중국에서 테마파크 붐이 쉽게 가라앉지 않는 이유는 무얼까.
가족이 함께 보낼 수 있는 여가 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란 것이 외신들의 분석이다. 애니메이션 산업이 발전하며 테마파크 수요를 자극한 점도 한몫했다. 애니메이션과 캐릭터, 놀이공원은 연관이 깊어서다. 또 자녀를 위해 돈을 아끼지 않는 ‘친자소비’ 트렌드도 주효했다.
지금은 다시 확진자가 늘고 있지만, 지난해 여름과 가을 코로나19 팬데믹을 어느 정도 통제한 당시 중국에서 ‘국내 여행 붐’이 인 점을 주목해야 한다. 해외로 나갈 수 없는 이들이 중국 내 놀이공원으로 향한 것이다. 하이난에 들어설 ‘헬로키티 테마파크’ 역시 방문객의 90%가 중국 본토인일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적극적이다. 테마파크 개발은 그 지역 발전을 촉진하고 일자리를 창출하기 때문이다. ‘내수 진작’이란 목표에도 부합한다. 중국 놀이공원 시장 규모가 2019년 기준 3000억 위안(약 50조 8000억 원)에 달할 정도로 성장한 이유다.
그러나 중국의 테마파크 시장은 점점 레드오션이 되어가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WSJ에 따르면 중국에서 작은 유원지를 제외한 대규모 테마파크는 160여 개 정도로 추산된다. 이는 10년 전에 비해 3배나 늘어난 수치지만 이중 이익을 내는 곳은 3분의 1에 불과하다.
또 백신이 보급돼 코로나19가 종식되면 중국인들이 해외여행을 다시 시작해 중국 내 테마파크들은 고전을 면치 못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상하이나 홍콩처럼 유명 대도시의 테마파크를 제외한 중소도시의 놀이공원들이 살아남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란 얘기다.
임주리 기자 ohmaju@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