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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파 대신 깃발, 128년된 '가보' 성경에 선서…미리 본 바이든 취임식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09년 1월 조 바이든 부통령이 1893년부터 내려온 '가보'인 초대형 성경책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했다. [AP=연합뉴스]

2009년 1월 조 바이든 부통령이 1893년부터 내려온 '가보'인 초대형 성경책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했다. [AP=연합뉴스]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이 열리는 오는 20일(현지시간)에는 미국 내 코로나19 사망자가 40만 명을 넘어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18일 미국 50개 주와 영토를 대표하는 기가 내셔널몰에 꽂혀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시민들을 상징한다. [UPI=연합뉴스]

지난 18일 미국 50개 주와 영토를 대표하는 기가 내셔널몰에 꽂혀 있다. 코로나19 때문에 바이든 대통령 취임식에 참석하지 못하는 시민들을 상징한다. [UPI=연합뉴스]

바이든 대통령 취임준비위원회는 취임식 전야제로 코로나19 사망자를 추모하는 행사를 연다. 19일 오후 5시 30분 워싱턴DC 내 링컨기념관 앞 연못(reflection pool) 주변에 불을 밝히고 코로나19로 사망한 40만 명을 기린다. 전국 50개 주에서 동시에 촛불을 밝히고 교회는 종을 울린다.

미 공영라디오 NPR에 따르면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은 이날 델라웨어주 자택을 떠나 백악관 인근 대통령 영빈관인 '블레어 하우스'에서 묵는다. 취임식 당일 아침에는 가톨릭 미사에 참석한 뒤 취임식이 열리는 국회의사당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고 워싱턴포스트(WP)가 전했다.

바이든 취임식 어떻게.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바이든 취임식 어떻게.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취임식은 오전 11시 30분 국회의사당 서쪽 계단에서 시작된다. 궂은 날씨 때문에 몇번의 예외가 있었지만, 전통적으로 이곳에서 대통령 취임식이 열렸다. 꼭 2주 전인 지난 6일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들이 점거했던 바로 그곳이다.

행사는 국가 제창과 기도로 시작한다. 낮 12시 전에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당선인이 먼저 취임 선서를 한다. 바이든 당선인은 낮 12시에 맞춰 취임 선서를 한다. 정오에 종이 울리면 바이든의 신분은 당선인에서 46대 대통령으로 바뀐다. 이를 기점으로 군 통수권이 트럼프에게서 바이든에게로 넘어간다.

바이든은 부인 질 바이든 여사가 든 성경책에 손을 얹고 존 로버츠 대법관에게 선서하게 된다. 이 성경책은 1893년부터 집안에서 전해져 내려온 것이다. 일반적인 성경보다 크기가 한참 커서 눈길을 확 끈다.

바이든 당선인은 지난달 "바이든 집안에서 내려온 가보인데, 가족에게 중요한 날짜가 모두 적혀 있다"고 말했다. 자신의 상원의원 취임, 먼저 세상을 떠난 장남 보의 델라웨어주 법무장관 취임 등 가족 중대사가 모두 기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바이든은 취임선서 후 국민 화합과 치유, 미래를 향한 비전을 주제로 취임 연설을 한다.

1973년 1월 조 바이든 상원의원이 집안에서 내려온 '가보' 성경책 위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바이든은 그 전해인 72년 11월 선거에서 최연소 상원의원에 당선됐으나, 12월 아내와 딸이 교통사고로 죽고 두 아들은 크게 다치는 아픔을 겪었다. [AP=연합뉴스]

1973년 1월 조 바이든 상원의원이 집안에서 내려온 '가보' 성경책 위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바이든은 그 전해인 72년 11월 선거에서 최연소 상원의원에 당선됐으나, 12월 아내와 딸이 교통사고로 죽고 두 아들은 크게 다치는 아픔을 겪었다. [AP=연합뉴스]

해리스 당선인은 첫 흑인 연방 대법관인 더구드 마셜의 성경책과 먼저 세상을 떠난 어머니를 대신해 자신을 챙겨줬던 어머니 친구의 성경책 두 개를 사용할 예정이다. 취임 선서 주관자로는 첫 라틴계 여성 연방 대법관인 소니아 소토마요르를 선택했다.

이후 대통령·부통령 부부는 의사당 동쪽으로 이동해 군대의 사열(Pass in Review)을 받는다. 육·해·공·해병대·우주군 등 전군이 새 통수권자에게 신고하는 중요한 행사다.

취임식 후 오찬과 펜실베이니아 애비뉴를 가로지르는 퍼레이드는 코로나19 확산 우려로 취소됐다.

네 사람은 인근 버지니아주에 있는 알링턴 국립묘지로 이동해 무명용사 무덤에 헌화한다. 취임식에 참석한 버락 오바마, 조지 W 부시,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부부도 동행한다.

다시 워싱턴DC로 돌아온 바이든 대통령은 군 호위를 받으며 15번가에서 백악관으로 이동해 공식 업무에 들어간다. 미 전역에서 펼쳐지는 다양한 공연을 중계하는 ‘미국을 가로지르는 행진(Parade Across America)’이 온라인으로 열린다.

바이든은 선거 운동 때부터 ‘취임 첫날(Day One)’을 강조해왔다. 상원의원 36년, 부통령 8년을 지낸 그가 시행착오 없이 국가 운영을 정상화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주장이었다.

달라진 취임식 모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달라진 취임식 모습.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이에 따라 바이든 대통령은 백악관에 도착한 뒤 파리기후협약 재가입, 연방 시설에서 마스크 착용 의무화, 코로나19 피해자의 퇴거 금지 및 학자금 이자 제한 확대 등 정책을 시행하는 대통령 행정명령에 서명할 예정이다.

마지막 일정으로 오후 8시 30분에 '미국을 축하하는 특별 행사(Celebrating America Primetime Special)'가 준비돼 있다. 배우 톰 행크스 사회로 가수 존 본 조비, 존 레전드, 브루스 스프링스틴, 저스틴 팀버레이크가 축하 공연을 한다.

민주당 전당대회 사회를 맡았던 라틴계 배우 에바 롱고리아도 참석한다. 바이든 대통령과 카멀라 부통령은 공연을 관람하며 짧은 인사말도 할 예정이다.

1985년 조 바이든 상원의원이 집안 가보인 초대형 성경책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1985년 조 바이든 상원의원이 집안 가보인 초대형 성경책에 손을 얹고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그간 취임식 당일 밤 워싱턴DC 시내 곳곳에서 무도회가 동시다발로 열렸다. 턱시도와 긴 드레스를 차려입은 대통령 부부가 춤을 추는 장면이 취임식의 하이라이트였다.

하지만 올해는 코로나19 방역 차원에서 모든 대면 행사를 취소하는 바람에 무도회 대신 전 국민이 관람할 수 있는 '쇼'로 대체했다. 오후 10시에 공연이 끝나면 바이든 부부는 오랫동안 꿈꿔온 백악관에서 첫 밤을 보내게 된다.

코로나19 확산과 폭력 시위 우려 때문에 대폭 축소된 취임식에는 약 1000여명이 참석할 것으로 예상된다. 상·하원 의원 총 535명에게 2장씩 초대권이 배포됐다. 바이든 정부의 각료 지명자, 워싱턴DC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 등도 참석한다.

봉쇄된 워싱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봉쇄된 워싱턴.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과거 대통령 취임식 때 내셔널몰(의사당부터 링컨기념관까지 이어진 녹지대)을 따라 국민 수십만명이 운집한 모습을 올해는 볼 수 없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와 극우 단체 무장 시위가 우려돼 의사당과 내셔널몰, 백악관 일대 13㎢ 넓이 도로 등에 대한 출입이 완전히 차단됐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서울=석경민 기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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