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엄지척'한 행복주택···비싼 관리비에 입주민들은 "불행"

중앙일보

입력 2021.01.17 05:00

업데이트 2021.01.17 08:36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LH 임대주택 100만호를 기념해 경기도 화성동탄 행복주택 단지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이 단지 내 어린이집에서 열린 '살고싶은 임대주택 보고회'에 참석해 발언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문재인 대통령이 11일 오전 LH 임대주택 100만호를 기념해 경기도 화성동탄 행복주택 단지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이 단지 내 어린이집에서 열린 '살고싶은 임대주택 보고회'에 참석해 발언하기 전 마스크를 벗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지난달 11일 경기 화성의 행복주택(청년층 대상 장기 임대주택)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시설에 만족해하며 "젊은 신혼부부 중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겠다"며 "굳이 자기 집을 꼭 소유하지 않더라도 이런 임대주택으로도 좋은 주택으로 발전할 수 있는 '주거 사다리'를 잘 만들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얘기처럼 현 정부는 '질 좋은 임대주택 공급'에 주력하고 있다.

행복주택 평균 관리단가 일반 아파트의 2배 수준
입주민들 "행복주택이 아니라 불행주택 됐다" 호소
국정감사 지적에도 관리비 문제 쉽게 해결 안돼
"좋은 시설보다 부담 가능한 관리비 책정이 우선"

하지만 행복주택의 관리비(전용면적 기준 단가)가 일반 아파트보다 2배 이상 많아 주거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행복주택 조성 취지와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중앙일보가 14일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에 등록된 경기 지역 행복주택 15곳(150가구 이상 400가구 미만)의 전용면적 1㎡당 평균 공용관리비 단가를 조사한 결과다.

공용관리비 2배, 문제 제기 잇따르지만 개선 안돼 

아파트 유형별 평균 공용관리비 단가. 그래프에서 행복주택은 경기 지역 150 ~400가구 행복주택 15곳의 평균값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아파트 유형별 평균 공용관리비 단가. 그래프에서 행복주택은 경기 지역 150 ~400가구 행복주택 15곳의 평균값이다.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행복주택 15곳의 2020년 10월 기준 공용관리비 단가는 2759원으로 전국 아파트 평균인 1110원, 경기 지역 평균인 1156원보다 2배 이상 높았다. 특히 인건비 평균 단가는 행복주택의 경우 1608원으로 전국 평균인 412원보다 4배 차이가 났다.

관리비 단가는 아파트의 난방유형, 가구 수, 전용면적 등에 따라 차이 난다. 행복주택처럼 지역난방을 쓰며, 가구 수가 적고, 가구당 전용면적이 작은 아파트 단지의 경우 관리비 단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이런 점을 고려하더라도 행복주택의 관리비 단가는 매우 높다. 임대주택의 평균 관리비 단가는 1307원이고, 지역난방 아파트는 1175원이다. 150~300가구 단지 평균 관리비 단가 역시 1271원으로 행복주택이 2배 이상 높았다.

행복주택의 높은 관리비는 이미 수차례 지적된 문제다. 2018년 국정감사에서 김영진(더불어민주당), 송석준(국민의힘) 의원 등이 이 문제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 등 관련 기관에서는 "행복주택 관리비를 줄이기 위해 인근 임대 단지와 공동으로 관리하는 방안, 수도, 전기 요금 할인 지원 확대 등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실제로 LH는 2019년 2월 주택관리법령을 개정해 소규모 행복주택단지의 공동관리를 3개 지역에서 시범 운영하기도 했다. 하지만 2년이 지난 현재도 이 문제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행복주택이 아니라 불행주택이 됐어요" 

특히 입지가 좋고, 각종 편의시설을 갖춘 '질 좋은 임대주택'일수록 입주민 부담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10월 입주를 시작한 경기 성남판교행복주택이다. 이 아파트는 판교테크노밸리 중심부에 있어 입지 조건이 뛰어나지만, 입주민들은 과도한 관리비가 부과되고 있다고 호소한다. 입주민 서모 씨는 "관리비가 비정상적으로 높게 나오고 있다. 정부에서 주거 해결책으로 내놓은 행복주택이 불행주택으로 망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김원 기자]

실제로 이 아파트의 전용면적 1㎡당 공용관리비는 행복주택 중에서도 최고 수준이다. 지난해 10월 4067원이었고, 11월에는 5429원으로 더 높아졌다. 전용면적 26㎡(약 8평)짜리 아파트의 관리비가 15~20만원으로 웬만한 일반 소형(20평형대) 아파트 관리비 수준이다.

입주민들의 반발이 거세지자 이 아파트를 공급한 경기주택도시공사(GH)는 "입주민 편의와 쾌적한 주거환경을 위해 오픈키친, 공동작업실, 헬스장, 세미나실 등 편의시설을 대폭 확대하다 보니 관리비가 상대적으로 높게 책정됐다"고 해명했다.

판교행복주택의 자동전기제어 시스템. 판교행복주택 관계자는 다른 행복주택에서는 보기 어려운 최신 설비라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판교행복주택의 자동전기제어 시스템. 판교행복주택 관계자는 다른 행복주택에서는 보기 어려운 최신 설비라고 강조했다. [김원 기자]

"좋은 시설보다 부담 가능한 수준 관리비 책정이 우선" 

경기 지역 행복주택 2020년 10월 기준 공용관리비 단가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경기 지역 행복주택 2020년 10월 기준 공용관리비 단가 비교.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상황이 이렇다 보니 행복주택 입주 대상인 청년층의 관심도 줄고 있다. 지난해 10월 장경태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행복주택의 공가율(건설 후 미입주)이 8.5%(2020년 12월 기준 8.1%)로 1년 전 4%에서 크게 올랐다"고 말했다. 그는 "정확하게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각종 시설을 만들어 주거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로 인한 관리비가 입주민이 부담 가능한 수준인지 먼저 검토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은택 한국주택관리연구원 책임연구원은 "주거 복지의 일환인 행복주택에 당첨됐는데, 관리비를 일반 아파트보다 더 부담하라는 건 상식적으로 맞지 않는 이야기"라며 "좋은 시설을 갖추는 것도 좋지만, 행복주택의 적정 관리비에 대한 사전 검토가 지금까지는 소홀했던 것 같다"고 분석했다.

GH 관계자도 "질 좋은 시설을 제공하는 데 집중한 나머지 행복주택의 관리비가 높게 나올 수 있다는 점을 입주자들에게 미리 알리지 못한 것은 사실"이라며 "입주자들과 관리비 절감 방안을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김원 기자 kim.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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