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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학개미, 미국 IPO 기업에 눈독…작년 400% 수익률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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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지난해부터 해외 주식에 투자한 ‘서학 개미’인 직장인 유모(36)씨는 최근 미국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에 흥미가 생겼다. 미국판 ‘동학 개미 운동’을 이끈 이 회사의 성장성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회사가 올해 뉴욕증시에 상장한다는 소식을 접한 뒤에는 고민에 빠졌다. 유씨는 “이 회사에 어떻게 투자해야 할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신규 상장 공모액, 닷컴 버블 추월 #세계 경기부양 힘입어 시장 초강세 #일반청약 없어 개인 직접투자 불가 #ETF·스팩 통한 우회 투자가 대안

투자의 ‘틈새’를 찾는 서학 개미가 증시에 출사표를 던지는 미국 기업공개(IPO) 기업에 눈을 돌리고 있다.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기업이 미국 주식시장에 속속 데뷔하고 있어서다. 숙박 공유업체인 에어비앤비와 클라우드 서비스업체 스노플레이크, 음식 배달 스타트업 도어대시 등 굵직한 기술주가 지난해 주식 시장의 새로운 식구가 됐다.

미국 IPO 기업 주가 성적표.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미국 IPO 기업 주가 성적표.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18일 NH투자증권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증시의 신규 상장 건수는 450건으로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2019년(213건)의 두 배가 넘는다. IPO 시장에 몰린 자금은 1672억 달러(185조원)로, 닷컴 버블이 있던 1999년(1079억 달러)의 기록도 넘어섰다.

임지용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후 전 세계적인 경기 부양 기조와 유동성에 힘입은 주식시장의 초강세로 기업이 자금을 조달하기 좋은 환경이 됐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높은 수익률이 서학 개미에게는 매력 포인트다. 지난해 7월 상장한 미국 온라인 보험사 레모네이드는 지난 15일 기준 공모가(29달러) 대비 수익률이 409%에 달했다. 워런 버핏이 투자해 화제가 된 스노플레이크(142.8%)를 비롯해 에어비앤비(148.9%)와 유니티소프트웨어(185.8%) 주가도 공모가를 두 배 이상 웃돌았다. ‘미국판 배달의민족’인 도어대시는 상장 한 달여 만에 주가가 83.5% 뛰었다.

올해도 ‘대어(大魚)’급 기업이 IPO 시장으로 밀려든다. 주식거래 플랫폼인 로빈후드는 올 1분기 상장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식료품 배달업체인 인스타카트와 온라인 게임 플랫폼 로블록스, 핀테크 회사 스트라이프도 IPO 시장의 기대주로 꼽힌다.

올해 미국 IPO 예정인 주요 기업.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올해 미국 IPO 예정인 주요 기업. 그래픽=김은교 kim.eungyo@joongang.co.kr

증시 입성을 준비하는 이들 기업에 투자하고 싶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국내 투자자가 미국 공모주에 직접 투자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미국의 경우 한국과 달리 개인 투자자가 참여할 수 있는 일반청약 절차가 없기 때문이다. 상장 직후 투자하기엔 이미 가격이 뛰었거나, 초기에 주가 변동성이 크다는 단점이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신규 상장종목으로 구성된 상장지수펀드(ETF)를 사서 우회 투자하는 방법을 권한다. 김진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ETF는 여러 기업에 투자하는 상품이라 한 종목을 사는 것보다 리스크(위험)가 덜하다”고 말했다.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를 통한 투자법도 있다. 스팩은 비상장 기업 인수를 목적으로 하는 서류상 회사다. 이미 상장된 스팩에 인수된 기업은 IPO보다 손쉽게 상장되는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서학개미가 많이 산 종목 중 하나로 사기 의혹에 휩싸였던 수소트럭업체 니콜라도 지난해 스팩과 합병해 증시에 상장했다.

변종만 NH투자증권 해외기업팀장은 “합병 발표 전에 스팩에 투자해야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지만, 합병 대상 기업과 시기를 예측하는 건 쉽지 않다”며 “합병 발표 후 대상 기업의 성장성에 베팅하는 방법이 투자에 있어 차선책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국내 공모주 투자도 마찬가지이지만 미국 공모주 투자를 고민한다면 증시에 입성하는 것이 수익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

황의영 기자 apex@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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