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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쿠데타 대비" 셔먼에 서훈 반박···각료로 다시 만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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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16일(현지시간) 국무부 부장관에 웬디 셔먼 전 국무부 정무차관을 공식 지명했다. 이란핵만 아니라 북핵 전문가인 셔먼이 공식 지명되며 바이든 차기 행정부에 '한국통'이 또 추가됐다.

바이든, 이란ㆍ북핵 전문가 셔먼 국무부 부장관 지명 #2016년 중앙일보·CSIS 포럼서 서훈 실장과 이견 노출 #"북한 정권 붕괴에 대비해야"에 "북한은 시민사회 없어"

2016년 5월 3일(현지시간) 중앙일보·CSIS 포럼에 참석한 웬디 셔먼 후보자.

2016년 5월 3일(현지시간) 중앙일보·CSIS 포럼에 참석한 웬디 셔먼 후보자.

2016년 중앙일보·CSIS 포럼서 '북한 붕괴론' 제시

셔먼 후보자는 5년 전 "북한 쿠데타에 대비해야 한다"고 공개 주장했던 인사다. 당시 민간인이던 현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이를 사실상 반박했는데 두 사람이 이젠 한·미 각료로 다시 조우하게 됐다.

셔먼 후보자는 2016년 5월 3일(현지시간) 워싱턴에서 중앙일보와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공동 주최한 세미나 오찬 연설을 통해 "이제는 북한 정권의 붕괴나 쿠데타까지 고려해야 한다"며 "중국은 지금까지 한반도가 현상 유지되길 바랐지만, 현 상태는 더는지속가능하지 않다"고 발표했다.

또한 "북한 붕괴에 대해 당사국이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북한 정권이 무너지면 한국·미국·중국군이 어떻게 대응할지, 한반도에서 각 군의 충돌은 어떻게 막을지, 북한 핵시설·물질은 어떻게 처리할지 등을 예로 들었다. 이와 함께 북·중 국경 문제, 난민 문제, 미군 주둔 문제, 즉시 통일 혹은 연방제 등 정권 수립 문제, 종전선언 문제, 재건 비용 부담 문제 등도 거론했다.

별도 세션 참석했던 서훈 "북한 붕괴론은 기대일 뿐"  

이를 반박한 게 서훈 실장이다. 당시 공직을 맡지 않던 민간 신분이었던 서 실장은 별도 세션에서 토론자로 참여했다. 그 자리에서 서 실장은 "북한 붕괴론은 우리의 기대에 가깝다"며 "붕괴론을 기반으로 정책을 수립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서 실장은 "워싱턴에서 북한 붕괴에 대한 기대가 있다는 걸 이해한다"며 "북한을 다루기 힘드니 체제 붕괴를 통해 정책적 목표를 달성할 수 있겠다는 생각은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자신이 1996년 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KEDO) 대표로 경수로 건설을 위해 북한에 2년 동안 상주했던 경험에 비춰볼 때 '붕괴론'은 현실성이 없다고 반박했다. 그 이유로 "북한은 민주주의와 시민사회에 대한 경험이 없고, 중산층이 없으며, 인권에 대한 각성이 없다"고 말해 북한 정권의 내구성을 설명했다.

클린턴 행정부서 북·미 대화 주도

셔먼 후보자는 5년 전 북한 붕괴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긴 했지만, 이보다 앞선 빌 클린턴 2기 행정부 시절엔 북·미 대화를 이끌었다. 1999년부터 2001년까지 국무부 대북정책조정관을 역임하며 당시 김대중 대통령의 '햇볕 정책'을 지지했다. 2000년 조명록 북한 국방위원회 제1부위원장의 워싱턴 방문 때 클린턴 대통령과의 면담에 배석했다. 또한 같은 해 매들린 올브라이트 국무장관과 함께 평양을 방문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만나기도 했다.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도 2011년부터 2015년 국무부 정무차관을 지냈는데, 이때는 이란핵협정(JCPOA) 타결을 주도했다. 다만 퇴임 후에는 제재와 압박, 핵 검증 및 사찰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강경 발언을 이어가기도 했다.

미 국무부 정무차관 시절 2015년 1월 외교부 청사를 찾은 웬디 셔먼 후보자.

미 국무부 정무차관 시절 2015년 1월 외교부 청사를 찾은 웬디 셔먼 후보자.

셔먼 후보자는 정무차관이던 2015년 한·일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중은 '이른바 위안부(so-called comfort women)' 문제로 일본과 티격태격해왔다"거나 "정치 지도자가 민족주의 감정을 악용하고 과거의 적을 비난하면 값싼 박수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가 곤욕을 치른 적도 있다. 당시 가해자와 피해자를 같은 선상에서 바라보는 역사성이 결여된 발언이라는 비판을 들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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