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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과 커피 한 잔” 인증샷…범야권의 진중권 끌어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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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중권(왼쪽) 전 동양대 교수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뉴스1]

진중권(왼쪽) 전 동양대 교수와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뉴스1]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범야권의 중심 인물로 떠오르고 있다. 2019년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사태를 계기로 ‘반문(反文)’ 세력의 핵심이 된 그를 범야권의 거물들이 앞다퉈 찾고 있어서다.

진 전 교수는 지난 16일 서울 성산동 자택에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의원을 만났다. 나란히 안경을 쓰고 함께 찍은 인증샷까지 올린 그는 “커피 한 잔 마시며 그동안 고생한 얘기를 들었다”며 “나 전 의원 공격받을 때 내가 편들어 준 적이 있는데 그때 고마웠다고 인사차…”라고 적었다. 나 전 의원도 이 내용을 캡처해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고 썼다.

여기서 ‘편들어 준 일’은 지난해 10월 더불어민주당이 나 전 의원 자녀의 입시 비리 의혹을 제기했을 당시 진 전 교수가 페이스북에 “내로남불의 극치”라며 “조국·추미애·김용민에게 해야 할 이야기를…”이라고 썼던 걸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 나경원(오른쪽) 전 의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만났다. [페이스북 캡처]

지난 16일 나경원(오른쪽) 전 의원과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만났다. [페이스북 캡처]

두 사람은 각각 미학(진중권), 법학(나경원)으로 전공은 다르지만 ‘1963년생-서울대 82학번’ 동기 사이다. 그렇지만 그동안의 삶의 궤적이 달랐던 두 사람이 토요일에 우연히 만났을 리는 없다는 게 중론이다. 게다가 나 전 의원이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를 선언한 뒤 사흘 만이어서 더욱 그렇다.

이와 관련해 나 전 의원 측 인사는 “문재인 정권의 실상을 알리고 공론화하는 과정에서 진 전 교수가 하는 역할이 있지 않느냐”며 “이번 선거에서 비양심 세력에 맞서 양심 세력을 규합하는 게 중요한데, 그런 과정에서 만났다고 보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진 전 교수가 반문 세력의 표상(表象)이라고 할 수 있으니 그를 만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두 사람의 인증샷은 온라인에서 큰 화제가 됐다.

지난 12일에는 진 전 교수가 무소속으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려는 금태섭 전 의원을 지지한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금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했을 때 “그(금 전 의원)가 (서울시장 선거에) 나온다면 내 한 표는 그에게”라고 썼던 것의 연장선이었다. 그럼에도 그의 지지 여부가 큰 주목을 받는 건 범야권에서 그의 영향력이 그만큼 크다는 방증인 셈이다.

진중권, 김종인·안철수 잇따라 만나 문재인 정부 비판

범야권과 진 전 교수의 접촉면 넓히기는 이미 지난해부터 시작됐다.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지난해 8월 대담한 동영상이 유튜브를 통해 공개됐고, 지난해 10월에는 한 언론사를 통해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대담을 했다. 두 대담 모두 내용은 문재인 정부의 실정을 비판하는 것이었다.

지난해 11월에는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과 국민의당 권은희 의원이 공동 주최한 국민미래포럼 세미나에서 ‘탈진실의 시대’라는 제목의 특강을 하기도 했다. 진 전 교수는 이 자리에서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대해 “프로파간다 머신(선전 기계)”이라며 “민주당 의원들은 뉴스공장에 한번 나가는 것이 성은(聖恩)을 입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렇듯 범야권 진영에서 진 전 교수의 역할이 커지면서 일각에선 그를 “반문연대의 김어준”이라는 해석도 내놓고 있다.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가 여권의 스피커(확성기) 역할을 하듯 진 전 교수도 범야권의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진중권, 김어준에 “음모론 대명사” 비판

다만, 진 전 교수는 김 총수에 대해 최근 박한 평가를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 6일 중앙일보에 게재한 칼럼에서 김 총수를 “음모론의 대명사”라거나 “정권을 지탱하는 대표적 프로파간디스트(선동가)”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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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대위 관계자는 “진 전 교수를 포함한 ‘조국흑서’의 저자가 반문연대라는 기치 아래서 벌이는 싸움에서 선봉을 서고 있고, 묵시적으로 우리가 동의하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진 전 교수가 범야권의 스피커로서 중요한 인물임은 틀림 없다”고 말했다.

허진 기자 b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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