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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톰과 비트의 경계 허물어졌다” 올 CES 키워드는 ‘몰입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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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소니는 미국 가수 매디슨 비어의 3D 아바타를 활용한 실시간 리얼리티 가상 콘서트를 선보였다. [사진 LG유플러스]

소니는 미국 가수 매디슨 비어의 3D 아바타를 활용한 실시간 리얼리티 가상 콘서트를 선보였다. [사진 LG유플러스]

“한마디로 ‘몰입감 쇼크’였다. 올해는 현실과 가상세계의 경계가 무너지는 원년이 될 것이다.”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전시회인 ‘CES 2021’을 나흘 내내 둘러본 이상민 LG유플러스 부사장의 첫마디였다. 그는 지난 20년 동안 CES와 모바일 전시회인 MWC 등에 꾸준히 발도장을 찍어왔다. 올해 CES 2021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1~14일(현지시간) 온라인으로 열렸다.

[단독 인터뷰] ‘CES 20년 개근’ IT 전문가 #이상민 LG유플 부사장 온라인 참관기 #“획기적인 혼합현실 기술 선보이면서 #가상-현실세계 경계 무너지는 것 실감 #다루기 편한 AR·VR 기기 없어 아쉬워”

이 부사장은 14일 중앙일보와 인터뷰하면서 “올해 CES에서는 현실세계의 기반인 원자(아톰)와 가상세계의 기본인 비트(bit)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실제와 같은 가상세계 기반의 서비스가 가능해졌다”며 “특히 몰입감이 획기적으로 개선됐다”고 총평했다. 이어 “앞으론 사람과 사람 간 소통방식, 공간과 사물을 경험하는 방식 등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어떤 장면이 가장 인상적이었나.  
소니가 보여준 미국 가수 매디슨 비어의 가상 콘서트 영상을 보면서 ‘이거다’ 싶었다. 극사실적 3차원(3D) 아바타를 활용한 무대였는데 실제 가수의 콘서트와 구분이 어려웠다. LG전자도 인공지능(AI) 가상인간 ‘김래아’를 내세웠는데 자연스런 음성과 표정, 동작을 보여줬다.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이 5세대(G) 이동통신으로 소개한 뉴욕 메트로폴리탄미술관의 ‘버추얼(가상) 갤러리’ 역시 진짜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을 줬다.
혼합 현실 기술이 많이 등장한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언택트 환경에서의 소통이 보편화했다. 하지만 그동안은 리얼리티(현실성)를 느낄 수 있는 기술이 부족했다. 이런 점을 개선하고 싶어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반영된 결과다.
미국 통신회사 버라이즌이 5G서비스로 소개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버츄얼 갤러리. [사진 LG유플러스]

미국 통신회사 버라이즌이 5G서비스로 소개한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버츄얼 갤러리. [사진 LG유플러스]

가상 기술이 우리 삶에 가져올 변화는.  
대표적으로 코로나19로 이슈가 된 교육 불평등 같은 사회 문제를 해소할 수 있다. 그동안 학교라는 동일 공간에서 학습이 이뤄졌지만 이제는 각자의 집에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예컨대 미술관을 디지털로 옮겨주지 않으면 개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교육 격차가 발생한다.
코로나19로 인한 사회성 결여 등의 문제도 해결할 수 있을까.  
이번 CES에선 ‘메타버스(Metaverse·아바타로 만나 사회·경제·문화 활동을 영위하는 가상 세계)’ 기술이 막 태동하는 것을 목격했다. 앞으로의 세대는 ‘디지털 네이티브’를 넘어 ‘버츄얼 네이티브’ 세대가 될 것이다. 가상 세상에서 아바타로 친구들과 자유롭게 소통하는 공간이 만들어진다면 사회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는 하나의 대안이 될 수 있다.
기술적인 한계는 어떤 게 있나.  
더 혁신적인 디바이스(정보기기)가 필요하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PC 같은 기존의 정보기기는 몰입감을 주는 데 한계가 있다.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기기는 너무 크고 무겁다. 이들 기기가 스마트폰처럼 일상에서 늘 사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혁신이 일어나면 가상현실이 우리의 일상이 될 것이다.
지난 20년 간 CES와 WMC 등에 ‘개근’했다. 기술 변화의 주요한 트렌드는 무엇이었나.  
기술 진보가 개개인을 향하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에는 기업이나 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위한 기술이었다면 이제는 ‘개인의 일상’에 초점을 맞춘다. 이런 경향은 코로나19로 더 빨라졌다. 아임비사이드유란 기업은 AI를 통해 언택트 수업을 듣는 학생의 표정과 얼굴 방향, 시선, 음성 등을 분석하는 솔루션을 선보였다. 화장품 업체인 아모레퍼시픽도 맞춤형 립메이크업 팩토리와 즉석 토너 제조기를 선보이면서 ‘디지털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상민 LG유플러스 기술부문 부사장. [사진 LG유플러스]

이상민 LG유플러스 기술부문 부사장. [사진 LG유플러스]

예년과 달리 온라인으로 행사가 진행됐다.  
온라인으로 진행돼 신기술을 발견하기가 굉장히 어려웠다. 쇼핑에 비유하면 오프라인 전시는 상점을 돌면서 진열대에서 눈에 띄는 제품을 고르는 것이다. 이번 온라인 전시는 제품이 모두 서랍 속에 들어있어 일일이 확인해야 했다(웃음).
통신사의 ‘미래’는 어디서 찾고 있나.  
앞으로는 스마트폰의 속도를 높이는 것이 아닌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더 줄 수 있느냐의 싸움이다. 예컨대 AT&T의 ‘커넥티드 앰뷸런스’는 5G 실시간 전송 기술을 통해 앰뷸런스를 타고 가는 도중에 의료정보를 병원으로 곧바로 전달해준다. 5G 기술을 통해 사람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융복합 서비스다. AR·VR이나 자율주행·로봇 등 초고속·저지연 통신이 보장돼야 하는 영역은 통신사가 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통신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기도 하다.  

김경진 기자 kjink@joongang.co.kr

이상민 부사장=1965년생. 고려대 컴퓨터학 박사로 1988년 금성정보통신에 입사해 LG텔레콤 플랫폼담당, LG유플러스 4G서비스담당 등을 거쳐 현재 LG유플러스 기술부문 부사장을 맡고 있다. 20년 이상 CES와 MWC 등 세계적인 규모의 전자제품·모바일 전시회에 꾸준히 참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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